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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초툰 May 07. 2024

죽은 호텔 살리기

다음 차기작은?


소설 한 작품을 끝나가면, 불현듯 다음 이야기의 소재가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이번엔 뭐랄까? 예전부터 끊임없이 떠오르던 생각들이었다.


 아마도, 옛 동료들이 만나면 나에게 뿌려놓은 작은 홀씨가 아닐까 싶었다.


만나기만 하면 흔하게 하는 대화들.


“예전에 정말 우리 열심히 일했는데….”

“무엇이 우릴 그렇게 열심히 일하게 만들었을까? “

“야 무슨 이유가 있어?! 까라니까 까는 거지 그런데 까라는 까다 보니 대가리가 까였네.”

친한 언니는 요즘 탈모라며 꾹 눌러쓴 모자를 까보이곤 했다. 누구랄 것 없이 배를 잡고 웃기 시작한다.


이런 위트들을 이젠 글에 담고 싶어졌다. 그냥 수다로 묻히는 대화가 아닌 그들이 내 소설에서 뱉는 말들로 말이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떠올려본다. 이들과 다시 일한다면 어떤 에피소드들이 떨어질까? 끊임없이 불평하면서 할 것을 하는 J언니,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컴플레인 마스터 H, 4개 국어 능통하게 하는 T, 그리고 예전에는 눈물 많은 울보였지만 이제는 당당한 특급호텔의 매니저가 된 M.


일은 힘들었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가 좋아 손님들이 뱉은 욕들을 침으로 승화시켜 내뱉을 수 있었던 기억들.


다만 한 가지 스토리를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슬립으로 쓰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세월을 정통으로 맞아 변해버린 이야기를 쓰고 싶다.


이야기 시작은 아마도 2년 전만 해도 코로나 때문에 혼자 호텔에서 일했던 경험을 녹여 그들을 다시 주인공의 공간으로 초대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아마도 주인공이 그들을 이렇게 초대하는 메시지는


“그냥 작은 소일거리 한다고 생각해. 예전에 엄마가 인형의 눈을 붙이듯이 하는 그런 사소한 일을 해줘”


 겠지? 낚싯대에 작은 미끼를 끼워 대어를 낚듯 그렇게 하나하나 모여 죽은 호텔을 살리는 이야기


그래! 바로 이거야! 상상만으로도 짜릿해져 나는 주먹을 불끈 쥔다. 이번 소설 대박 나겠다며 아무도 없는 버스 안에서 나 혼자 낄낄된다.


버스 기사 아저씨는 이상한 사람이 버스에 탔다고 오해하는 듯 백밀러로 나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나는 아저씨를 향해 소심하게 외친다.


’ 아저씨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제 남편도 버스기사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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