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의 진통과 제왕절개, 그리고 나를 버티게 한 달리기
"희야님, 맞으시죠?"
검사 당시 내가 표정이 심각했는지,
간호사 선생님이 예정된 결과 발표일보다
일찍 전화를 주셨다.
"걱정하실 것 같아서요.
임신성 당뇨 검사 통과하셨어요.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되세요."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그 순간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하느님! (이럴 때만 찾는 비기독교인)
이제라도 과식 안 하고,
과일주스도 끊겠습니다.
달리기는 못 해도 많이 걸을게요!’
그날 이후 나는 식후 과일주스 대신
아이스 디카페인 커피를 마셨고,
하루 만 보 이상 걷는 걸 목표로 삼았다.
진단을 피했지만,
그동안 건강 관리에 소홀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남은 임신 기간은 더 건강하게 지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시간이 흘러, 유도분만을 하기로 한 날.
그동안 자연분만을 위해
요가도 하고, 호흡도 연습했는데...
소용없었다.
살이 쪄서 산도가 좁아진 것도,
아이 머리가 커서 위험한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자궁문이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더 열릴 기미가 없었다.
통증은 점점 강해지고,
빈도는 더 잦아졌다.
생리통의 2배, 5배..
그리고 마침내는 10분마다, 5분마다 찾아오는 진통...
통증이 몰려올 때는
침대 옆 지지대를 움켜잡고
'끝나라 끝나라...' 주문처럼 되뇌며 견디고,
통증이 멈추면 숨 돌리느라 시간이 다 갔다.
문득 자연분만한 동료가 했던 말,
'너무 아파서 죽고 싶었다.'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자궁문은 2cm에서 멈춰 있었다.
10cm까지 열려야 하는데,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였다.
의사 선생님이 물으셨다.
"희야님, 괜찮으세요? 수술할까요?"
잠시 고민했지만
이왕 견딘 거 조금 더 버텨보자 싶어
진통을 버텨내고 있었다.
그러다 공포의 내진검사가 이어졌다.
손으로 자궁문을 확인하는 과정...
필요한 검사라는 걸 알지만,
그 아픔과 두려움은 차원이 달랐다.
‘왜 의학 발전은 내진검사에 도달하지 못한 것인가!’
마음속으로 울부짖으며 견뎠다.
그러던 중 갑자기 ‘왈칵’하는 느낌.
'양수인가? 드디어 시작되나?'
아니었다.
피였다.
설명으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했지만
그 순간 머리가 핑 돌았다.
그리고 갈팡질팡하던 마음이 단단해졌다.
"선생님... 저 제왕 할게요."
그렇게 9시간 동안
진통은 겪을 만큼 겪고,
결국 다음 날 수술로 아이를 낳기로 했다.
임산부들이 말하는
가장 최악의 출산 시나리오..
그런데도 좋았다.
더는 아프지 않아도 된다는 게
그저 감사했다.
계속 분만을 시도했다면
몸은 탈진하고
마음은 산산이 부서졌을 것이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그동안 내가 달리기를 안 했더라면
이 고통을 버틸 힘이 있었을까?’
임신 전 꾸준히 달린 덕분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출산은 풀코스 마라톤보다
훨씬 더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분주하던 분만실은
내 선택으로 차분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나는 병실로 돌아와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 아기 무사히 낳을 수 있는 걸까?'
*유도분만 : 자발적인 분만 진통이 시작되기 전 자궁 수축을 일으키는 외부 물질을 투약하여 인위적으로 분만 진통을 유발하는 방법입니다. 자연분만과 같은 과정으로 출산이 진행됩니다.
*내진검사 : 내진은 분만 관리에서 중요한 요소로 질과 골반 안쪽을 진찰하는 것입니다. 골반 진찰은 질을 통해서 손가락을 넣어 촉진을 하는 내진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