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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재영 Feb 25. 2023

4. 천직을 찾았는가?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누군가 뭐가 되고 싶냐 물어보면 그것이 어려웠다. 가장 좋아하는 것 물어보면 그것도 어러웠다. (좋아하는 건 많다.)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을 수 없었다.


삶에 태도가 목적지향적? 이기보다는 발길 닿는 데로 가다가 재밌으면 멈추는 태도도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이유  하나가 되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어릴 때 장래희망도 뭔가 방향성이 없고 진짜 기상천외한 것들이었다.


유치원 때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했다고 한다.ㅋㅋ  (이건 기억도 안 남.) 초등학교 고학년 때쯤은 만화책 대여점 주인. 그리고 중학교 때는 갑자기 붕어빵장수를 하고 싶다고 했.


그다음 고1 때는 심리학자가 꿈이었다가 고2 때는 호텔리어(이건 아마 드라마 때문인 듯ㅋㅋ) 고3 때는 도서관 사서였다.


그 후 커서도 이력서를 보면 다채롭다. 잡지사에서도 일을 해봤었고 이벤트 대행사에서도 해봤었다. 심지어 발토샵ㅋㅋ과 일러스트를 배워 자잘한 배너라던가 현수막 시안을 넘기기도 했다. (그렇지만 편집디자이너로 활동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치만 제법 잘한다며 여러 가지를 자꾸 시켰고 결국 난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그 후 퇴사.) 버블티 집에서도 일을 했었다. 버블티집에서 일하는 것도 나의 희망사항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을 경험할수록 하기 싫은 것이 늘어나긴 했다. 마케팅 관련 회사에서 여러 아이디로 돌려가며 댓글 공작 같은 걸 시켰을 때도 내 안에 무언가가 시들었다.


그 와중에 페북이나 카카오스토리에(언제 적 이야기ㅋㅋ) 글을 쓰면 다들 글을 배워보라고, 글을 써보라해서(진짜 권유 많이 받았다) 1년간 백수로 지내며 반년은 글로 돈을 버시는 분들의 강의를 듣고 글을 쓰는 코스에 참여했고 반년은 신춘문예등단한 시인의 강의를 듣기도 했다.  그리고 브런치, 블로그 기타 등등 글을 써재끼고 글을 써보라는 권유를 했던 사람들에게 쓰고 있다 보여주니 이제 그 말들도 쏙 들어갔다. ㅋㅋㅋ (하고 있으 더 이상 권유 안 하는 걸 거라 믿는다.ㅋㅋ)


방송작가 아카데미 권유도 있어  아시는 분이 방송작가를 장기간 하고 계서 진지하게 상담을 하고 경험담을 들어봤는데 그냥 이야기만 들어도 내 안에 무언가가 또 시드는 느낌이어서 쳐다보지도 않았다.ㅋㅋㅋ


이 밖에도 생계를 위해서 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했었다. 내비게이션회사, 보험사, 전화국의 하청 업체에서 사무보조를 하기도 하고, 섬유회사에서 일하기도, 협회에서 알바를 하기도, 화장품 공장, 물류센터 등에서 육체노동을 하기도 했었다.


진짜 내 이력서 보면 잡탕 그 잡채라.. 지원하는 곳에 그나마 비슷한 걸 추려서 따로 작성한다ㅋㅋ 그래서 일한 기간은 길지만 경력은 반토막쯤으로 줄어든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끈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마저도 '한 회사에서 오래 한 적이 없네요' 란 질문을 받기 십상이었다.


이렇다 보니 오래 버텨보자 하고 억지로 이를 악물고 일하다 보면 이상하게 몸에 염증 같은 것이 생겨 CT를 찍거나, 이유 없는 통증이 온다거나 하며 격렬하게 몸이 저항했다ㅜㅋㅋㅋ (난 아픈 게 너무 싫다.) 견딜만한 곳도 있었는데 3년 차에 소시오패스와 한 팀이 되며 막장 드라마를 찍고 나를 포함 4명이 거의 같이 퇴사하는 큰일도 겪었다. 이쯤 되니 그냥 이것이 내 팔자인가 싶어지는 것이다.ㅋㅋㅋ


어쨌든 나는 내가 이상한 걸까? 싶었는데  질문에 답하기 위해 탐색하던 중 또 다른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모든 것이 되는 법'이란 책이었다.

