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그림자
"이곳은?"
미친 듯이 "늘"을 쫓아오던 실이의 눈앞에 불 꺼진 금빛 하늘 도서관 나타났다. 그곳 출입구에서 "늘"은 멈춰 서서, 떨리는 손으로 직원 출입카드라고 쓰여 있는 검은 카드를 직원 출입구 카드 기계에 갖다 댔다.
그 순간
“디디딕”
마치 마법처럼 직원에게 열려야 할 출입문이 거짓말처럼 마치 직원인 "늘"을 환영하듯이 굳게 잠긴 문이 스르륵 열렸다. 그런"늘"을 보며 당황한 실이는 따지듯이 물었다.
"늘! 미쳤어? 이런 곳을 무단 침입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 그리고 그 카드는 뭐야? 너 어떻게..."
"사실은 무단침입은 아니야.. 나는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이니까."
"그게 무슨....!"
"늘"은 아무 말 없이 금빛 하늘 도서관을 손으로 가리켰다. 실이가 바라본 그곳에 정확히 하늘과 도서관이라는 글자 사이의 공간에 희미하게 그림자라는 글씨가 비쳤다. 그리고 천천히 실이는 그 이름을 읽어보았다.
"금.. 빛 하늘.... 그림자.. 도서관!"
"맞아 이곳이 그림자 세상에서 하늘 그림자 도서관이라고 부르는 곳! 맞아! 내가 일하며 사는 그곳 말이야! 김 대표가 그랬거든 그림자 세상은 현실 세계에 있는 것만 비친다고 그래서 내가 들고 있는 이 직원 카드 겸 출입카드도 이곳에서 실제로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여.. 여기 들어가서 어쩌려고?"
"너는 안 들어가도 돼 그냥 여기 지키고 있어! 현실세계에 도서관에는 개는 출입금지거든!”
"뭐...?"
그리고 "늘"은 급하게 그림자 황혁만을 끌고 들어가 2층 종합 자료실로 향했다. 그들 뒤로 도서관 문이 닫히고, 그 문 뒤로 당황해하는 실이의 모습이 보였다.
"감히 그림자 따위가 나한테!! 오늘 당한 이 치욕을 반드시 갚아 주리라! 으르르릉"
그림자 황혁을 끌고 도서관에 들어온 “늘”은 늦은 밤 마약을 탐지하는 개처럼 미친 듯이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여기 어디쯤인데...'
"늘"은 눈을 가늘게 뜨고 에세이라고 적혀 있는 구역 책장에서 무언가를 찾듯 열심히 눈을 굴리고 있었다. 그런 "늘"에게 그림자 황혁도 가만히만 있을 수 없어서 말을 걸었다.
"같이 찾아 뭘 찾는데?"
"당신... 아니 과거의 당신이 쓴 책"
"뭐?"
"분명 그 책에서 본 그림자가 당신과 같았어. 당신의 그 목에 흰점을 보고 생각이 났어. 당신이 내가 오늘 아침에 읽은 그 그림자의 부자 병법이라는 책을 썼다는 사실을 말이야"
"내가 썼다고? 나는 기억이 없는데..."
"그래 그건 당연한 거야... 이 기억은 당신이 그림자 세상에서 거울을 통과하기 이전의 기억이니까.. 뭐랄까? 거울에 의해 지워진 기억이라고 해야 하겠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당신의 잊힌 기억이 적힌 책을 읽었을 때 마치 영화처럼 내 눈에 그 기억들이 보였어. 당신이 나에게 영롱한 영혼이 연설하는 기억을 보여주었을 때처럼 말이야. 분명 당신이었어. “
"무슨 말인지 통...."
"아 여기 있다. 그럼 이 근처에 분명..."
