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줄기
너랑 얘기하면
고구마 줄기처럼
땅속에서 천천히 뻗어 나와
한 줄기를 건드리면
그 뒤에 숨어 있던 사유들이
빛을 따라 올라오고
얽힌 감정과 단상이
햇살에 반짝이듯
서로 부딪혀 문장을 이룬다
많은 대화는
깊이를 잃고 단편으로 흘러
사유는 마음의 토양 속에 싹트지만
입 밖으로 나오기 전 흐름을 잃곤 해
마음속 흙 속에서만 대화를 마친다
그래서 너와의 대화가 좋아
사유가 멈추지 않고
말이 천천히 잎사귀를 틔우듯 자라
그 줄기 끝에서 새로운 내가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