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메모리 컴퍼니

당신의 기억을 기록해 드립니다.

by 야초툰

나는 메모리 컴퍼니에 협업을 제안하기 위해 먼저 메모리 칩 아이콘에 있는 대표 홈페이지를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팝업창에 '더 메모리 컴퍼니 3주년 기념 이벤트 아이디어 대 모집'이라는 문구가 깜빡였다. 나는 그 문구를 보는 '순간 이거다! 이걸 이용해야겠다'라는 생각에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팝업창을 타고 들어가보았더니 더 메모리 컴퍼니를 소개하는 문구가 반짝이며 모니터에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더 메모리 컴퍼니는 여러분의 기억들을 영원히 기록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회사입니다.

저희 회사 초기에는 알츠하이머 병 발병률이 노인 인구에 60% 이상으로 급증하게 되면서, 많은 세대의 사람들의 자신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저장해 두고 싶다는 수요가 늘어나자 국가적인 사업으로 지정되어 세계 유명한 뇌 과학자들과 컴퓨터 공학자들이 모여 설립하게 된 회사로, 나노 메모리칩에 당신의 기억들을 나노 단위로 나누어서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조그마한 창에는 지금 검색되고 있는 기억들이 키워드 형태로 올라가고 있었다. 1위는 행복했던 엄마와의 기억 2위는 부인 몰래 훔쳐보는 첫사랑의 기억 3위는 우리가 행복했던 그 시절 등이 보였다. 물론 검색창에 보이는 기억들이 자신의 기억은 아니기 때문에 철저한 보안에 막혀 그 기억들을 훔쳐볼 수는 없지만 자신의 어떤 기억을 저장해 둘까? 라는 생각에 가끔 답을 얻을 때도 있었다. 그리고 암암리에 소설가들 사이에서는 마음에 드는 소재가 있다면 더 메모리 컴퍼니에 중계 하에 비용을 지불하고 사는 경우는 더러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 기억은 그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없었던 것 때문이었을까? 한 번도 더 메모리 컴퍼니에서 연락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오늘 내가 제안자가 되어 더 메모리 컴퍼니에게 제안하기를 눌렀다.


Title 누구나에게 호텔에서 아름다운 추억 하나는 있다.


Dear The Memory Company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서울 중구에 위치한 작은 부티크 호텔에서 근무하는 호텔 관리자입니다. 물론 로봇이 아닌 휴먼 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렇게 더 메모리 컴퍼니 관계자님께 연락드린 이유는 이제 곧 더 메모리 컴퍼니가 설립된 지 3주년이 됨에 따라 다양한 이벤트 제안을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저 또한 아이디어가 있어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제 아이더의 주제는 호텔에서의 나만의 추억 공유하기입니다. 제가 20년 넘게 호텔에 근무하다 보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이유로 호텔을 방문합니다. 그렇다는 것은 그들의 기억들 또한 다양한 주제로 남아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더 메모리 컴퍼니가 3주년을 맞이한 만큼 저희 호텔과 협업을 하여 호텔에서의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가진 사람들을 파티 형식으로 모아 파티도 즐기고 1등으로 뽑힌 기억을 영상화해서 영화처럼 틀어주면 어떨까 합니다.


아시다시피 로봇이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인간적인 이야기를 좋아하고 심지어 검색해서 찾아다니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들의 감정적인 부재의식을 사람들로 북적이던 시간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함으로 인해 채워지는 이벤트를 하는 겁니다. 마치 그들이 같은 공간에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갖게만 한다면 기억에 남는 큰 이벤트가 되리라 자부합니다. 저희 호텔 또한 사람들의 기억을 호텔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상기시켜준 고마운 호텔이 됨으로 인해 서로가 상부상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참고사항으로 제가 호텔에서 경험했던 기억을 글로 각색해 첨부파일로 같이 보냅니다. 아마 그 첨부파일을 보신다면 제가 왜 이런 제안을 하게 되었는지, 잊고 있었고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기억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더 메모리 컴퍼니 관계자님들도 아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없어졌지만 영원히 제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그 호텔을 추억하며…….


From Su Heo/ Hotel Assist Manager/ Small Boutique Hotel


나는 메일과 함께 내 기억을 첨부파일로 함께 보내기 위해 컴퓨터에 내장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카메라는 여느 때처럼 자동으로 나의 안구 스캔을 하더니 AI가 나와 관련된 단어들을 추출했다.


호텔리어, 결혼, 가족, 유년시절, 나만의 비밀 등 여러 가지 단어들이 나열되고, 당신의 어떤 기억을 꺼내보고 싶으신가요? 라는 질문이 깜빡이면서 모니터에 나타났다. 나는 기억의 조각들의 파일 중에 “내 생애 가장 찬란했던 순간들”이라는 문구를 적자 더 메모리 메모리칩에서 축출된 과거의 기억들이 시간 순서에 맞춰서 나열되었다.


Ⅰ. 말 못 하는 짐승 계약직 시절


예약부서에 갈래? 말래?


그 호텔에 가고 싶어서 청심환을 먹었다


매일 울고 싶었던 계약직 1년


동기는 정규직, 나는 다시 계약직


지금 그 손님은 어디에?



Ⅱ. 슬슬 자신의 발톱을 드러내는 짐승 사원 시절


침묵의 시간의 끝에 드디어 나와 마주하다.


나의 동료들 내 동료


세상에 이런 일이?


소문은 소문을 부른다.


Ⅲ. 그 짐승이 미친 개었다는 걸 증명한 주임 시절


흑역사라고 부르고 전설이라 남긴다.


내부자들 vs 내부자들


후계자를 양성해야 하고 싶어졌다.

Ⅳ. 늙은 개가 아닌 노하우를 가진 대리 시절


쉼과 삶사이


초고속 하이 패스를 지나며


미팅 미친 미팅


당신의 SNS는 감시당하고 있습니다.


0이 도망간 요금


뻔하고 흔한 말들에 대처하는 늙은 개의 노하우


다시 한번 인생 터닝 포인트


컴퓨터가 다시 나에게 물었다. 해당 기억을 영상으로 축출하시겠습니까? 글로 써서 문서로 저장해 드릴까요? 내가 이라는 단어를 적자 첫 번째 챕터부터 한글로 번역되어 타이핑되기 시작했다. 매번 영상으로 본 기억을 처음으로 글로 써지기 시작하자 그때의 잃어 버렸던 기억들이 다시 머리속에 각인되어 펼쳐지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내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내 기억의 제목인 '내 생애 가장 찬란했던 순간들'이라는 글자가 표지로 찍혀 따닥따닥 소리를 내며 프린팅 되기 시작했다.


'크흐 아무리 내가 이름을 지었어도 너무 잘 지었네."라고 눈을 감으며 더 메모리에서 이 파일을 열고 내 제안을 받아 들이는 모습을 상상하며 나는 글을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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