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헤어지는 100가지 이유

주인은 서로 사랑하지만 그림자들은 아닐 수도 있다.

by 야초툰

"야 그림자 황혁 그냥 나랑 9대 1로 하자 네가 9야 잘 생각해!"


"아니.. 그래도"늘"이랑 약속한 게 있는데..."


"야 어차피 계속 볼 인간도 아니고.. 그리고

네가 약속한 사람은 "늘"이잖아 너 쟤 봐봐 지금은 그림자 "하늘"이야.

검게 그을려 있는 거 보이지?

그러니까 너는 쟤랑은 약속하진 않은 거잖아 나랑 그렇게 하자"


"아.. 그렇긴 한데.. 재는 도대체 뭐야.. 인간이야? 그림자야?"


"머.. 둘 다라고 할 수 있겠지 그건 뭐 지금 여기서 중요한 건 아니고

야! 빨리! 쟤 깨기 전에 결정해야 해 내가 9가 아니고 네가 9야

정신 차려 그림자 황혁!"


"아.. 어.. 그래 그럼 빨리 가자 쟤 깨기 전에..."


그림자 세상 입구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검은 그림자 "하늘"을 깨우지 않고 그냥 버려둔 채로 실이와 그림자 황혁은 무언가 무언의 눈동자 메시지를 보내고, 그림자 세상 입구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그들의 발걸음은 하늘 그림자 도서관을 향하고 있었다. 어느덧, 그 둘의 그림자가 점점 멀어져 그림자 세상 입구에서 사라졌을 때쯤, 그림자 "하늘"은 실눈을 뜨며, 머리가 아픈 듯 이마에 손을 짚으며 일어났다.


"아.. 아이고 머리야... 실이야 도착했어?"


그림자 "하늘"은 정신을 차리면서 실이와 그림자 황혁을 연신 불렀지만, 불안하게 아무 소리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제야 주변에 자신 외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어쩌면 자신이 죽 쒀서 개 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밀려왔다.


"아.. 젠장.."


그림자 "하늘"은 지끈대는 머리를 손으로 간신히 움켜쥐고, 검은색 네모난 박스에 그림자 모양의 카드를 대고 말했다.

"삐삑.. 중복중복 처리입니다."

"야초 나 하늘이야.. 아 머리야.. 퇴근 처리해 줘"

"지지 지직~ 이미 실이 님이 30분 전에 동반 퇴근 처리하셨습니다. 지지 지직~”

그 말을 듣는 순간 불현듯 밀려온 생각이 명백한 사실로 바뀌어버렸다.


‘망할 그림자들!’

복수하리라 라는 생각으로 그림자 "하늘"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전속력으로 하늘 그림자 도서관으로 뛰어갔다.


'내가 난생처음 내 손으로 번 돈인데...'


"하늘"이 도서관 문을 열었을 때는 이미 그림자 황혁은 사라지고 없었고, 서로를 쳐다보고 웃고 있는 김 대표와 실이가 보였다. 문을 열고 땀을 흘리며 들어오는 그림자"하늘"을 보고 김 대표는 웃으며 환영해 주었다.


"아 수고했어요 하늘 씨 모든 일은 실이한테 들었어요."

"…..”


그림자 "하늘"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당당하게 웃고 있는 실이를 째려보며 억울한 입을 씰룩거렸다.

김 대표는 그런 하늘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생끗생끗 웃으면서 실이의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우리 실이가 다 해결했다면서요? 그림자 황혁을 찾아 설득하는 것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에요! 아 그리고 글쎄 그림자 황혁과 실이가 책에서 그림자 글씨를 찾아서 처음으로 돈을 찾은 그림자가 됐어요. 하늘 씨도 봤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 그.. 그건.. 제가.."


"아무튼, 하늘 씨 너무 수고했어요 얼른 가서 쉬어요 아! 그리고 실아 굳이 나한테 니 몫을 줄 필요는 없는데... 이 돈 나한테 다 주는 거야?"


김대표는 자신 손에 들려 있는 두툼한 돈 봉투를 쳐다보며 실이에게 말했다.


"네! 김 대표 제가 지은 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제 성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 내가 그림자 세상에서 돈을 쓰는 건 처음이라... 흥분되긴 하네 깔깔깔 하지만 그렇다고 실이 네가 지은 죄가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야 실이! 명심해!"


"당연하죠 김대표님 실이의 작은 성의라고 생각해 주세요"


"그럼 뭐.... 그러지 뭐 깔깔깔깔"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그림자 "하늘"은 멍한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두툼한 봉투로 부채질을 하고 있는 김 대표와 그에게 꼬리를 치고 있는 실이의 모습이 점점 자신 안에 분노로 바뀌어 얼굴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그 얼굴을 김대표는 힐끗 보고서는 하늘에게 말을 걸었다.


