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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로움 Dec 05. 2020

아침이 주는 여유

나를 돌보는것 부터

아침에 잠에서 깨면 이불속에서 뒹굴뒹굴하며 덜 깬 몸과 머리가 깨도록 시간을 좀 둔다. 몸과 머리가 예열되면 아침에 뭘 먹을까 집에 있는 재료들을 떠올려보고 먹고 싶은 음식을 생각하며 몸을 일으킨다.  '오늘은 미역국이 먹고 싶은데~ 아니야 갓 구운 빵이 먹고 싶다.' 몸을 일으켜 주방에 가서 냉장고 문을 열고 다시 닫는다. 냉동실 문을 열고 크루아상 생지를 꺼내 에어프라이기에 넣고 타이머를 15분에 맞추어놓는다. 빵이 구워지는 동안 잘린 미역을 꺼내 살짝 씻어내고 소고기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물을 버리고 냄비에 불린 미역과 소고기를 넣고 참기름에 볶다가 물을 부어 끓기만을 기다리는데, 어느새 빵 굽는 냄새가 온 집안에 풍기니 왠지 모를 안정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고소한 빵 냄새를 맡으며 빵이 골고루 익도록 뒤집는데 문득 '사람 사는데 뭐 별거 있겠어 먹고 싶은 음식 먹고 내 몸 쉬게 해 줄 공간이 있으면 그만이지~', 더 많이 갖고 싶고 누리고 싶고 다른 사람들보다 잘살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하지만 인생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내려놓고 또 내려놓는다.  '땡'하는 소리와 함께 맛있게 갓 구어진 빵을 한입 베어 물고 갓 구운 빵의 바삭함과 고소함을 음미하며 미역국이 끓기를 기다린다. 가끔은 귀찮을 때도 있지만 이 시간을 즐긴다.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간단하게 밥과 미역국, 김치, 빵과 커피, 과일 한 조각으로 나를 위한 상을 차려 음미하며 천천히 아침 식사를 즐긴다. 빨리빨리의 문화에서 사는 사회에서 이런 여유는 유일한 행복이다. 남을 위해 사는 삶에서 자신을 위해 줄 수 있는 '매일 아침의 선물!' 몸과 마음에 영양을 보충했으니 새로운 하루와 기분 좋음으로 컴퓨터 앞에서 오늘 할 일을 작성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주어지는 하루라는 선물이 그동안은 왜 그리 즐겁지 않고 버거웠는지를 생각해본다. 아마도 가지고 있는 역량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서 다음날 회복되지 않을 만큼의 에너지를 사용해서 일것이다. 왜 그렇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만 했을까?

사회에서는 인간이 가진 노동력을 착취해서 이윤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의 몸이 망가지던 말던 이윤 창출이 더 먼저여서 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구조에 윗세대가 저녁이 없는 삶을 평생 동안 살아온 덕에 우리는 그나마 먹고사는 데에 어려움이 없어 감사하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계속 유지된다면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고 매일의 선물인 오늘을 죽지 못해 살게되는 꼴일 것이다. TV에서 한 30대 청년을 인터뷰한 내용이 기억난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직장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면 씻고 몇 시간 눈 부치고 다시 출근하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날 문득 눈에서 눈물이 흐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표를 내고 짐을 싸서 고향집에 내려갔는데 고향역에 내리자마자 들어오는 자연풍경이 너무 좋았고 안정감을 주면서 마치 자연이 자신을 반겨주는 느낌이 들어 아예 고향에 정착했다고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안정적 이어 보이는 회사생활이 그에게는 맞지 않았다. 고향에 내려와 부모님 댁에서 두 달간을 잠만 자며 누워서 생활했다고 한다. 그간 몸과 마음의 피로가 쌓일 데로 쌓여 잠으로 쉼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두 달이 지나니 아버지께서 이제 같이 농사를 지어보자는 제안을 넌지시 하셨다고 한다. 그 청년은 아버지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아버지가 하시는 딸기 농사일을 도우며 딸기에 관한 연구를 2년간 했다. 그런데 딸기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마저도 못하게 되어 고민 끝에 고향 인근에 커피전문점을 싼 가격에 세를 얻어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시작한 커피전문점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있다고 한다. 처음 시작할 때 메뉴는 오직 드립 원두커피 하나였다고 한다. 초기 자본이 많지 않아서 모든 것은 수동이었다. 자신이 직접 일일이 원두를 갈아서 손으로 뜨거운 물을 원두에 부어 내리는 방식을 고수 할 수밖에 없었는데 고향마을 사람들은 원두커피의 맛을 처음 본터라 그맛에 반해 사람들이 몰려와 혼자서 손수 수동시스템으로 하루 300잔 이상을 팔았다고 한다. 그는 힘은 들지만 기쁘게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운좋게도 고향마을 인근에 커피전문점이 그곳밖에 없어서 주변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의 손님이다. 농번기 때는 배달도 하고 아이들만을 위한 음료도 판매하고 아이들이 놀다 갈 수 있는 오락기도 설치하여 아이들 손님들도 드나드는 커피전문점이다. 그가 파는 딸기음료는 아버지가 농사짓는 딸기이기에 아끼지 않고 재료를 많이 넣어 인기가 좋다고 한다. 회사생활보다 고향에서 하는 장사가 훨씬 기쁘고 즐겁다며 얼굴에 웃음기 가득한 것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이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것인가 보다. 마음이 즐거우니 일도 즐겁고 결혼도 하게 되었단다. 갓 결혼한 신혼의 풋풋함이 화면에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기업들은 이윤 창출이 목적이라지만 저녁이 있는 삶, 다음날 회복 가능한 선에서 일이 분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나친 경쟁과 과도한 일이 현대인들의 삶에 병과 눈물을 안겨준다면 얼마 못 가서 멈춰버릴 것이다. 사람이 자연을 과도하게 이용해 코로나19 전염병이 창궐한 것처럼 기업도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그 대가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니 직원들의 육체적, 정신적 안정을 보장해주는 선에서 노동력을 사용하길 바란다. 고객들도 상식선에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비상식적인 서비스를 원한다면 그마저도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불편함을 겪게 될 것이다. 개인을 너무 혹사시킨다면 자연이 그랬던 것처럼 기업들도 무사하긴 어렵지 않을까. 기업들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을 대체한다지만 그것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 또한 사람이니 말이다. '매일 아침의 선물'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고 감당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고 즐겁게 하면 된다. 그동안은 남의 시선에 얽매여서 본인의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일에 매달리며 명함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과시하기 위해 자신을 혹사시키면서까지 남들의 시선에 맞추어 살았다면 이제 그만 멈추고 눈물 흘리지 않는 일을 찾아 '매일 받는 아침 선물'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이것이 너무 소박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삶의 길은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나 부모님이 말하는 그것이 옳을 수도 있지만 모두 우르르 몰려있는 곳이 안도감은 줄 수 있는 것 같아도 그곳에서 경쟁하며 남의 시선에 얽매이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지 느낀다면 비록 개척하는 길이 어렵고 두렵고 외롭다 할지라도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감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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