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BTS가 이룬 문화혁명의 의미

포노 사피엔스, 스마트폰과 인터넷, 콘텐츠 문화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by 풍요로움

한참 영어에 관심 가졌을 때 영어는 암기가 아니라 훈련이라는 개념으로 수영 배우듯 아기가 걸음마를 하듯 해야 한다며 잘하지도 못하는 영어를 옹알이하듯 입 밖으로 내뱉으라고 틀려도 된다고 격려와 채찍으로 훈련시켜주던 스승이 있었다. 그저 암기가 아니라 운동을 하듯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체화시키라는 것이다. 모국어는 생각하지 않아도 상황에 맞게 나오기까지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상대방이 알아듣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영어는 그저 교실에 앉아 선생님이 한 번 읽어주고 해석해준 것을 가지고 기억을 더듬어 시험 보기 위해 눈으로 공부한 것이 다였다. 그런데 맞던 틀리던 무조건 영어를 입 밖으로 내뱉으라니, 그건 무척 어렵고 창피한 일이었다. 영어학원 선생님의 말이 맞는 말이고 맞는 방법이기는 했지만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나의 못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무척 창피한 일이었다. 서른이 넘어서 영어 말하기 수업을 필요에 의해 선택하기는 했지만 창피함을 무릅쓰고 실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싫고 힘들던지!


늘 문법에 맞게 문장으로 말하라고 강조만 해왔던 한국식 영어교육, 그러나 학교에는 정작 말하기에 적합한 시스템을 갖추어 놓지도 않은 채, 영어 교과서만 손에 들려주고 입을 막았던 영어교육 시스템, 물론 학교 선생님들도 그런 식의 교육밖에 받지 못해서 우리에게 제대로 된 발음도 들려주지 못했고 한국식 발음의 문장 읽기와 독해, 문법만 강조해왔는데, 잘 사용되지 않았던 입과 혀 근육들을 이용해 영어를 말하라고 하니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의무교육은 받았지만 외국인만 보면 도망가는 많은 대한민국 기성세대들. 영어에 한이 쌓일 만큼, 실제 원어민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그저 활자화된 교과서 영어, 학창 시절에도 지금까지도 취약할 수밖에 없는 영어교육을 받았었는데, 전혀 다른 소리를 내는 미국 드라마 배우들의 말하는 소리를 듣고 소리 내어 말하라고 하니 온몸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났다. 영어회화만큼이나 기성세대에겐 스마트폰 세상도 익숙하지 않다. 컴퓨터가 보편화되었던 세대도 아닐뿐더러 기계가 익숙하지 않아 망가질까 걱정일 만큼 기계치인데 그런 기성세대들에게 스마트폰과 인터넷 세상은 느닷없이 찾아온 신문물이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선풍을 끌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스마트폰은 그저 전화와 인터넷의 결합 음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MP3의 탑재, 카메라 기능을 가지고 있는 장난감 정도로만 인식했다. 그런데 어느새 손안에 들어온 세상이 되어서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아니 그것을 뛰어넘어서 문명의 변화를 가져온 스마트폰은 이름하여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라는 용어가 생겼을 정도다.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스마트폰이 '뇌'이고 '손'인 사람들, '포노'들이 인류의 문명을 새롭게 쓰고 있다.

2015년 3월, 영국의 대표 대중매체인 <이코노미스트>는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내용을 실은 표지 기사 '스마트폰의 행성 Planet of the phones'을 게재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소통할 수 있고 정보 전달이 빨라져 정보 격차가 점차 해소되고 편리한 생활을 하게 되면서,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이 힘들어지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등장한 용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어 포노 사피엔스라고 부른데서 나왔다. '지혜가 있는 폰을 쓰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2007 전 인류의 생활에 '혁명'이라 부를 만한 변화를 불러온 도구, 스마트폰을 손에 든 신인류는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 새로운 시장,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왜 혁명인지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하고 얼마나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몇 가지 질문을 해보겠다.


*요즘 은행거래를 은행에서 한다 아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물건을 살 때 매장에 가서 산다 아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구입한다.

*TV를 본다 아님 유튜브를 본다.


2018년 통계를 보면 은행거래 80%가 자동화기기와 인터넷으로 이뤄지고 지점 거래는 10% 이하이다. 그래서 광역별로 통합센터를 만들어 80%의 지점을 폐쇄하고 있다고 한다.


유통산업은 어떨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매출은 전체적으로 감소했는데 온라인 판매는 급격히 증가해서 미국에서는 백화점의 3분의 1이 문을 닫았다. 우리나라도 온라인 거래가 급증해 연 매출 100조 원을 돌파했다. 이번 코로나 19로 오프라인 매장은 타격을 입었지만 온라인 매장은 더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방송산업은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사 광고시장은 지난 10년 사이 무려 50%가 줄었다.


10대가 열광하는 방탄소년단 BTS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가수가 되었을까?