"아.. 하늘 씨 얼굴이 많이 빨간데 괜찮아요? 처음 맡은 일이 너무 힘들었나 봐요.. 그래 기분이다! 그 언니한테 편지 보낼 때 쓴 돈은 그림자 부채장부에서 지워줄게요. 이렇게 빨리 해결해 줄거라 기대도 안 했는데 고마워요."


"아... 네.. 네?"


갑자기 자신의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김대표의 말에 당황한"하늘"에게 김 대표는 추가로 오늘 숙박비도 받지 않겠다며 콧노래를 부르고 나갔다. 그런 그를 따라서 얄미운 실이가 "하늘"에게 손을 안 대고 코를 푸는 흉내를 내면서 다 자신이 해결했다는 듯 신나게 꼬리를 흔들고 나갔다. 그들이 도서관을 빠져나가자 "하늘"은 갑자기 도서관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리다가 풀려 버린 다리에 힘이 빠져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책상에 올려져 있던 김 대표가 읽고 있던 파란색 책도 하늘의 손에 맞아 바닥으로 떨어졌다.

투툭..

우연히 자신 옆에 운명처럼 떨어진 책의 표지를 자신도 모르게 읽게 되었는데...

"김대표가 읽던 책인가? 책 제목이... 그림자 판도라의 상자?"

그때 갑자기 그림자 판도라의 상자 책이 하늘로 떠올라 촤르르 펼쳐지면서 그 책 속에 김대표가 밑줄 쳐져 있던 글자들이 우수수 소리를 내며 하늘의 머리 위로 천둥이 치듯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모든 기억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지울 수 없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작은 상자 안에
그 기억들을 꽁꽁 묶어 숨겨 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만약.. 그 상자들이 점점
물에 젖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 누구도 그 결과가
행운의 네 잎 클로버가 될지
불행의 씨앗이 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림자 판도라의 상자>

요란한 소리를 내뿜던 번쩍이던 빛들은 자신이 할 말을 다 한 듯, 마치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김대표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였다. 순간, 쏟아지는 천둥소리에 놀라서 그림자 입주 센터 문을 열고 도망 나온 "하늘"은 자신의 등뒤에서 울리는 행운의 네 잎클로버가 될지 불행의 씨앗이 될지 라는 말을 김 대표에게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김 대표는 저 책을 읽고 나에게 말했던 건가?.. 판도라 상자 라니... 분명 내가 알기론.. 판도라의 상자는 열면 많은 재난의 근원이 되거나 알면 위험해지는 비밀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자였는데.. 그럼 그림자 세상에서 판도라 상자는 나와 연관이 있는 건가?...'


하늘은 어쩌면 자신이 지금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 떠오르는 영상들이 그림자들의 과거 기억들과 무언의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당분간은 조용히 도서관에 있는 책을 읽지 말고, 분류만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판도라의 상자가 나와 연관되어있던 아니던 상관없어 그건 열리면 절대 안 돼..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나 때문에 더 이상 그림자 세상에 분란을 일으키면 안 돼'



어제 있었던 일이 그림자 "하늘"에게는 힘들었는지, 아침에 늦잠을 자고 말았다. 하지만 다행히 어떤 그림자도 하늘 그림자 도서관에 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하늘"은 하루 종일 졸다가, 사라진 그림자들을 마주치면 던질 예상 질문을 적으면서 오전 일정을 마쳤다. 오후에는 하늘은 그림자 세상 입주 입구에 서서 문지기 야초에게 서둘러 출근 도장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빨리 끝내고 돌아와서 쉬려고...”


심지어 오늘은 구명조끼도 미리 챙겨서 기절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늘이 겨우 허풍 떠는 강아지를 따돌렸다고 생각했을 때, 검은색 강아지 실이가 하늘의 냄새를 맡고 미친 듯이 쫓아오고 있었다.


"왈왈왈 야 혼자 가게? 나를 데리고 가야지!"


"...."


"야 삐졌어? 야 나도 살아야지 이 일 끝나면 나 실직자야 나 좀 이해해 줘라"


"...."


"너는 앞으로 네 영혼 찾으면 돈 많이 벌 수 있잖아”


실이가 꼬리를 치며 "하늘"에게 애교를 피웠다.

그런 실이를 싸늘하게 무시하고 그림자 "하늘"은 말없이 물속으로 사라졌다.


"아야!!!!"


사라지는 그림자 "하늘"을 검은 개가 미친 듯이 개헤엄을 치면서 쫓아왔다.


"야 미안해~미안하다고~더럽고 치사하다 이번에는 네가 다 가져!!"


금빛 한강 공원 9-B 표지판 앞 물에 젖은 인간 "늘"과 그 뒤를 바짝 쫓아가는 실이가 먹은 물을 뱉으며 나타났다.


"퉷퉷 야 이제 기절 안 하네?"


"죽 쒀서 개 안 줄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지."


