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 사용 설명서
건강검진을 하고 생각이 많아졌다. 그동안 내 몸에 관심을 주지 않는 죄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치를 뚫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먹을 때는 패스트푸드 었으나 움직일 때는 슬로 모션 아니면 스탑머신이었기 때문에 소화가 안되고 쌓인 음식들이 소리 없이 아우성을 지르고 있었다. 빨간 숫자로 가득 채운 건강검진 결과에 충격도 잠시 남편의 종이는 검은 숫자로 가득했다. 자기는 위장이 커서 건강, 나는 위험이라는 결과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키가 크니 장기들도 커서 소화가 잘 되는 건가?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듯이 남편 따라먹다가 나만 과체중이라는 도장을 받게 되다니... 빨간색 도장을 받게 된 나는 2월부터는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나 혼자 하면 분명히 하다 말게 분명하므로 모든 계획에 남편을 넣기로 했다.
1. 오전 9시에 남편과 사과와 검은콩 두유 같이 마시기
2. 아파트 무인 헬스장을 끊어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가기
3. 요가를 끊어 남편 끌고 같이 가기
계획을 세웠으니, 남편에게 통보하면 된다. 그마저도 나에겐 누워서 떡 먹는 절차.
갑자기 나는 남편 앞에서 핸드폰으로 바쁘게 무엇을 신청하는 척한다. 그러면 남편은 다가와 묻는다.
“뭐 해?”
“아 근처에 요가원 생겨서 다녀보려고 등록했어”
“…. 나는?”
남편의 치명적인 약점. 샘이 많다는 것이다. 내가 애플 왓치를 사면, 다음날 쿠팡으로 갤럭시 왓치가 배달이 온다. 언년이 언니가 건강검진을 받았다고 하면, 샘이 많은 걱정인형은 자동으로 건강검진을 등록한다. 물론 혼자 가기 무서우니 내 것도 자동 등록하며 말한다.
"다 너를 위해서"
어릴 때부터 자기 것을 온전히 갖지 못해서 생긴 욕심의 일종이라고 하나, 내가 봤을 땐 태어날 때부터 볼때기에 샘이 가득해 보였다. 다만 지금은 그 화살이 나를 향하고 있을 뿐. 그렇게 나는 남편이 무언가를 하기 원하면 말하기만 하면 된다.
"야 너도?"
그렇게 남편은 매우 건강했지만, 샘이 나서 나와 같이 건강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게으른 부부가 이제는 건강한 부부로 탄생하길 바라며..
다음화부터는
게으른 사람들이 진짜 일어나는 이야기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건강한 삶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