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시차 속에
문득 떠올린 자리마다
잠재운 아픔들이
그림자처럼 서성인다
애써 덮은 슬픔의 페이지
다시는 펼치고 싶지 않은 묵직한 무게
그러나 심장은 안다
그 모든 떨림은 지나간 계절의 노래임을
분명한 것은
강물은 같은 곳으로 흐르지 않는다
똑같은 아픔은 두 번 다시 발자국을 남기지 않으리
시간의 시차 속에
떨쳐내는 시일은 다르지만
돌아보면 놀랍게도
그 자리에 단단한 결실이 맺혀 있음을
벼랑 끝에 피어난 한 송이 꽃처럼
우린 아픔 위에서 성숙의 꽃을 피워낸다
인간은 본디 지혜로워
슬픔의 조각들을 엮어
더 넓은 이해의 지평을 만들고
어제의 눈물을 오늘의 굳건함으로 바꾸니
안전의 뜰에서
새롭게 숨 쉬는 가슴은
과거의 고통을 딛고
더욱 고요히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