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 - 대만 3. 강렬한 기억이 된 풍등 날리기
날리는 것보다 더 기억에 남는 소원 쓰기
대만 여행은 고생한 만큼 이야깃거리가 많아서 5년이 지난 지금도 같이 간 일행과 만나면 그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그중에 빠지지 않는 얘기가 풍등 얘기다.
내가 쓴 풍등에 내용은 이런 거였다. 지금 보니 뭔 소리를 쓴 건지 모르겠다. 근데 저렇게 쓴 이유는 같이 간 일행이 쓴 소원 놀리기에 한창이었기 때문인데ㅋㅋㅋ
이렇게 '동행 사랑'이라고 쓴 것을 보고 "무슨 교회 수련회도 아니고..ㅋㅋㅋ" 이러면서 놀렸는데 여기까지였다면 그렇게 기억에 남는 풍등 날리기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옆을 봤는데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란 생각이 든 장면을 보았는데 어떤 분이 긴 성경말씀 구절을 꿋꿋이 풍등에 쓰고 계셨다. 그 말씀이
---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핍박을 받아도 버린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
---
이 내용인데... 도대체 무슨 사연이길래 저걸 대만여행까지 와서 쓰고 계신 걸까 싶어지는 것이었다.
심지어 여자친구와 여행을 오신 것 같았는데 긴 말씀을 끝까지 적느라 여자친구분으로 추측되는 분도 기다리고 계셨다.
커플 여행이면 보통 우리 사랑 영원히.. 뭐 이런 류의 소원을 쓰지 않나? 우리의 머릿속은 풍등 날리기보다 그런 궁금증으로 가득해지고 말았다.
그 와중에 풍등 날려주시는 걸 사진 찍어주시는 분은 우리보다 한국말을 더 잘해서 우리 눈은 더 똥그래졌는데 천년의 피로감이 담긴 표정인데 한국말에서는 친절함이 묻어있어 더 무서웠다ㅋㅋㅋ
우리가 포즈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한 면 한 면 돌리라고 하면서 꽃받침, 브이, 손하트, 풍등 놓으세요 하면서 동영상까지 풀코스로 능숙하게 찍어 주셨는데 진짜 수만 명의 관광객을 받아본 솜씨여서 우린 또 놀랐었다.ㅋㅋㅋ
아무튼 한국에 와서 우리는 주일마다 서로 각각 다른 교회에 출석했는데 저 우겨쌈 말씀이 나올 때마다 우린 이 풍등얘기를 하곤 했다.
그분은 싸이지 않고 낙심치 않고 망하지 않고 잘 살고 계실까? 하는 궁금증. 어떤 사연으로 그 풍등에 그런 말씀을 적게 되었을까 하는 그런 궁금증들.. 생각할수록 아는 사이도 아니면서 왠지 그 소원이 이루어지셨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지금 풍등에 4면을 채워보라고 하면 나는 무엇을 적게 될까? 그게 진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면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참 여러 생각이 들게 된다.
같이 간 일행이랑은 서로 놀리는 게 일상이 되어서 그렇게 일행의 소원을 놀렸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누군가의 소원을 함부로 비웃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