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하면서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놀고 싶을 때 놀고 가고 싶은데 다 가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지는 않는가?
자칭 독립 근무자라 칭하면서 프리랜서로써 입지를 굳힐 때까지 치열하게 살아낸 30대 초반의 당찬 여성 프리랜서 도전기를 책으로 펼쳐 독립 근무자로서 당당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는 한 여성 번역가,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 나도 번역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번역가, 작가, 1인 출판사 운영, 일러스트레이터의 4가지 영역을 개척한 서메리 작가는 자신의 영역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그녀의 성격답게 성실함과 꼼꼼함이 묻어나는 챕터마다 출판계 실무자로 근무하면서 배운 노하우들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실용적인 자기 계발서이다.
처음 그녀를 알게 된 건 유튜브에서 보게 되었는데, 차분하고 침착한 어조로 생글생글 웃으면서 영어실력 늘리는 방법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을 잘하길래 호감이 생겼다.
영어를 잘하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왕도가 있는 것 같지만 한글 배우는 수순을 그대로 밟을 수밖에 없다. 조금씩의 노하우는 있을 수 있어도 결국은 반복! 반복! 반복!
연습! 연습! 연습! 뿐이다. 그러다가 유창하게 되는 것인데, 이 과정이 참 지루하고 힘이 든다. 이런 지루함을 극복하기 위해 팝송이나 영화, 미국 드라마를 겸해서 영어 공부하면 좀 더 흥미 있게 영어를 접할 수 있다.
그녀는 영문과 졸업 후 대기업에 속하는 출판사에서 근무하면서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답답함과 우울한 감정에 휩싸이는 자신을 발견하고 더 이상 괴로움에 시달리느니 조직을 떠나야겠다 결심하고 근무하면서 프리랜서로 생계를 유지할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인문학이나 사회학 같은 순수학문은 실용성 면에서 떨어지기에 지원할 수 있는 분야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서메리 작가의 접근 방식도 참으로 순수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와 특기로 방향을 잡아나가기 시작한다.
그녀는 취미와 특기 목록을 작성하는데,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작성했다.
#취미와 특기
책 읽기, 글쓰기, 그림 그리기, 외국어 공부, 요리, 핸드메이드 소품 만들기
그리고 나서 프리랜서 직업군을 조사해 나갔다.
#프리랜서 직업군
핸드메이드 소품 판매자, 일러스트레이터, 요리사, 작가, 통역사, 번역가
이런 식으로 목록을 만들어가며 관련 분야의 프리랜서가 쓴 책을 읽고 블로그 웹사이트를 뒤지며 각 직업의 특성과 전망, 진입장벽 등을 체크해 나갔다. 그래서 결국 좁혀진 직업군은 번역가로 목표를 설정한다. 번역가 중에서도 출판 번역, 영상 번역, 기술번역으로 구분되는데, 그녀는 그중에서도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고 외국어 공부라는 세 가지 영역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출판 번역가가 되기 위해, 또한 본인의 성향대로 온전히 혼자서 작업할 수 있는 출판 번역가가 되기 위해 아카데미에 등록했다.
