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증을 넘어, 육아와 마라톤이 가르쳐준 삶의 진리
“하.. 살 것 같아!”
친정엄마가 집에 들어와 아기를 봐주시면
나는 곧장 옷을 갈아입고 달리러 나갔다.
3km, 5km… 그리고 엄마가 된 뒤 처음으로 10km까지.
그 순간, 나는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아기와 집에만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무겁게 가라앉았던 마음은
달리는 동안 점차 가벼워졌다.
고작 30분 달린 것뿐인데,
며칠간 쌓여 있던 고단함과 우울감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달리고 난 뒤 먹는 맛있는 음식,
달릴 때 보이는 풍경,
그리고 러닝 기록을 남기며
나는 조금씩 회복해갔다.
임신 전까지만 해도 산후우울증은
특별한 경우에만 나타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출산한 사촌언니는 말했다.
“체감상 산모의 80% 이상이 겪는 것 같아.”
그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알 수 있다.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는
겪어보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을.
아이를 낳은 기쁨은 잠시,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맞이하는
새벽 수유와 아이 달래기,
극심한 수면 부족,
최소 한 달간의 외출 제한으로 이어지는 생활 차단.
그 속에서 남편이나 가까운 가족마저 도와주기 어렵다면,
산후우울증이 찾아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산후관리사님이 내게 해주신 말이 오래 남는다.
“제일 불쌍한 산모는 친정엄마가 안 계신 산모야.
내가 그랬어…”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면
내 삶에 큰 깨달음이 찾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완주하고 나니,
기쁨과 뿌듯함보다는
아쉬움과 의문이 더 크게 남았다.
“내 기록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완주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았다.
풀코스 완주는
결코 내 힘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함께 달려준 사람들,
좋은 러닝 코스,
응원해 준 지인들,
온라인과 오프라인 러너들의 조언,
달리기를 이어가게 해 준 음식과 음료들.
그 이상의 모든 것이 모여야
비로소 완주가 가능했다.
육아도 마찬가지였다.
남편, 친정엄마, 산후관리사님,
그리고 함께 고군분투하는 육아동지들..
내가 현재 누리고 있는 삶은
결코 나 혼자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었다.
마라톤을 통해 ‘미리’ 조금이나마 배웠고,
육아를 통해 ‘깊이’ 깨닫고 있다.
이 사진은 함께 마라톤에 참가한 동료가
내가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4시간을 기다리며 찍어준 것이다.
덕분에 내 첫 풀코스 완주의 순간을
역동적으로 남길 수 있었다.
이 또한 나 혼자라면 어떻게 남길 수 있었을까.
지금도 나는 달린다.
아직 걷지 못하는 아들과
언젠가 함께 뛸 날을 기다리며.
그리고 달리기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내 삶을 기대하며.
PS. 산후우울증은 달리기로 극복했으니,
이제는 산후비만을 달리기로 이겨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