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평화주의자

다자녀 가장이 보는 글

by 가리느까

"꿀! 내가 좋아하는 양말이 안 보여."


(열 한 살 차이 나는 아내와 나는 신혼 때부터 '꿀물'을 나눠 한쪽이 먼저 "꿀!"이라고 부르면 나머지는 "물!"이라고 불러왔다.)


아침부터 부산한 남편의 호들갑에 아내는 빨래를 개키다 말고 방바닥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에구구구, 삭신이야."


남편 정년 이후 밥벌이에 도움을 주려고 며칠 전부터 간호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아내다.


"8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뜻으로 알아들으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응? 오늘 딸내미 생일이잖아. 여자들은 애 생일날 막 아프고 그런 게 있어."


정말일까? 잠시 귀를 의심했다.

(맘 독자님들의 고견을 부탁드림)


방금 전에 딸아이한테 블루투스 헤드셑을 생일선물로 줬는데, 아빠가 딸내미 생일 챙겨준 걸 질투하나?


나름 '행복한' 생일을 맞았는지 딸내미가 아빠 볼에 뽀뽀를 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침부터...' 하려다가 문득 아내의 반응을 반전의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싶어 5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넸다.


놀라서 아내의 눈이 동그래졌다.


"맛있는 거 사 무라."


오늘 우리 집 여자들한테 감동의 뽀뽀 세례를 다 받아 보자,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치!"


- 치는 또 뭔가.


불만족의 표시임에 분명하였으나 설마 하는 마음 가득하게 출근길에 나섰다.


오늘도 가정의 평화를 지켜냈다는 자부심에 심호흡 한 번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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