"늘"은 909.9 이~라고 붙여 있는 책장 칸 끝에서 덩그러니 놓여있는 부자 병법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림자의 부자 병법은 그 옆에도 그 앞에도 없었다. 오늘 자신이 본 건 부자 병법이 아닌 그림자의 부자 병법이었다. 당황한 "늘"은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침착해 늘... 그림자 세상에 있으니까 이곳에도 분명 있어야 돼 그런데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하지 어디 있을까? 아침에 그 책을 읽었을 때 그 책 이름은 분명 그림자의 부자 병법이었어 그냥 부자 병법이 아니었는데..‘
그때 갑자기 옆에 서 있던 그림자 황혁이 책 부자의 그릇에 비치는 그림자에 손을 쑥 넣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혹시 이거야? 그림자 속 뭔가 익숙한 냄새가 나면서 계속 반짝여서 손을 넣어봤더니 뭔가가 잡히네 “
그림자 황혁이 넣은 그 손에서 그림자 부자 병법이라는 책이 쏙 하고 나왔다. 그리고 그 책 표지에 "늘"이 아침에 먹었던 불고기 버거 소스가 묻어 있었다. 그림자 황혁은 자신 손에도 뭍은 그 소스를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입에 갖다 대더니 소스만 먹어도 놀라운 맛이라는 것처럼 "늘"을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늘"은 황급히 그 책을 닦으며
"아.. 이거.. 맞아! 그럼... 그 그림자의 부자 병법이라는 이름 그 자체가 그 책의 그림자라는 뜻이었구나! “
무언가를 깨달은 "늘"의 눈에서 반짝 빛이 났다. 그리고 그 책을 들고 대출해주는 책상 위에 꽂혀 있는 아무 펜이나 잡아 그와 자신의 손에 들고 말했다.
"우리는 이 책에서 그림자라는 글자를 찾아 밑줄을 그어야 해! 어릴 때 빙고는 해봤지? 그냥 글을 읽지 말고 그림자만 이어진 글자만 찾아서 밑줄 그어. 그럼 그 밑줄이 그림자 세상에 있는 그 책에도 그어질 테니 말이야! 오늘 아침 내가 먹다가 묻힌 그 불고기 버거 소스처럼... 말이야.. 결국, 두 세계는 연결되어 있는 거야 서둘러 시간이 없어 “
"내가 왜....?"
"그거면 당신의 가난을 끝낼 수 있거든. 굳이 당신이 그렇게 힘들게 인간의 몸을 차지할 이유도 없어지는 거라고. 일단 찾아."
"아. 어.."
그 순간 분명 과거 "늘"에게 볼 수 없는 무언가가 자신을 이끌고 있음이 느껴졌다. 평생 아무에게도 쓸모없다고 생각한 자신이 처음 스스로 무언가를 찾았고,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그 사실이 자신에게 새로운 희열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모든 감정의 끝에는 이 일이 끝나면 자신의 몫으로 떨어질 돈들로 주연한테 편지를 보낼 때 생긴 빚을 갚을 생각에 더 열심히 그 단어를 찾게 되었다. 그렇게 그림자라는 단어를 찾으면서, 인간들이 말하는 흔히 검은 욕망인 “희열과 탐욕”이라는 감정을 처음 느낀 “늘”은, 이전의 소극적이고 소심했던 자아에 만년필의 잉크가 툭 하고 떨어져 하얀 천이 검은 물이 들기 시작한 것처럼 검은 욕망의 감정들로 물들기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주연에게 편지 쓸 때 빚을 갚을 수 있어.. 그래 이 돈이면... 빚뿐이겠어?’
그에 비해, 아직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그림자 황혁에게 “늘”이 빠르게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단순하게 이 책에 그림자라는 글자마다 과거 당신의 돈을 숨겨져 있어. 그러니까 기억이 지워지기 전에 당신이 이 책에 돈을 숨겨 두었다고 보면 돼 남편이 부인 몰래 비자금을 숨겨 두듯이 말이야. 아마 그 돈은 당신이 그림자 세상에서 평생 쓸 수 있는 정도가 되겠지? 생각해봐 책 제목이 괜히 부자병법이 아닐 테니까 말이야. (꿀꺽꿀꺽) 그러니까 우리는 그림자 세상에 있는 김 대표를 찾아가 이 책에서 찾은 그림자 단어 개수만큼 돈으로 바꾸는 거야. 알았지? 그러니까 잘 들어! 여기서부터 중요해 우리가 받을 돈은 정확히 7대 3으로 나누는 거야. 물론 내가 7이고 당신이 3이야!”
