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일'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

새벽낭독의 책들4-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by 난다유

"낭독을 배우고 싶은데, 추천할 책이 있나요?" 낭독인으로 살다 보니 가끔 추천 도서를 문의해 오기도 한다. 그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설이 있다. 바로 프랑스 대중 낭독가 마르크 로제의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다. 저자 마르크 로제는 1992년부터 사람들에게 책 읽어주는 일을 시작했고, 프랑스 전역의 서점과 도서관 등을 순회하며 낭독회를 열고 있다. 전문 낭독가가 쓴 책답게 소설 속 내용에는 낭독으로 성장하고 치유하고 사랑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낭독의 꽃다발 같은 책이랄까,


2023년 11월, 7명의 새벽낭독 새낭 님들이 온라인에서 만났다. 기존 멤버 다섯 명과 두 명의 새 멤버가 합류해서 온라인 낭독 토론방이 활기를 띠었다.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는 장미 님이 추천한 책이다. 새벽낭독과 너무 잘 어울리는 책이라며 꼭 함께 읽고 싶다고 해서 선정한 책이다. 장미 님은 비행기 승무원이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다 보니 비행 스케줄에 따라 움직여야 했기에 새벽낭독 출석률이 저조했다. 하지만 이번엔 자신이 추천한 책이라 책임감이 생겼는지 외국에 나가서도 참여하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우리는 프랑스 파리의 오후 풍경이나 로마의 새벽풍경을 장미 님의 생생한 목소리로 바로 전달받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이제 낭독토론을 한다. 돌아가면서 소리 내어 책을 읽고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을 소개하는 시간을 책 읽기보다 더 좋아한다. 오늘은 처음 참석한 사람도 있어서 선배님들부터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했다. 먼저 아이들이 언제 깰지 몰라 항상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참여하고 있는 선애 님부터 시작했다. 그녀는 너무도 이쁜 세 자매의 엄마다. 가끔 일찍 잠에서 깬 큰 아이도 함께 참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새벽낭독 온라인 방은 놀이방이 되어 버린다. 선애 님은 "소리 내어 책을 읽는 동안 나를 옭아매고 있던 모든 매듭들이 조금씩 조금씩 풀린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 폭군이 나에게 가하는 그 모든 모욕들이 하나하나 지워진다."라는 문장이 와닿았다며 천천히 소리 내어 낭독했다. 5살, 7살, 9살의 자녀를 둔 선애 님은 직장맘이기도 하다. 육아에 직장에 자기계발에 정말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좋은 책을 천천히 소리 내어 낭독할 때 마음의 여유로움이 생긴다고 한다. 그럴 때 자신에게 옭아매진 불안과 힘듦의 사슬이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래서 힘들어도 새벽낭독의 시간에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지안 님은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그 작업이 없었다면, 그 작품들은 우리에게 영원히 낯선 것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라는 문장을 낭독하며 미처 몰랐던 번역가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고 얘기한다. 만약 번역가가 없었다면 오직 그들의 언어로 된 책만 읽었기에 인간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편엽 된 사고에 갇혀 살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새삼 번역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새벽낭독에 처음 참여한 미아 님은 "뭔가 새로 태어나는 것 같은 느낌, 가슴께가 기분 좋게 화끈거리는 느낌이 든다. 정말이다. 나는 전과 다른 방식으로 숨을 쉰다"는 문장을 오늘의 한 문장으로 선택했다. 미아 님은 자신도 그전에 느끼지 못했던 가슴 떨림을 체험하고 있다면서 책이 이렇게 나를 설레게 하는지 기분 좋은 파도가 계속 자신을 몰아가는 듯한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주연 님은 공자의 말을 인용한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것은 기억하지만, 직접 해본 것은 이해한다"와 "내 속에 있던 인간 본래의 욕구가 충족되었다. 겁내지 않는 나는 눈이 초롱초롱 반짝인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와닿았다면서 피키에 할아버지가 그레구아르에게 던진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며 마음에 들어온 문장을 소개했다.


그레구아르는 수레국화 요양원에서 만난 피키에 씨를 통해 낭독을 배우면서 성장한다. 학교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그저 그런 학생이었는데 요양원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낭독회를 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다. "낭독을 마친 순간, 나는 망각으로부터 현실로 돌아온다. 씻기고 정화된 채로 행복한 현실로. 나는 피키에 씨와 얼싸안을 것이다. 지금은 서로 악수를 나눈다.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은밀하게 통하는 공모자들이다" 책방 할아버지 피키에 씨와 그레구아르는 매일 죽음이 넘나드는 요양원이라는 공간을 살아 숨 쉬는 따뜻한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그 안에는 병든 노인들의 죽음만 맴도는 곳이 아니라 꿈과 사랑도 함께 머물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에게 말을 걸어주는 이가 있는 한, 우리가 죽는 것은 불가능하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말은 많은 것을 암시한다.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방 할아버지 피키에 씨와 그를 존경하며 '책 읽어주는 사람'으로 성장한 그레구아르의 성장일기다. 그리고 나 자신도 책 읽기의 기쁨과 '책 읽어 주는 일''사람과 사람을 서로 이어주는 낭독 전달자'라는 것을 깨댇게 해준 소중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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