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산모의 달리기

아들을 얻고, 몸을 잃고, 다시 길 위에 서기까지

by 달려라희야

자연분만으로도 오래 고생하는 사람이 있고,

제왕절개로도 금세 회복하는 사람이 있다.


어찌 됐든 나는 후불제 산모였다.


수술 후, 나는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다.
칼을 대고 아기를 낳은 내 몸은, 이전과 너무도 달랐다.


병실로 돌아간 첫날은 반송장처럼 누워만 있었고,
하루가 지나자 수술 부위는 닦아내도 다시 흘러내리는 피와 오로로 흥건했다.


“남편분이 닦아주셔야 해요.”


간호사 선생님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네? 아무리 부부라도..

날것 그 이상의 냄새와 분비물이 묻은 그 부위를 남편이 닦으라고요?’


나는 버텼다.
기운이 조금이라도 회복되면 내가 닦겠다고.


그러자 눈치 빠른 간호사 선생님이 무심한 듯,

그러나 다정하게 닦아주셨다.

그때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런 건 왜 성교육 시간에 안 가르쳐주는 겁니까?’




수술 후 내 몸은 1년 가까이 근력을 잃은 상태였다.
침대에서 일어나기, 걷기, 기침 하나조차 버거웠다.


퇴원할 때까지 온전히 걷는 것이 목표였다.
남편과 함께 병실과 병원 주변을 매일같이 걸었다.


그렇게 나는 무사히 퇴원했고
보물 같은 아들을 얻었다.


그러나 남은 건
바닥까지 떨어진 체력과

바람 빠진 풍선같지만 여전히 볼록한 배

그리고
빠지지 않은 10kg...


풀코스를 완주했던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부은 내 모습은 낯설었다.




출산 두 달 후,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1km당 7분대 페이스로

2.75km,

5km,

6km..


신기하게도 달려졌다.
가슴이 벅찼다.


‘그래, 이래 봬도 나 풀코스 완주한 여자라고!’


이대로 꾸준히만 뛰면

살도 빠지고

자유롭게 훨훨 뛰어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다시 뛸 수 없었다.




*오로 : 모든 산모는 출산 후에 정상적으로 자궁에 남아있던 찌꺼기들이 밖으로 나오는 오로를 겪습니다. 평소 생리 때보다 많은 양의 피가 나옵니다. 오로의 양은 자궁이 수축되면서 점점 적어집니다. 혈액의 색깔은 처음에는 붉은색을 띠다가 선홍색으로 바뀌고, 점점 더 옅어져 갈색, 옅은 노란색으로 바뀌다가 흰색으로 바뀌면서 멈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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