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를 하나 건네시며
"혼자 먹기 그래서요~ 먹어요~"
할머니 한 분이 점잖게 주시는 과자와 인자해 보이시는 표정에, 거절할 수 없어서 선 듯 과자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쪼개서 먹어봐요~ 자르는 선이 있더라구~"
알려주신 대로 과자를 쪼갠다.
"어서 먹어봐요~"
그때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올여름 장맛비에 미끄러져 낙상을 하셔서 쇄골뼈가 골절이 되셨다며 병원과 집만 왔다 갔다 하시다가 운동 나오셨단다. 이렇게 나온 걸 알면 자식들이 걱정하실 거라고 하시면서 쇄골을 붙여야 하는 수술을 하셔야 하는데 기적적으로 수술은 안 해도 된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어 기적이라고 하시면서 계속 말씀을 이어가신다.
"어머나~ 큰일 날뻔하셨네요~ 불행 중 다행이네요~ 올여름 엄청 더웠는데 많이 힘드셨겠어요~ "
나의 걱정어린 말에 고생 담을 신나게 말씀하신다. 급기야 살아오신 지난날 이야기, 딸만 다섯인데 따님들 시어머니께 맡기고 장사하신 사연이며, 이야기보따리를 하나둘씩 풀어놓기 시작하셨다.
열아홉에 상경하셔서 이일 저일 안 해보신 장사가 없으시다며 장사하신 종목과 종목을 변경한 사연, 사기당하신 것, 크게 사업하시다가 망하셨던 사연, 친분이 있으셨던 연예인 이름까지 줄줄줄 이야기보따리가 끊이지 않으셨다. 중간중간 질문과 추임새를 넣어드렸더니 더 신나게 말씀하신다. 과거의 무용담, 남편 이야기, 시댁 이야기, 장사할 때 직원들과의 마찰 등 이야깃거리가 다양했다. 사람을 상대로 일하셨던 분이라 말씀도 재미나게 잘하신다. 간간이 따님들 자랑도 하시고 맘 상했던 이야기도 하시면서 남편 돌아가시고 나니 따님들 눈치가 보이신다고, 아파도 아프단 말씀을 못하시겠다고 하시면서 따님들과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내게 이야기하는 것이 신기하시다며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나의 관심이 식은 것 같으면 관심 가질만한 양념 같은 이야기도 꺼내시면서 장사하셨던 시절의 영업비밀까지 말씀해 주신다. 마치 그 시절이 현재 진행 중인 것처럼 신명 나게 말씀하신다. 그 시절로 돌아가신 듯 보였다. 불현듯 엄마, 아버지 생각이 났다. 나와 엄마는 대화를 잘하기도 했었고 친구같이 지냈었기에..., 친구 대하듯 대해드리니 본인이 푼수라며 이야기를 멈추지 않으신다. 그러시더니 오랜만에 속이 뻥~ 뚫린 것같이 마음이 시원하시다며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다고 하신다.
"아니에요~ 저도 재밌게 어머니 이야기 들었는걸요~~ 조심히 가세요~~"
"내가 아쉬워서~~ 물 다 마시면 가야겠네~~ 이물이 말이지 칡을 넣어서 끓인 물인데 속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 전에는 가스가 많이 찼었는데 이물 마시고 위장병도 사라지고 가스도 안 나오더라고~ 한 번 끓여 먹어 봐" 그렇게 물병에 물이 없어질 때까지 이야기를 더 들어드렸다.
산책 갔다가 인생 이야기 듣고 상담해 드린 기분이 든다.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요즘 엄마랑 사이가 나빠져서 말도 안 하는데...'
우리 엄마가 동안이셔서 할머니인 줄 인지를 못하고 이거 저거 해달라 칭얼거리게 된다. 물론 힘들다고 안 해주시지만 우리 엄마에겐 칭얼거리는 막내딸인 내가...,
엄마 연배의 초면의 아주머니와 과자 한 개의 매개체로 벤치에 앉아서 한 시간 이상 떠들다니....,
주로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셨지만,
나와 대화하시면서 속이 뻥! 뚫려 시원하시다니 다행이다.
우리 엄마에게도, 우리 아버지에게도 누군가 이런 친절을 베풀어주길 바란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네 부모님들을 챙겨드릴 수 있는 미덕! 있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