왜 그들이 문화의 새로운 혁명을 일으킨 장본인이 되었을까?


2018년 BTS는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무려 2번이나 차지한다. 기존 미국 음악산업계에서는 BTS가 'Fake Love'라는 곡의 인기에 힘입어 1위를 차지할 때만 해도, 충격적이긴 했지만 일시적인 인기라고 생각했다. SNS를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상의 인기가 영향력이 커지긴 했으나 여전히 TV, 라디오, 콘서트가 기존 음악 유통망의 영향력이 더 막강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당연한 마케팅 패턴이었다.


빌보드 200 차트는 앨범 판매금액을 집계한 것으로 핫트랙과 함께 진정한 음악의 왕좌를 결정짓는 메이저 차트이다. 모든 데이터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해 집계하기 때문에 SNS 상의 인기만으로는 쉽게 허물 수 없는 거대한 성벽과도 같다. 오랜 빌보드 역사에서도 외국어 노래가 이 차트 1위를 차지한 건 10번이 채 안 된다. 그런데 BTS가 그 거대한 성벽을 일거에 허물어버린 것이다. 유튜브에 뮤직비디오만 올렸을 뿐인데, 아무 오프라인 활동 없이 메이저 차트를 점령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3개월 사이 두 번씩이나. 기존 음악 비즈니스 유통망의 도움 없이 이런 성과를 냈다는 것 자체가 미국 음악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이것이 팬덤 소비의 위력이다. 천만명의 자발적인 온라인 마케터가 24시간 비상 대응 체계를 갖추고 활동하기 때문이다. BTS 뮤직비디오는 10대라면 꼭 봐야 하는 콘텐츠로 각인되었다.


팬덤은 자본이 만드는 마케팅과는 비교할 수 없는 효과를 발휘한다. 물론 이 모든 건 BTS의 음악과 밴드의 매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거대한 글로벌 팬덤을 만들 만큼 강력한 콘텐츠가 있었기에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확산시킨 것이다. BTS의 성공은 이제 온라인에서의 히트가 음악시장 자체를 장악하는 힘이 생겼다는 것을 보여줬다. 음악을 유통하는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작은 영향력으로 인식되던 SNS에서의 인기와 유튜브, 아이튠즈 등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이 이제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을 위협하는 거대한 세력이 되었음을 BTS가 입증한 것이다. TV와 라디오와 같은 방송 매체는 이미 절대 권력을 상실했고 그 자리는 디지털 플랫폼이 차지했다.


이렇게까지 깊숙이 파고든 스마트폰이 플랫폼 하나로 판을 바꾸어버렸다.


전쟁세대였던 부모 세대는 먹고살기 급급하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고 베이붐 세대는 현대 문명이라 불리는 도시 문명을 건설하고 전 세계로 확산시켰으며, X세대는 IT 산업을 창조했다. 지금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는데 얼마 못 가 스마트폰으로 거래하고, 소비하고, 미디어를 보고, 금융 시스템까지 새롭게 정의하는 사회가 시작되면서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는 더 이상 문명을 주도할 수 없게 되었다. 아이폰의 탄생이 세상의 주인을 60대에서 30대로 바꿔버렸다. 단 10년 만에


자본과 글로벌 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이 시대의 리더는 이제 밀레니얼 세대이다. 물론 기존 사회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디지털 소비 문명의 확산으로 기존의 소비 문명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기존 시스템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는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기회가 온 것이다.


지난 60년 동안 폐허에서 전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엄청난 발전을 이룬 이런 나라는 몇 안 된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없는 속에서 이뤄낸 기적들, 잠재력, 스케일 면에서도 남다른 기성세대들! 다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공부해서 혁명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주도해 나가는 건 어떨까 한다. 문화 트렌드도 적극적으로 학습하고 필요한 전문지식도 빠르게 학습하고 복제해서 지금까지 우리가 뛰어놀던 공간인 '땅 위'에서 디지털 문명의 놀이 공간인 '무한한 창공'을 향해 날아오를 준비를 해봅시다.


물론 영어 독해와 문법에서 회화 하나를 첨가하는 것도 어렵고 거부반응이 들었는데 인터넷을 사용하고 플랫폼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어쩌면 거부반응이 먼저 들지도 모른다. 잘 모르는 것이니 물어보는 것도 창피할 수 있다. 한 번 듣는다고 바로 익숙해지는 것도 아니지만 한 번 창피함을 무릅쓰고 알아두면 인터넷이 없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기 싫을 만큼의 편리함이 있다. 게다가 기존 방식에서 인터넷 세상을 추가하면 또 다른 세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경의적인 혁명을 실천해 보여준 BTS라는 모델이 있으니 못할 것도 없다. 공간적, 시간적 제약 없이 글로벌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포노 사피엔스, BTS의 성공은 한반도의 문화와 기술력이 세계에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이고 우수한 사례이다. 이런 면에서 BTS의 콘텐츠와 유통방법이 기존 시스템 이외에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한 혁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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