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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재영 Apr 08. 2023

10. 누구에게 꽃을 주었는가?

주는 것과 받는 것.

살면서 내가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정말 단 하나도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을까?


오늘 이 이야기의 주인공도 그런 위기가 오게 된다. 실직을 하고 헌혈을 하려 하였으나 그마저도 거절당한 것이다.


(남일 같지 않은 게 나도 요즘 헌혈을 하려 하면 철분이 부족해 거절당하고 혈장이라도 하려 했는데 혈관이 얇아서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기억이 있다. 어릴 때는 찌르면 나오는 게 건강한 피인 줄 알았건만.. 나눌 수 없는 시기가 온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어쨌든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렇게 낙담하다가 우연히 화단을 발견하고 꽃을 심고 피워 주변사람들에게 열심히 나눠준다. 그렇게 나눠주던 가운데 받는 상황도 오게 된다. 그리고 역시 책 속의 일화답게 그로 인해 회사에 취직도 하게 되는 해피엔딩으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


이 챕터의 질문 그대로 나도 누군가에게 꽃을 준 적이 있었다. (진짜 꽃을 주었다.) 차이점은 저 주인공은 먼저 준 사람이고 난 받고 나서 고마움에 준 사람이란 차이일 것이다.


친분이 없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었던 적은?


생각해 보니 15년도 더 전의 일인데 갑자기 퍼뜩 떠오른다.

대학을 다니며 편의점 알바를 할 때였는데 저녁에 어떤 여성분이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것이다. 편순이 편돌이 들은 알겠지만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사기꾼인 경우도 있고 급해서 빌렸더라도 잊어버리고 안 갚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여성분은 차 키와 휴대폰을 다 차에 두고 문을 닫았다고 했는데 평소 같으면 거절했을 텐데 왠지 너무 당황스러운 일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덥석 5천 원 정도를 빌려드렸다. 빌려주면서도 그냥 이 돈은 이 여자에게 주는 돈이구나 난 다시는 돌려받지 못할 돈이구나. 난 얼굴도 모르는 여자에게 동정심에 휩쓸려 돈을 뜯겼다. 난 호구다. 이런 생각을 했다.ㅋㅋㅋㅋㅋ


그리고 나도 그 일을 잊어버렸다. 한 일주일 후쯤 그 여자분이 다시 찾아오셨다. 얼굴을 보고 아! 하고 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까먹다가 마주쳐서 더 그런 것 같았다. 그 여자분은 편의점이 집이랑 멀어 바로올 수 없었다면서 그 돈을 갚겠다고 돈을 주시면서 갑자기 공연 티켓 두장도 함께 주셨다. 감사해서 갚는 것 외에 다른 걸로 보답을 하고 싶다며 주신 거였다.


그 일이 문득 생각이 난다.


사실 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무언가를 주기에는 너무 어려운 세상이다. 받는 것도 그렇고... 얼마 전 중학생이 낯선 어른에게 음료수를 받고 마셨는데 마약이었다는 뉴스기사도 본 적이 있다ㅜㅜ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도 무언가를 주고받는다. 물론 선의를 베풀어도 선의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후회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받은 것이 더 많아 후회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질문에 답을 떠올리며 이유 없이 받았던 것들이 떠오른다. 먹튀인가 싶게 그 후로 보답을 한 적도 없던 것도 떠오른다.(생각해 보면 생각보다 나는 뻔뻔스럽기 그지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유 없이 누군가에게 오늘도 꽃을 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 따뜻함들을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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