출처 : 도서 모든 것이 되는 법


뭐야 내 얘기잖아!! 싶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이 책을 발견한 것이 너무 감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출처 : 도서 모든 것이 되는 법

ㅋㅋㅋ읽다 보니 진정한 천직이라는 신화라는 파트도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쓰는 '천직을 찾았는가?'란 질문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곳에 집중해 장인이 된 사람들도 난 늘 동경한다.  


그리고 이 질문이 있었기에 나는 이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내가 다능인의 여러 가지 요소에 부합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이 책에 어느 한 부분 버릴 것 없이 모든 부분이 공감이 갔다. 누가 내 속에 들어갔다 나와서 쓴 것 같았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다니!!


다능인들은 모순되는 점과 놀라운 점을 소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난 모순에만 집착했다. 끈기 있게 이어가는 것을 실패할수록 더더욱 계획을, 내가 되고 싶은 것을 말하기 어려워졌다.


이 책에서는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대신 완벽한 날에 대해 상상해 보길 권한다. 아침에 어디서 일어나며 주변 분위기는 어떠며 나는 무엇을 하며 그렇게 내가 그리는 하루를 말이다. 이 질문에서 난 진짜 박수를 쳤다. 심지어 다능인들은 이 하루가 여러 개일 수 있다고ㅋㅋㅋ 그래도 줄여보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길을 잃을 때마다 그 완벽한 날을 읽어보는 것이다. 보완해가기도 하고 수정해가기도 하면서.


웃긴 건 이 날조차도 변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는데.ㅋㅋ '네.. 그 점이 불안했어요'하고 대답할 뻔. 그렇지만 대략적으로 그림을 그려놓는 것은 중요한 시발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능인들에게는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다능인도 개발된 다능인과 그렇지 못한 다능인이 있는데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라 이것이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개발되지 않은 다능인이라고 우울해할 것은 없는 것 같다.(나도 개발되지 않은 쪽에 속하는 것 같다.) 심지어 이 책을 읽을 여유조차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


나는 여러 직종을 옮겨 다니며 우리나라 노동환경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다능인이라는 걸 알아도 일을 하며 개발 수 없는 환경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노동환경을 겪어본 것. 그게 내 자산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그것 또한 나의 자산이었다.


다능인이 추구해야 하는 직업은 돈과 다양성 그리고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돈은 생존의 문제고 뒤에 다양성과 의미는 다능인에게 필요한 삶의 요소일지 모른다.


나는 소띠다. (갑자기 왜 띠얘기ㅋㅋ) 사실 나는 일복이 많은 편이다. 그게 억울할 때도 있었는데 소띠니까 그런가 봐 하고 퉁쳤는데 다른 의미를 연결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는 버릴 곳이 하나도 없는 동물이다. 뼈까지 삶아 활용한다. 나의 지난 시간들도 소와 같다. 버릴 것이 없다. 누군가는 버릴 것이라고 얘기한다 해도 나는 버리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건 다능인뿐만 아니라 모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무엇이 나의 천직일까 고민하는 모든 인생들에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당신의 인생에는 버릴 것이 없다.


사실 저 책을 읽기 전  '천하장사 마돈나' 영화 속 주인공의 단짝친구인 종만이 장래희망이 매일 바뀌는 캐릭터인데 예전에 봤을 때 공감이 가서 이 글에 언급하려 했었다.ㅋㅋ


출처 :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종만이는 천직을 찾았을까? 못 찾았다면 '모든 것이 되는 법' 이란책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겠지만.. 종만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추천해주고 싶기도 하다. 종만도 어쩌면 다능인일 수도 있으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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