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행의 에세이_한 젊은이의 죽음
한 남자가 선로로 들어오는 열차에 몸을 던진다. 급제동이 걸린 열차는 얼마 못 가 멈춰 섰지만, 남자는 이미 목숨을 잃은 뒤였다. 시신의 모습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검붉은 피가 열차 바퀴와 선로를 흥건하게 적셨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모여들었고, 달려온 경찰들은 사람들을 가로막고 그 앞에 안전 휀스를 쳤다. 사고가 수습되자 열차는 다시 운행을 시작했고, 사람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가던 길을 갔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깔려 죽은 레일을 타고 직장으로 학교로 또 약속장소로 갔다. 그렇게 일상은 전과같이 흘러갔다.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았고, 세상에서 달라진 것도 없었다.
그러나 괜찮지 않은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사고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는데, 그 사건 이후로 그는 자꾸만 전에는 하지 않던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안 하던 실수를 했고, 안 하던 말을 했고, 안 하던 생각을 했고 멍해지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유는 알지 못했다. 그냥 열차에 치여 죽은 남자의 모습이 머릿속에 자주 떠올랐을 뿐이다. 남자는 자신이 괜찮지 않다고 생각했고, 이 세상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누군가의 숨이 허망하게 끊어졌는데도 간단하게 일상으로 복귀하는 사람들이 이상해 보였다. 이쯤 되니 남자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정말로 이상한 사람은 누구인가. 사람들이 이상한 건가, 자신이 이상한 건가. 한 사람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이 이상한가, 아니면 그 죽음의 목격으로 삶에 균열이 생겨 일상이 힘들어진 자신이 이상한가.
지금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안타깝게도 전자의 세상이라고 답해야 한다. 젊은이 하나 죽어 나가는 것 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세상’ 말이다. 한 젊은이가 세상의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우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다! 바뀌는 것도 없다! 우리는 내일이면 더 아무렇지 않게 이 이상한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앞으로 계속해서 이런 세상에서 살아도 좋다는 의견 표명일 테다. 젊은이들이 차별과 혐오를 견디다 못해 죽어도 좋다! 그래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은 이렇게 잔인한 말이다. 그것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그림을 그려볼 수 없게 만드는 폭력성을 품은 말이다.
그러니 진심으로 묻자, 정말로 이대로 가도 괜찮은가? 이대로 가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차별과 혐오 속에 죽어가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원한다. 이상한 것은 이상하다고 사람들이 앞다투어 들고 일어나는 세상을 원한다. 그러기에 더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원하고, 진정한 애도를 원하고, 그 고통이 힘들게 치유되기를 원한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세상’을 경멸하고 그에 분노한다. 내가 괜찮지 않기를, 한없이 마음이 불편하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