"뒤끝 장난 없네.."


그때였다.

9-B 표지판 다리 위에서 남녀가 다투는 소리가 공원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 소리에 그 둘은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싸움 구경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사람과 개처럼 숨죽여서 가까운 풀숲으로 숨어서 그들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양볼이 붉게 타오르는 한 남자가 여자를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었고, 여자는 양손을 허리 위에 올리고 짝다리를 하며 턱을 남자 쪽으로 연신 올리면서 "때려봐 때려봐"라고 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남자가 한숨을 쉬며 소리쳤다.


"아니 결혼기념일 정도는 까먹을 수 있지 뭐 그렇게 난리야?"


"뭐 난리? 결혼할 때 뭐라 그랬어 다른 건 몰라도 결혼기념일은 매년 챙겨준다며!!!"


"내가 언제?! 기억 안 나!"


"내가 이런 사람을 뭘 믿고.. 흑흑 결혼을 한 거야.. 흑흑.. 헤어져! 우리 헤어져!"


"그래 그럼 나도 이제 지긋지긋하다 그리고 결혼은 너만 했니? 나도 했어 그런데 맨날 선물은 왜 나만 해야 돼?


"흑흑.. 마음도 밴댕이처럼 쪼잔한 놈! 몇 번이나 챙겨줬다고 아주 그 꽃 사주고, 동네 마트에서 싸구려 케이크 사준 게 그렇게 아깝냐? 너 변했어 헤어져!"


그리고 그 둘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찢어지며 사라졌다. 갑자기 실이가 익숙한 향수 냄새가 난다고 코를 벌름거리더니, 인간들이 사라진 뒤로 남은 검은 그림자 둘을 향해 소리쳤다.


"저들이야! 오늘 우리가 찾아야 하는 그림자 둘!"


그리고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늘"은 순간 당황했지만 빠르게 실이를 따라 다리로 올라갔다.

다리에는 인간 둘은 사라지고 9시가 되어 퇴근하는 그림자 둘이 서로를 껴앉고 기뻐하고 있었다.

남자 그림자가 말했다.


"야 드디어 성공했어 저 닭살 커플 드디어 헤어질껀가봐!"


"대박 저것들 때문에 맨날 너랑 뽀뽀하고 안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제 안 해도 될 것 같다!"


"야 나도 너 정말 싫어! 내 주인이 왜 네 주인이랑 눈 맞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다른 예쁜 여자들 많았는데.."


"뭐래? 나야말로 네요. 내 주인은 그냥 길을 걷다가 못생긴 돌부리에 잘못 걸린 것뿐이야! 감히 어딜 넘봐!"


"너는 꼭 그렇게 내가 기분 좋을 때 기분을 잡치더라?!"


"흥 너야말로!"


그림자들은 서로를 껴안았던 게 1분 전인데, 다시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고 있었다. 조심스레 그림자 둘에게 인간 "늘"과 실이가 다가가 물었다.


"그림자 송준과 그림자 조우리 씬 가요?"


(동시에)"네 누구시죠?"


"늘"은 일전의 경험을 살려 실이의 반대편에 서서 그들을 에워싸며 말했다.


"그림자 세상에서 나왔습니다. 저희랑 가시죠"


그리고 당황한 그들을 향해 실이가 이빨을 내보이며 경고를 했다.


"잠깐이면 됩니다. 저쪽으로 가서 이야기 좀 나누시죠."


그림자 둘은 마지못해 그들이 안내하는 쪽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한번 합을 맞춰 봤다고, 이제는 바늘과 실처럼 호흡이 딱딱 맞는 "늘"과 실은 그림자 황혁과 대화를 했던 금빛 하늘 도서관 앞 벤치로 그들을 데려갔다. 익숙한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인간 "늘"은 오늘 오전 내내 사라진 그림자들에게 할 예상 질문들을, 그들을 향해 던졌다.


"왜 그림자 세상에 돌아오지 않으시는 거죠?"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림자들 중 여자 그림자 조우리가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


"이 그림자가 제 주인의 남편 그림자라서요! 저는 너무 싫거든요 저 그림자가!"


그 말을 들은 그림자 송준이 얼굴을 들고 말했다.


"저도요! 저도 저 여자 그림자가 너무 싫어요! 그런데 우리 주인들이 부부예요 즉 매일 마주쳐야 해요. 심지어... 스킨십도... 당신이 그 기분을 알아요?!


"일단 한분씩 말씀해주세요 정신이 없네요 먼저 그림자 송준 씨가 설명을 해주세요 이게 어떻게 된 건지.. 당신 머리에 왜 희미한 불빛이 비추는지 말이에요."


흔들리는 남자 그림자의 눈이 여자 그림자를 쳐다보았고, 그들 앞에 실이가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을 하고 있었다. 그 위협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남자 그림자 송준이 입을 뗐다.


"사실..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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