"그럼 원래.. 내 돈이었다는 말이잖아 왜 7대 3이야? “
"하지만 내가 없었으면 그 돈 찾기나 했겠어? 어디 가서 이런 고급 정보를 구하진 못한다고 7 대 3 콜? “
".. 그.. 그건 그렇지. 콜"
그 말이 끝나자마자 "늘"은 서둘러 마치 계약을 하듯 서둘러 그림자 황혁에게 새끼손가락을 걸고 서로의 손에 사인을 했다. 그렇게 그 둘은 그림자라는 단어를 미친 듯이 찾아 밑줄을 긋기 시작했고, 99개의 그림자라는 단어를 찾았다. 그리고 그게 아마도 그림자 세상에서 책 속에 넣을 수 있는 최대치 글자 수 인 것 같았다. 탐욕에 눈이 먼 "늘"이 마지막 글자를 체크하고 책을 덮으려는데, 그림자 황혁이 에필로그에 적혀있는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내가 이곳에서 이렇게 많은 돈을 갖고 있다고 해서 내가 내 주인에게 느끼는 죄책감, 아니 나에 대한 환멸을 떨칠 수가 없었다. 더욱이 그가 점점 죽어가고 있음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그는 정말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 사람. 모든 일에 정직했던 사람이었지만 현실세계에서는 그저 열심히 살지만 가난한 20대 청년이었다. 만약 이 돈을 그에게 조금이나마 쥐어 줄 수 있다면 내 이 고통도 지워질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오늘 김 대표를 찾아가 부탁을 했다. 다음에 내가 다시 태어날 때에는 아주 게으른 사람을 주인으로 나와 묶어 달라고 말이다. 다음 생에는 비록 가난하지만 내가 느끼는 처참한 이 고통을 그 그림자는 겪지 않길 바라며 말이다.
<그림자의 부자 병법 중에서>
마치 그 글 속에 느끼는 감정을 직접 느끼듯이 말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거울이 그림자의 기억을 가져가지만 그 감정까진 지우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도서관 밖에서는 울부짖는 개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것들아!! 이제 돌아가야 돼! 해가 뜬다고!"
실이의 목소리였다. "늘"은 갑자기 해가 뜨기 전까지는 물에 들어가야 그림자 세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 김 대표의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서둘러 퉁퉁 부은 그림자 황혁이 들고 있던 책을 가로채 다시 원래 자리에 꽂아놓고 그를 간신히 밀어서 도서관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실이는 몇 시간을 기다린 줄 아냐며 감히 자기를 기다리게 했다며 화가 잔뜩 나 있었고 "늘"은 미안하다고 그동안의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그 설명을 듣는 중에 "돈"이라는 말에 실이의 눈빛이 번쩍이는 걸 불행하게도 원래 눈치 없고 복 없는 인간 "늘"로 다시 돌아간 “늘”은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실이에게 그림자 황혁의 뽀얗게 빛나는 흰 다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실이야! 그런데 저 그림자 다리는 어떻게 이미 그림자가 이미 차지한 그 황혁이라는 사람의 다리 말이야"
검은 그림자 황혁이 걸을 때마다 빛나는 하얀 다리가 눈에 띄었다. 실이는 그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야 "늘" 내가 뭐랬어? 물은 그림자들에게 에너지 같은 거야 금빛 한강공원에 그림자들이 충전하러 무조건 와야 하듯이 저 물에 들어가면 다 씻김을 당해 인간의 것들은 더욱더 그렇지 다시 원래 주인한테 돌아갈 거야 “
"그래서 사라진 그림자들이 그림자 세상에 돌아오지 않았던 거구나. 인간의 몸을 간신히 차지했는데 물에 들어가면"
"물거품인 거지.... 인어공주처럼 말이야. “
그렇게 그들은 9-B 표지판 앞에 도착했고, 그림자 황혁은 망설이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를 눈치챈 실이가 그림자 황혁을 으르렁대며 물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야 "늘"의 말 대로라면 너는 그림자 세상에 가서 냄새나는 그 불고기 버거 100개는 사 먹을 수 있어! 네가 인간이 되고 싶은 이유가 그거였잖아 뭘 망설여?!"
"아... 어.."
그림자 황혁은 주춤주춤 물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다시 재 확인하듯 뒤돌아서 "늘"에게 물었다.
"늘! 아까 한 말들 다 사실이지? 내가 하도 많이 속아봐서... 물론 너를 못 믿겠다는 건 아닌데. 확실히 해두는 게 좋잖아. 그리고 그 7대 3 잊지 않았지?"
아직도 망설이는 그 모습을 보고 이젠 "늘"이 대답했다.
"응... 말 모! 말. 모.!"
"뭐요..? “
"말해 모해 얼른.. “
그리고 툭 그림자 황혁을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와 동시에 실이도 늦었다며 "늘"을 보채며 들어갔다. 갑자기 "늘"은 그들을 보고 물에 따라 들어가면서 아까 경험했던 검은 그림자 욕망 의 후유증 때문이었는지 자신도 모르게 그림자들이 외치는 말을 따라 외치고 말았다.
"퇴근이다! 피로야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