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떨한 출산, 회복은 이제부터
"아기 나옵니다. 축하드려요. 희야님."
"어… 네. 감사합니다."
전날 진통으로 고생한 게 무색했다.
수술실에 들어간 지 10분 만에 아기를 낳았다.
출산 1시간 전.
드디어 수술실에 들어섰다.
순간 헷갈렸다.
내가 환자인지, 임산부인지.
‘환자도 아닌 나도 이렇게 두려운데…
수술을 앞둔 환자분들은 얼마나 무서울까.’
"희야님, 긴장되세요? 금방 끝나요. 걱정 마세요."
전날 진통으로 지쳐 있던 나에게
의사 선생님의 이 한마디는 큰 위로였다.
그리고 전신마취냐, 하반신마취냐.
잠시 고민 끝에 하반신마취를 택했다.
깨어나는 시간이 더 빠르다는 이유였다.
"희야님, 절개 들어갑니다. 아프시면 말씀하세요."
나는 순간 깜짝 놀랐다.
칼로 배를 가르는 느낌은 분명히 드는데,
정작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신기했고, 무서웠지만 동시에 안도됐다.
아기를 잘 내려오게 하려고
의료진 한 분이 내 배 위에 올라와
꾹꾹 눌렀다.
놀랐지만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애써 침착하려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기 나왔어요! 축하드려요, 희야님."
얼떨떨했던 나는 그저,
"아… 네.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다.
갓 태어난 아기는 못생겼다는데
내 눈에는 귀여웠다.
그게 다였다.
눈물이 터지지도 않았고,
그저 얼떨떨하면서 홀가분했다.
‘아기가 나왔구나.
이제 몸이 좀 가벼워지겠구나.’
실제로 퇴원할 때쯤
25kg 중 10kg이 자연스럽게 빠져 있었다.
아기는 3.97kg,
거의 4kg에 달하는 무게였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보던 엄마들처럼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
그저 감사했다.
무사히 출산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의료진에게.
특히 마취과 선생님께
“마취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하고 싶었는데,
정신이 없어 그러지 못한 게 아쉬웠다.
내가 좋아하던 프로그램 '나는 솔로'에 출연한
한 마취과 전문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선마태아(선생님 마취로 태어난 아이라는 뜻,
훗날 산모가 아이를 데리고 와 마취과 전문의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가 100%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병실로 돌아와 다시 본 아기는
낯설고 신기한 존재였다.
솔직히 말하면..
친근하기보다 어색했다.
그럼에도 자꾸 보게 되고,
모자동실 시간을 기다리게 됐다.
그리고 그땐 몰랐다.
그만 보고 싶어질 순간이 올 줄은.
무통으로 빨리 끝난 출산이,
진짜 끝이 아니라는 걸.
나는 여전히, 회복 중이다.
*모자동실 : 출산 후 산모와 신생아가 함께 병실에서 생활하며 아기를 돌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산모가 모유 수유를 배우고 아기를 돌보는 방법을 익히는 데 도움을 주고, 아기와 엄마 사이의 유대감 형성을 촉진하며, 아기의 정서적 안정에 기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