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삶에 관하여
입사 신규 때부터 인사 철마다 꿀보직을 먼저 차지하여 후배들을 실망시키는 사람이 있었다.
세월은 흘러 퇴직까지 4년가량 남은 지금, 선배인 그가 자기 은퇴 6개월을 남겨 두고 내가 있는 지사로 전근 온다고 한다.
말년을 앞두고 이제 꿀보직을 한번 맡는가 싶었으나 1년을 성질 괴팍한 보스 밑에서 개고생한 내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러면서 전입 전에 제법 뻔뻔한 전화를 걸어왔다.
"어이, 후배님. 나는 어딜 가더라도 당신과 당신 친구가 있어서 든든했어. 이번에도 잘 부탁해."
듣고 보니 지금 그가 있는 곳에서도 주요 보직을 내 입사 동기가 맡고 있었고, 그는 한직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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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탁구 끝나고 집에 오다가 아파트 계단에서 아내에게 옆통수를 후려 맞았다.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셌는데 놀란 내 눈을 보고도 아내는 대번에 사과하지 않고 "모기, 모기"라며 바닥을 향해 손뼉만 치고 있었다.
강하게 항의했더니 그 자리를 회피한 채 앞서 걸어가며 기분 나쁘다는 투로 건성적인 사과만 했다.
다른 부위는 단순 폭력일지 몰라도 머리는 학대다.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다.
식탁 아닌 자리 짧은 밥상 옆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내가 다가와 앉는데, 아까와 같은 각도가 되자 그때 그 충격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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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주는 사람은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
시 창작 수업에 참가해서 어릴 적 겪은 가정폭력에 관해 쓴 자작시를 발표했던 홍승은 작가는 '왜 그렇게 글이 어둡냐'는 강사의 혹평으로 학대 경험에 이어 정신적 피해마저 입었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따라 타인에게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사이가 가깝든 멀든 상관없이.
가해자는 상대방이 상처를 입었는지 트라우마가 생겼는지조차 모른다.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듣는 것인데, 그게 안 되면 평생에 걸쳐 세월의 힘이 상처를 한 조각씩 벗겨내 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토요일 출근이다. 오늘 또 어떤 상처를 입을지 모르고, 나도 모르게 타인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