번역 학원에서 입문반, 중급반, 실전반을 거쳐 번역가가 되기 위한 도전을 하면서 회사에서 돈을 받고 일할 때보다 돈을 주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이 훨씬 설레었다고 한다. 서메리 작가는 번역가를 꿈꾸면서 수능이나 토익 같은 점수 따기 식 공부는 취업에는 도움되지만 실질적인 영어 실력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체험하고 10년 이상한 영어공부 헛공부했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실전에 필요한 영어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학원 커리큘럼은 주 1회 강의와 일주일 분량의 과제로 구성되었는데, 학원 과제를 하면서 원서 읽기와 장문 번역 연습을 같이 병행하면서 자신이 그래도 영문과에 다닌 가락이 있는데 영어 텍스트 읽기는 남들보다 좀 유리할 거란 생각이 와장창 깨진 건 순식간이었다는 귀여운 푸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마음 너무나 알겠어서! 그녀는 자신의 실력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모든 실력 향상이나 병의 치료는 자신의 현실을 정확하게 알고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시작되듯이 작가도 그런 뼈아픈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작가는 원서를 읽으려고 <다빈치 코드>를 집어 들었는데 '헉! 안 되겠네~'라는 생각이 들어 수준을 낮추어 <해리 포터>로, 다시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급격히 낮은 레벨의 원서를 골라야 하는 당혹감을 느껴야만 했다. 결국 그녀의 손에 들린 건 초등학교 저학년용이라는 팻말이 붙은 서가에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비롯해 동화 시리즈를 골라 읽었단다.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다. 오히려 어려운 책을 골라 흥미를 잃어버리느니 레벨을 낮추어 차근차근 레벨을 높이는 것이 오히려 실력이 빨리 향상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일단 영어의 구조에 익숙해지면 텍스트 수준을 높여 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지 않다. 내가 영어학원 강사 하면서 이런 상황을 누누이 이야기해도 레벨을 낮춘다거나 같은 부분을 다시 반복해서 수업한다고 하면 그렇게 자존심 상해하면서 극구 레벨업 시키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안타까운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된다. 결국 아이는 영어에 대한 흥미도 잃고 영어를 포기하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 안타깝지만 어쩌겠는가.
서메리 작가는 어느 정도까지 공부했냐면, 400페이지 토플 단어장을 핵심 어휘뿐 아니라 예문 하나하나를 통째로 달달 외우는 식으로 공부했다. 예를 들면 '조혈모세포'라는 단어를 살면서 몇 번이나 쓰겠는가. 그래도 한글로든 영어로든 중요도를 따지지 않고 공부했다. 영어 자체가 기술이 되어 프로의 세계에 입문하기 위해서.
서울에 있는 4년제 영문과를 졸업했다는 자체가 이미 엘리트라는 것을 증명해주는데 번역가라는 프로의 세계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짐작이 된다. 이외에도 작가는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해 자신을 특화시키기 위해, 초보 번역가로서 생존을 위해, 일감을 따내기 위해 블로그에 '일상툰'을 연재해서 글과 그림을 조금씩 쌓아 나갔고 우연한 계기로 웹툰 그림 작가로 계약을 맺어 번역가로서의 비수기를 웹툰 그림작가로 번역가로서는 공동으로 번역을 하는 번역을 하다가 단행본까지 번역하는 번역가로 자기 계발서를 지은 작가로 입문하는 일거삼득을 이루어낸 당차고 야무진 번역가이자 작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된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서메리 작가의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를 읽으면서 나의 지나온 길도 떠올랐다. 번역가가 되기까지 성실하게 치밀하게 열정적으로 산, 한 여성의 좌충우돌 성장소설 같기도 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실용서이기도 한, 때때로 웃음을 자아내는 내용들이 책 안에 가득 담겨있었다.
직업을 전향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고 더더군다나 프리랜서로 산다는 것은 회사 생활하는 것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한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자기 관리, 시간관리, 전문가로서의 기술적인 면은 기본이고 여러 사람의 몫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프리랜서를 1인 기업가라고 말한 이유도 회사로 치면 기획부, 교육부, 마케팅부, 영업부, 관리부 등 여러 부서로 나뉘어 여러 사람이 한 부서의 일을 하지만 프리랜서는 이러한 부분을 혼자 감당해야 하니 1인 기업가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성실하게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짜인 수순대로 모범생으로 살아온 소심한 그녀가 단 한 번의 휴식기 없이 남들보다 조금 빠른 직장생활 5년 차에 조직생활의 답답함과 우울함으로 괴로운 나날들을 보내면서 회사 밖에서 생계를 유지할 방법은 없을까라는 진지한 고민으로 시작해 덜컥 회사를 그만두고 망망대해 아무런 대비책 없이 전력투구해 프리랜서로 안착한 성장소설 같은 실용서를 읽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다.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도 하게 되었다.
살면서 한국어 말고 외국어 하나 정도는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면, 번역가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고민이 된다면, 프리랜서의 삶은 어떨까 막연히 상상만 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직장생활로 지치신 분들이나 같은 직종에 있는 분들에겐 동질감을 가져다줄 서메리 작가의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소녀가 성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사회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자신의 마음 상태, 노력 과정을 솔직하게 적어 내려 간 일기를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