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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하바 Apr 16. 2021

판다처럼 동동





커다란 열기구들이 하늘을 가득 채운다는 

미국의 벌룬 페스티벌을 보러 가며 

아이보다 사실 남편과 내가 더 들떴었다. 


들 뜬 마음도 잠시, 본격적인 축제는 시작되었지만

하나하나 순서대로 공기를 주입하기 시작한 거대한 풍선들은 

좀처럼 떠오를 줄 몰랐다. 


만 세 살 아이는 기다림에 지쳐 몸을 배배 꼬았고,

따가운 여름 햇살에 얼굴이 익어가는 채로 우리도 풍선처럼 달아오르고 있었다. 


입으로 커다란 튜브를 불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불어도 불어도 바람이 들어가고 있기는 한건지 미동도 없는 튜브.

어느 순간엔가 울룩 불룩 제법 바람이 들어차고 있는 모양새가 나지만

그러고도 한참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지만 

비로소 단단해 지는 그 기다림의 시간을. 


아이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 때쯤

드디어 한 개의 풍선이 떠올랐다. 

뒤 이어 하나, 또 하나, 그리고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열기구들이 

제각각 하늘 위로 올라가 자리를 차지했다. 


열기구들은 모두 비슷한 양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하늘로 올라간 후

크게 축제장 한 바퀴를 돌고 정해진 자리로 내려갔다. 

열기구들이 떠오를 때, 사람들의 반응은 마치 미리 입을 맞춘 듯 비슷했다. 

우리 머릿 속의 그것과 유사한 열기구가 떠오르면 본 체 만 체 했지만,

엘비스 풍선이나, 성조기, 거대 판다 모양 열기구에는 열광했다.

 

글쓰기도 그와 같다.


하나의 글이 완성되는데에는 길이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맨 입으로 튜브를 불어내는 것 같은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수많은 글들이 온라인 플랫폼과, 종이와, 노트북 안에서 탄생하지만

사람들의 관심과 환호를 받는 글은 소수일 뿐이다. 

아, 미처 떠오르지 못하고 바람만 넣다 사라지는 글들은 부지기수겠지.


판다처럼 동동,

올라가기까지 힘이 들어도 짐짓 그렇지 않은 척 여유롭게 동동,

기왕이면 박수갈채 받으며 동동, 떠 있는 글 쓰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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