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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바보 Oct 20. 2023

정답 없는 투수 교체, 작두 타거나 계산 하거나

포스트시즌을 처음 치르는 감독들은 투수 교체 시점에 고전한다.

단기전 잘한다는 감독들은 결과가 어찌 됐건 신경 쓰지 않고 교체 타이밍을 빨리 잡는다. 모든 걸 쏟아붓는다. 결과적으로 바꾼 투수가 실점하더라도 그건 결과론이다. 바꾸지 않고 후회할 바에 바꾼다. 바꾼 다음 막고 못 막고는 투수에게 달려 있다. 막을 확률을 높이는 게 감독의 몫이고, 막는 건 투수의 몫이다.

이걸 가장 잘했던 감독이 김태형 해설위원이다.


 김 위원은 두산 감독 시절 포스트시즌 투수 운영은 대단했다. 승부사적 기질과 동물적 감각(이라고밖에 표현 못 하겠다)이 늘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김 감독이 명장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단기전 운영이다. 현장에서 본 어떤 감독보다 잘한다. 동물적? 본능적 감각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선발이든 구원이든 '투수를 언제까지 던지게 할 것인가'는 시즌 내내 화두다. 144경기 긴 시즌은 선발이 최대한 한계 투구 수까지 던지는 게 최고지만, 지면 끝나는 포스트시즌은 다르다. 내일이 없다.

선발투수가 실점하기 시작했다.


바로 구원을 올릴까? 조금 더 믿어볼까?


구원투수가 올라와서 잘 던진다.


구위가 좋더라도 1이닝만 던지게 할까? 조금 더 맡겨볼까?

철저히 계산대로 하거나, 흐름과 현재 선수 컨디션을 보거나 선택이다. 흐름과 선수 컨디션, 상대 타순과 대결까지…, 이 모든 걸 김 전 감독이 가장 잘했다고 본다. 무리한 기용으로 혹사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지만, 단기전에 혹사가 어디 있나. 선수 커리어에 우승이 추가되고 추가되지 않고는 천지차이인데.

기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담당팀의 실패한 포스트시즌은 2021년 삼성이다.

2021년 삼성 전임 감독은 말 그대로 '긴장' 그 자체였다. 긴장한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경기 전 인터뷰 때도 떨림이 느껴졌다. 2경기 동안 계속 그 상태였다.


계산대로 야구하던 사람이라 포스트시즌도 공식대로 운영했다. 결과는 줄 점수 다 주고 투수 교체가 이뤄졌다. 위기 대응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공교롭게 상대였던 두산 김태형 감독은 매번 작두를 탔다. 양 팀 사령탑의 단기전 운영이 극과 극으로 비교가 됐고, 초라하게 무너졌다.


2전 2패로 초라하게 퇴장한 정규 시즌 2위 삼성 전임 감독이 보고 조금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줄 점수 다 주고 교체, O감독의 패배다'라는 기사를 썼다.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볼 수 없게 됐지만….

5위로 시즌을 마친 두산의 2023년 시즌이 끝났다.


어쨌든 아쉬웠던 투수 운영이 두산의 포스트시즌을 한 경기로 마치게 했다는 경기 평을 남겨본다. 두산 팬들은 늘 작두를 타던 감독 경기를 보다가 초보 감독 수 싸움을 보느라 아쉬웠을 듯하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단기전에 다시 오를 날이 오면 이 감독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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