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달리기를 멈추다

첫아이와 함께 찾아온 예상치 못한 시험

by 달려라희야

"임신이시네요. 축하드려요."


얼떨떨한 표정으로 남편과 나는 병원을 나왔다.


누가 보면, 자칫 아이를 원하지 않는 부부라고 오해할 만큼
당혹스러움이 섞인 얼굴로 서로를 마주했다.


남편은 나보다 연상이다.
그는 주변에서 시험관 시술을 안 한 부부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 1년 정도는 자연임신을 기대하고,
그 이후에도 아이가 없으면 시험관 시술을 하자는
대략적인 계획을 세워둔 상태였다.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감이 났고,
그만큼 더 기쁘고, 더 소중해졌다.


그래서 달리기를 멈췄다.


임산부도 많이 움직여야 하지만,
임신 초기에는 유산 위험이 높다는 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잠깐 달리지 않는다고 큰일 나겠냐는 생각,
되레 무리하다가 위험해질까 봐 더 무서웠다.


임신 12주가 지나도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양가 부모님은 임신 소식에 눈물까지 보이며

"조심해라."라는 말을 반복하셨다.


시아버님은 택시비까지 챙겨주시며

임신 기간 내내 대중교통 대신 택시를 타라고 당부하셨다.




참고로

나는 먹는 걸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전공도 식품영양이었다.


남편도 먹는 걸 좋아했다.

연애 시절엔 뷔페도 자주 가고,
데이트마다 맛집을 찾아다녔다.


그 덕에 남편은 나를 만나

역대 최고 몸무게를 찍은 상태로 결혼했고,
나는 풀코스를 뛸 만큼 많이 달렸지만
그만큼 많이 먹어서 몸무게는 그대로였다.


그래서 나는

임신이라는 이유 뒤에 숨어

먹고 싶은 것을 양껏 먹고 싶었다.

'이때다.' 싶었다.


특히, 입덧약을 먹어도 입덧기가 계속 있던 나는

평소 즐겨 먹지 않던 과일주스를

임신 중 하루에 1잔은 기본으로 마셨다.


그렇게 나의 몸무게는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직장에서 엄마인 한 선생님은
"임신 전에 하던 운동은 임신 중에 해도 된대."라며
의사들이 말하는 이론적인 내용을 전해줬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첫아이를 가진 초보 임산부에게
그 말은 크게 와닿지 않았다.


가능하다 해도, 소중하고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시도하기는 쉽지 않았다.


조심하는 엄마의 마음도 중요한 법이니까.


그래서 나는 출산 후 열심히 달리겠다고 결심했다.

그동안은 휴식, 잠, 식사에만 충실했다.




임산부들이 병원에서 가장 긴장하는 검사.
기형아 검사임신성 당뇨 검사.


기형아 검사를 무사히 통과한 뒤,
임신성 당뇨 검사를 앞두고 진료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이 화면을 가리켰다.

"몸무게가 많이 늘었네.
이 속도로 더 늘면 안 돼요."
"요당 수치 +4, 어이쿠 높네.
탄수화물 좋아하시죠? 줄이세요.
이러면 임신성 당뇨 될 확률 높아요."


전공도 직업도 임상영양사인 내가,

임신성 당뇨환자의 영양상담을 하던 내가,
식단 조절을 못했다고 꾸중을 듣다니...
새삼 창피했다.




임신성 당뇨 검사날.

단맛 중에서도 기분 나쁜 단맛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포도당액을 마시고, 검사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뒤,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검사 결과를 알려주는 날은 아니었다.


"희야님, 맞으시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임상영양사 : 질병예방과 건강관리를 위하여 영양판정, 영양상담, 영양소 모니터링 및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영양사


*임신성 당뇨(Gestational diabetes) : 원래 당뇨가 없던 사람이 임신 20주 이후에 당뇨병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임신성 당뇨검사는 임신성 당뇨를 진단하기 위한 검사로 임신 24~28주에 모든 임산부에게서 시행하게 됩니다.


*요당(Urine glucose) : 소변에 당이 섞여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혈당이 너무 높을 경우 당이 소변으로 빠져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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