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서로를 보다'
유명인과 연예인들 사진촬영 작가로 이름 난 조세현씨는 인물사진을 찍을 때는 눈을 잘 찍어야 한다고 한다. '가능하면 카메라의 정면을 바라보게 하여 눈을 마주치며 찍기'는 그가 지금까지 지켜오는 인물사진 작업에 대한 원칙이다. 그는 사람의 눈을 보면 착한지, 나쁜지, 슬픈지, 기쁜지 등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다 보인다 한다. 그래서 가장 진솔하게 인물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고 했다.
‘눈’에 관한 나의 이야기가 있다. 오래전 어떤 소통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진행자가 옆에 있는 사람과 짝을 지어 손을 잡고 눈을 10초간 바라보게 했다. 10초라면 지극히 짧은 시간이지만 개인적 친분이 없는 상대와 –상대도 마찬가지겠지만- 나의 사적인 거리 안에서, 그것도 손을 잡고 눈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눈을 들여다 보자, 과장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이 보였다. 첫인상에서 보지 못했던 순수한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보였다. 순간 사람에 대한 긴장과 경계가 사라지고 가슴이 따뜻한 감정으로 출렁였다. 진심으로 상대를 사람과 사람으로서 껴안고 이해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연민의 감정이 일었던 체험이었다.
윤여림 작가가 글을 쓰고 이유정 그림 작가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 <서로를 보다>가 그런 느낌을 준다.
동물들의 눈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 느낌.
동물원의 동물들은 인간에게 즐거움과 호기심을 채워주는 수단으로 존재한다. 사람들이 동물원에 가는 것은 즐거움을 위해서지, 동물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 책은 독자에게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며 수단으로서의 동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동물을 들여다보길 권하다.
글과 그림이 간결하다. 인간과 동물이 대화하는 형식으로 교차하며 진행된다. 인간의 피상적인 질문에 동물들의 담담하고 솔직한 대답이 귀를 솔깃하게 한다. 그림도 좋다. 원근감과 클로즈업된 장면들, 특히 자유로운 동물들의 동적인 모습과 반대로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의 위축되고 무기력한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대조된 그림을 보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아이러니가 분명해진다.
책을 읽고 나면 질문하게 된다. 인간은 동물들을 우리에 가둬두고 각각의 ‘존재’를 보여 주려고 하지만 과연 그 존재를 제대로 보여 주고 있는지,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동물원에 무엇을 보러 가는지, 사람들이 동물원에서 본 것은 무엇인지, 동물원에서 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
'네가 젖먹이 동물 가운데 가장 빠르다며? 한 시간에 백 킬로미터 속도로 달릴 수 있다니, 멋지다. '
'글쎄, 난 잘 모르겠어. 그렇게 달려 보지 못했거든. '
'너는 먹이가 많은 호수를 찾아 한 번에 몇 킬로미터씩 날아가는구나. '
'여기서는 먹이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 그래도 가끔 날고 싶긴 해. 아무리 날갯짓을 해도 날 수 없지만.'
바람처럼 초원을 달리는 동물 치타, 치타는 누워 있다. 구름처럼 하늘을 나는 동물 쇠홍학, 쇠홍학은 가늘고 긴 다리로 서 있을 뿐 날지 않는다. 나뭇가지를 타고 숲을 누비는 긴팔원숭이, 긴팔원숭이는 길고 힘센 팔로 하루 종일 창살에 매달려 있다.
달리지 않는 치타는 치타가 아니다! 하늘을 날지 않는 쇠홍학은 쇠홍학이 아니다. 긴 팔로 숲을 옮겨 다니지 않는 긴팔원숭이는 긴팔원숭이가 아니다! 동물원에는 동물이 없다!
‘너희 사람은 아주 똑똑하다고 들었어. 자연을 이해하는 능력이랑, 자연을 파괴하는 능력 모두 뛰어나다고.’
인간의 이기심. 역사 속 인간은 늘 이기적인 모습으로 사회를 발전시켜왔고 또 파괴하여 왔다. 가족, 직장, 마을 공동체 속에서 서로 모여 돕고 살지만 많은 것을 존재로서가 아니라 필요에 의한 수단으로 이용 한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과연 잘 알고 있는지. 우리가 보고 있는 것, 과연 제대로 보고 있는지, 인간은 정말 똑똑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동물원에서 생각했습니다. 치타는 치타답게. 가젤은 가젤답게, 사람은 사람답게 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의 모든 생명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우리가 만들 수 있을까?’ - 작가 윤여림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작가는 ‘자기다운 삶’에서 온다고 한다. 치타답게, 가젤답게, 사람답게. 사람들은 동물원을 만들어 동물들이 누려야 할 동물다운 삶을 빼앗았다. 우리 인간은 자유로운가? 너무 거창하다. 질문을 좁혀서 해보자. ‘나는 어떤가?’. 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가? 나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은 무엇이 있는가? 스스로 만든 것인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인가? 나답게 살기 위해 어떤 노력과 행동이 필요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자.
'함께 행복하려면?'
개미들은 땅 밑을 걷고 있어요
비둘기들은 뾰족탑 위를 날고 있고요
그 사이에 사람들이 있어요. -엘리자베스 매독스 로버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시다. 짧은 세 줄의 문장이지만 모든 생명은 그것이 크든 작든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자연과의 연대감을 갖게 한다. 이기심으로 파괴되는 자연에 대한 책임감, 인간의 오만함을 경계시킬 수 있는 내용이라 한때 많은 아이들과 공유했다.
자연의 질서가 파괴되면 인간 또한 그 재앙을 피할 수 없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함께 행복할 방법을 찾자.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은 등지고 있던 우리 안의 동물과 우리 밖의 동물인 사람이 마주 보는 장면이 나온다. 바바리양의 속눈썹과 부드러운 눈빛에 빠져든다. 인간의 잔혹함에 분노하기보다 담담한 저 눈빛! 저 눈을 쳐다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툭 한 마디가 튀어나온다.
“미안해!”
엄마에게 주는 말
#책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느낌을 표현해 보세요..(느낌말 카드)
#멸종된 동물들을 조사해 보세요.
#토론해 보세요.(동물원이 안전해서 행복하다 / 자유가 없어 불행하다)
#1:1로 눈을 들여다보세요.어떤 모습이 보이나요?
#나를 동물로 표현하자면 어떤 동물과 닮았나요?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