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의 발견

100만 구독자, 1000만 관객, 고시청률의 비밀이 밝혀지다!

by 풍요로움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도 재미를 느낄 때 사람들은 시간이 '휙'지나갔다고 생각한다. 반면, 지루함을 느낄 땐 1분이 왜 그렇게 안 가는지 시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어떨 때 '재미있다!'라는 생각이 들까?

아마 무엇인가 재미있다면, 우리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냥 그것에 생각과 마음과 시선을 오롯이 빼앗긴 채 넋을 놓고 보거나 행동하거나 그런 장소로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재미'라는 것을 찾는다. 청소년들에게는 '게임'이 재미일 것이고 게임에 마음을 뺏겨 하루 종일 게임만 하고 싶을 것이다. 주부들이나 여성들이 찾는 재미라면 드라마나 예쁜 소품들 또는 자신을 아름답게 해 줄 옷이나 미용에, 남성들은 게임이나 스포츠, 어여쁜 여성에게 시선을 뺏길 것이다. 우리는 '재미'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도 전에 직관적으로 시선이 가거나 그것을 그냥 행하지 '재미'자체를 분석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재미'라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고 깊이 연구한 작가가 있다.


바로 김승일 작가이다. 그를 알게 된 것은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알게 된 작가다. 작가 소개를 잠깐 하자면, 대학에서 국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다가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하며 책을 써서 출판했는데 그 책이 바로 <재미의 발견>이다. 책을 읽어보면 김승일 작가가 '재미'라는 키워드로 최근 주목받은 영화나 TV 드라마,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분석하여 우리가 재미를 느끼는 것들이 무엇 때문인지 세 가지 요소로 규정하였다. 재미를 증폭시키는 특성인 특이, 전의, 격변이라는 세 가지 요소와 함께 공감과 결핍 같은 추가적인 기제를 더해 설명하고 있다. 작가를 꿈꾸거나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콘텐츠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자료조사도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기를 끌었던 영화나 드라마, 유튜브 채널들이 어떤 이유로 공존의 히트를 치게 되었는지 자세하게 알기 쉽게 분석해 놓았다.


교육계 종사자로서 관심을 갖고 본 드라마이기도 하고 많은 이슈를 몰고 온 드라마인 '스카이캐슬'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끈 이유는 스토리의 전개 방식 자체가 '특이'했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스카이캐슬'은 매회 결말부에 시청자의 추가 시청을 유도하는 강렬한 '격변'이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라는 장르는 다른 어떤 콘텐츠보다도 다음 회를 보게 만드는 장치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한 회, 한 회가 이어지지 않는 다른 콘텐츠들과 비교할 때 중간에 유입되는 시청자가 훨씬 적기 때문에 첫회부터 보지 않는 이상 중간에 시청하는 일이 드물고 1회부터 본 시청자들이 끝까지 볼 수 있는 주요 고객이기에 드라마 제작자들은 매회 결말부에 다음 회를 보고 싶게 만드는 강렬한 '격변'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청자의 흥미를 유도하는 '당혹과 집중'이 있어야 다음 회를 시청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1회 장면을 회상하면, 가족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그리다가 마지막 30여 초를 남기고 한 어머니가 차가운 눈밭에서 엽총으로 자살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아들을 서울의대에 보내 모두의 부러움을 사고 행복해 보이기만 하던 어머니였기에 충격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시청자는 이러한 격변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2회는 1회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자살 이유를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한 학부모가 2회 내내 굳게 믿고 의지했던 합격률 100% 입시 코디네이터에게 갑자기 찾아가 뺨을 때리는 장면이 연출된다. 2회 내내 그 학부모가 뺨을 때릴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3회 마지막 장면 역시 충격적이다. 태생이 귀부인인 것만 같았던 학부모가 사실은 밑바닥 출신이었다는 과거가 밝혀진다. 1,2,3회의 내용으로는 추정하기 어렵고 4회 결말부 역시 굉장히 갑작스럽다. 드라마를 즐겨봤을 시청자였다면 장면들이 기억날 것이다.


'스카이캐슬'의 높은 시청률을 만든 일등 공신은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이 급변하는 결말부 '격변'에 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후반부까지 밋밋하게 흘러가더라도 마지막 몇 분을 남기고 반드시 다음 회가 궁금하게 만드는 '격변'을 일으키고 장면을 멈춘다. 시청자로 하여금 '그래서 그다음은???', '이렇게 궁금증을 일으키고 끝나는 거야! 다음 주까지 어떻게 기다려!'라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격변'은 그다음 회를 기다리게 하고 본방사수를 하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이다.


'스카이캐슬'의 격변의 크기는 일반적인 드라마들이 결말부에 배치하는 격변보다 훨씬 컸다. 그 격변은 시청자가 이전 회차나 해당 회차에서 얻은 상식으로는 대부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일반적인 드라마의 결말부 사건의 이해도가 대략 50%라면 '스카이캐슬'은 시청자의 결말부 사건 이해도 0%에 가까웠다. 적어도 시청자가 이전 회차들을 통해 얻은 상식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드라마는 많은 추측을 난무하게 만들었고 회가 거듭될수록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공중파 방송에서 조차 대학입시에 대해, 강남, 대치동 학구열, 부모의 인맥이나 재력 같은 환경적인 요소가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아님을 여실히 드러내는 드라마라는 평과 함께 경제적인 불평등과 연결되어 교육기회의 불평등, 문제 많은 입시제도를 비판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토론거리를 안겨줬던 드라마였다. 정계, 학계, 언론계 할 것 없이 '스카이캐슬'은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대해 여실히 보여줬다고 평했고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야말로 큰 화재를 모았고 핫이슈가 되었다. 이처럼 콘텐츠의 주제가 시청자의 가치관과 닿아있으면 그 콘텐츠의 특. 전. 격이 일으키는 당혹감과 집중은 증폭된다고 김승일 작가는 말하고 있다. 그 콘텐츠가 시청자와 보이지 않은 끈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은 하나의 예일뿐이다. 책의 많은 부분이 흥미로운 분석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 분들은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될듯하다. 보통의 책들은 앞부분에 힘을 많이 주어 앞부분을 읽으면 나머지 부분은 예상이 되는데 김승일 작가의 책은 뒤로 갈수록 재미있다. <재미의 발견>, 이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작가가 얼마나 많은 콘텐츠들을 보고 분석했는지 알게 된다. 그의 성품도 책에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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