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둥아리

by 뇨옹

애써서 곱게 싸 들고왔건만.

차 주전자 주둥이가 부러져버렸다.

뚜껑도 손잡이도 속도 멀쩡한데 고놈에 주둥아리가 똑 부러지는 바람에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쓰레기 봉지안에 넣어두었다.


속이 여물고 겉이 번지르르하여도 결국 그 마지막 한끗이 부러져버리면 도로아미타불이다.

고놈에 고 주둥아리가 뱃속에 품은 찻잎을 불리고 걸러서 향과 함께 고이 따라 손님에게 대접하기 위한 부분이기에.

차마시는 시간을 좋아하게 된 것은, 차를 마시는 시간만큼은 이상하게도 상대와의 대화에 온전히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아서이다. 시간과 공간의 방에 들어가는 느낌? 늘 핸드폰을 수족처럼 끼고다니는 현대인에게 잠시 눈앞에 앉아있는 대상의 주둥아리에 집중하게 되는 것같다.


입까고 글쓰는 연습을 해야겠다.

누군가와 차를 기울이며 대화를 나눌때 조금 더 깊은 향을 낼 수 있도록.


2017.10.23

공학부2호관 10층 라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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