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와 사랑, 그리고 25kg
'음... 괜찮네.'
남편을 처음 보았을 때의 내 생각이었다.
누가 그랬던가.
결혼할 사람을 처음 보면
머릿속에 종이 울린다고.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하지만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나서는
느꼈다.
'아, 뭔가 다르다.'
이전에 소개팅을 하면
'괜찮다' 아니면 '별로다'
보통 두 가지 경우로만 나뉘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달랐다.
잘 맞을 것 같다를 넘어,
대화를 나눌수록
점점 빠져드는 느낌...
받을 만큼 받아서
더 이상 들어올 소개팅이 없어질 즈음
우연히 들어온 소개팅이었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그 실연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들어온 자리.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기회에
기쁘다기보다는
'설마 이렇게 빨리 다시 연애하겠어?'
하는 마음이 앞섰다.
혹시 기대했다가
더 크게 상처받을까 봐
애써 마음을 다독였다.
기대 없이 나간 소개팅에서
식사를 마친 뒤,
나는 느꼈다.
'뭐지... 느낌이 너무 좋은데?'
큰 접점도 없이
관계의 여러 단계를
건너 건너 만나게 된 우리는
이상하게도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 같은
친숙함을 느꼈다.
정말 익숙한 듯 낯선 첫 경험이었다.
특히, 우리는 달리기와 독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독서 모임을 운영했던 그,
독서 모임에 참여했던 나.
대학생 때 마라톤 대회에서
2등을 했다는 그,
한창 달리기에 빠져 있던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사실, 나는 나름대로의 소개팅 원칙이 있었다.
'소개팅은 삼세판.'
세 번까지 만나서
사귈지 말지를 정하는 방식.
하지만, 우리는
두 번째 만남에서
손을 잡았고
그날이 우리의 시작이 되었다.
우리는 만나서
종종 같이 뛰었다.
만난 지 6개월 뒤,
자연스레 결혼 이야기가 오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댁 식구들께 인사를 드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시댁 어르신들은
내가 달리기를 하는
'건강한 사람'이라서
특히 마음에 들어 하셨다고 한다.
달리기 덕분에(?)
결혼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동시에
결혼식을 위한 다이어트,
재미, 데이트, 취미.
그 모든 이유로 달리다 보니
어느새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리고
정확히 만난 지
1년 6개월 만에 결혼.
그리고
결혼과 동시에
아이가 찾아왔다.
그 순간,
나의 달리기는 멈췄다.
그리고 내 몸무게는
생전 처음
앞자리 8을 보게 되었다.
임신 후 +25kg.
그게,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