생활 속 낭독 세 가지
"어렸을 적엔 아빠랑 결혼한다고 하두만...(울컥) 언제 이렇게 커서...(또다시 울컥) 결혼하겠다고 데리고 오는 사내놈들 무조건 내칠라고 했구마이..(좌중 웃음) 00 이를 보니 역시 내 딸이 남자도 잘 골랐구나!! 그렇게 아들을 덤으로 얻었습니다요(좌중 박수)"
요즘 결혼시즌인가 보다. 주말마다 결혼식이 잡혀있다. 내 친구의 결혼식이 아니라 친구의 아들, 딸 결혼식을 가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낭독인으로 살다 보니 신랑신부 성혼선언문 낭독, 부모님 축사(주례사), 친구 축사 낭독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특히 주례 없는 결혼식에서 신부아버지(또는 신랑 아버지)의 주례사(축사)는 신 결혼풍속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에 축사를 한 신부아버지는 부산에서 올라온 분이라 간간이 사투리가 섞여 나오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딸의 모습이 뭉클했는지 중간중간 울음을 참느라 간간이 긴 포즈를 이어갔다. 그 쉼의 시간이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가끔 결혼식에서 열심히 축사(대본)를 준비한 아버지가 낭독의 기본인 문장부호(쉼표, 느낌표, 마침표 등), 포즈를 무시하고 마음만 급해 빠르게 낭독하는 바람에 제대로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장면도 보게 된다. 집에서 열심히 연습을 했을 텐데 막상 마이크 앞에 두고 소리를 내려니 긴장도 되고 목이 말라 제대로 느낌 전달이 되지 못한다. 평생 한 번 있을 자녀의 결혼식 축사에 그것도 영상으로 담아 계속 가족의 역사가 될 중요한 자료인데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이럴 때 하루 코스 낭독 특강을 배워보면 어떨까?
어떤 분들은 스피치 강의를 들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 있지만 스피치와 낭독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문자를 해독하기 위해 음성으로 바꾸고, 그것을 의미와 연결시키는 것을 음독이라 한다면, 낭독은 음독과는 달리 문자를 음성으로 바꾸면서 정서와 감정을 포함시키는 높은 수준의 소리 내어 읽기 방식이다. 낭독은 주로 문학 작품이나 연극의 대사를 읽을 때 적용된다-고교생을 위한 국어 용어 사전 중
낭독은 정서와 감정을 포함시키는 높은 수준의 소리 내어 읽기 방식이며 주로 문학 작품이나 연극의 대사를 읽을 때 적용된다고 하니 스피치와 낭독의 차이점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주례사는 자녀를 향한 지극정성 마음이 담긴 글이다. 낭독을 배워 그 글의 진정성이 더 잘 전달된다면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이 될까?
결혼 생활 하면서 부부 싸움 한 번도 안 해 보신 분?
부부 싸움을 하다 보면 상대에게 생체기를 내는 말을 할 때가 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담아내기는 힘들 때 손 편지 낭독을 해보면 어떨까?
"당신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해서 정말 미안해요. 제가 얼마나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끼는지 알면서도 순간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어요. 당신이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당신은 제게 전부예요. 우리의 소중한 시간과 추억들을 되새겨보면, 제가 얼마나 당신에게 감사하고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철없는 저의 말에 아파했을 당신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앞으로는 당신의 마음을 더 헤아리고, 더 깊이 사랑하며 아껴줄게요. 당신에게 늘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아내(남편)가 되도록 노력할께요.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나무가 되어주고, 기쁠 때 함께 웃어주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는 당신.
고맙고 사랑해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잔잔히 써 내려간 손 편지를 남편 또는 아내를 앞에 두고 낭독을 해 보는 것이다. 싸움 후에 어색한 공기가 싫다면 녹음해서 전송해도 좋겠다. 담담히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진솔한 낭독의 목소리에 그동안 쌓였던 분노, 미움의 감정도 녹아내리지 않을까?
얼마 전 신년모임에서 시 낭독을 했다. 처음엔 왁자한 분위기의 고깃집에서 무슨 시 낭독을,,, 하면서 손사래를 쳤는데, 부탁하신 분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 시 한 편을 준비했다.
신년회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앞 순서에서 색소폰 연주와 노래방 반주에 트로트 메들리가 끝난 상태에 남은 고기를 굽느라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얼큰한 취기와 더불어 실내는 자욱하게 고기 굽는 연기로 흐릿했다.
그때 준비한 배경 음악이 잔잔하게 깔리면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시 제목을 낭독하자 순간, 소란스런 분위기가 조용해진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용감히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느긋하고 유연하게 살리라.
그리고 더 바보처럼 살리라.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더 많은 산을 오르고,
더 많은 강을 헤엄치리라.
아이스크림은 더 많이
그리고 콩은 더 조금 먹으리라.
어쩌면 실제로 더 많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거리를 상상하지는 않으리라.
-나딘 스테어의 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중에서
그렇게 한 편의 시를 낭독했는데,,,, 잠시후 탄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 한 편의 시 내용을 오롯이 들을 수 있는 시간, 바로 낭독이 가져올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생활 속의 낭독 중 주례사 낭독, 편지 낭독, 모임 낭독 세 가지를 소개해 보았다
이 외에도 할머니가 낭독을 배워 손자에게 그림책 읽어주기, 아기를 가진 엄마의 태교낭독 등 일상 속 낭독은 무궁무진하다.
낭독,
알면 알수록 참 신비롭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