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 고등학교 친구보단 대학친구!

by 에드윈



면허 갱신을 마치고 서면으로 향했습니다. 시간이 엄청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서 급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더라고요. 서면에서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거의 4년 만에 보는 친구들이네요.


4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어서, 한국에 사는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했습니다. 이날 만나기로 한 친구 둘도 결혼을 그새 했죠. 워낙 친한 친구들이어서 결혼식 참석은 못했지만 따로 축의금은 보내줬었습니다.


전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친구들 보는 거라 늦게까지 술 마시면서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친구들은 다 유부남들이다 보니 제수씨들 눈치가 좀 보이더라고요. 평일 일 마치고 집에 바로 안 들어오고 술 먹는 걸 싫어한다고. 그래서 걱정을 좀 했는데, 저 만나러 간다고 하니까 너무 늦게 들어오지 말고, 술 많이 먹지 말고 잘 다녀오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길래 좀 안심이 됐습니다.


솔직히 4년 만에 한국 와서 친구들 보는 거고 30만 원 축의금도 냈는데... 하루 정도는 술 마실 수 있잖아요,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10시 전에 친구들 보내야겠다. 하고 생각은 했습니다.




친구들은 원래 약속시간보다 좀 늦게 도착한다고 해서 '올리브 영'에 좀 들렸습니다. 이건 좀 자랑해도 될 것 같은데 밴쿠버에 있는 제 외국친구들, 특히 아시아 쪽 여자들은 한국 화장품이면 환장을 합니다. 밴쿠버에서 굳이 비싼 배송료에 제값보다 비싼 돈 줘가면서 올리브 영에서 화장품 주문하는 사람들도 꽤 있더라고요.


이번엔 화장품 하고 스낵을 좀 사 와 달라고 부탁을 받아서 그걸 사러 올리브 영에 갔습니다. 스낵은 말린 복숭아하고 말린 베이글 스낵 같은 거였는데 저도 먹어볼 겸 각각 6 봉지씩 샀습니다. 화장품도 이것저것 주워 담다 보니 계산금액이 10만 원이 훌쩍 넘어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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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을 하면서 직원분께 "이 스낵들 인기가 많나요?"하고 여쭤보니 "네, 그런데 외국분들이 더 좋아하세요. 특히 중국분들 오시면 엄청 사가시더라고요."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속으로 '아, 한국말 안 했으면 나도 중국사람인 줄 알았겠네...'하고 생각했습니다. 올리브영에서 과자를 12 봉지나 사는 한국인이... 어디 있겠어요.




올리브 영에서 나오니까 친구들도 서면에 도착했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에 마지막으로 왔었던 게 4년 전인데 그땐 제가 짧게 오기도 했고 시간이 없어서 친구들을 못 봤었습니다. 그래서 거의 6년 만에 보는 친구들이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더라고요.


서로 보자마자 "야, 진짜 하나도 안 변했네?"하고 웃었습니다.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느껴서 그런지 얼마 전까지 만났던 사이처럼 편안하더라고요. 바로 치킨을 먹으러 갔습니다. 전 치킨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오랜만에 왔는데 회 먹으러 가자, 고기 먹으러 가자"하는거 "회는 싫고 고기는 하도 먹어서 괜찮다고. 옛날 느낌 나게 치킨이나 먹자." 하고 치맥을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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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을 먹으면서 사는 이야기 하다가 일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하는 일이 기술직이다 보니 일 이야기를 하는 게 재밌기도 하고 굉장히 유익하거든요. 특히 한국은 캐나다보다 치열하고 경쟁적이다 보니 아직 캐나다에 넘어오지 않은 테크닉이나 기계들이 많아서 그런 이야기 듣는 게 좋았습니다.


사실 예전엔 이런 이야기하는 게 싫었었습니다. 만날 때마다 돈돈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싫고, '돈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들도 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근데 막상 살아보니 돈이 행복을 가지고 오진 않지만, 최소한의 행복과 30대에 접어든 남자의 의무랄까요 그런 걸 위해선 돈이 있어야 되겠더라고요.


한국보다야 삶이 여유롭지만 이민 1세대가 연고도 없는 곳에 와서 맨땅에 헤딩하는데 한국에서 생각한 것처럼 여유롭게 살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샌 아주 열심히 일하고 돈을 더 벌 궁리를 합니다.


이제 제 입에서 돈 이야기가 나오고, 사업 이야기도 나오고 주식 이야기도 나오는 것 보면 옛날의 제가 절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하네요.


대학생땐 꿈을 찾아서 살겠다고, 만약에 그렇게 살고 있지 않다면 나 자신이 너무 비참하고 실망할 것 같다고 그렇게 말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꿈을 찾아 살겠다는 결심이 많이 옅어진 건 사실입니다.


아마 대학생이었던 제가 지금의 저를 본다면 "배신자 새끼."라며 혀를 끌끌 차겠지만 '아직도 꿈을 버리진 않았으니까, 내가 할 수 있을 만큼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으니까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그래서 요즈음 드는 생각이 사람은 변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고쳐 쓰는 건 아니더라도 스스로가 변해야겠다고 다짐한다면 언제든 변할 수 있다. 그게 인간의 매력이자 또 삶의 재미가 아닐까요.




전 고등학교 친구들보다 대학 친구들하고 연락을 더 많이 하는 편입니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거의 연락이 끊겼고, 딱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덜 들더라고요.


어렸을 땐 몰라도 이쯤 나이가 되니 이제 집이니 차니, 결혼이니, 집이니 하는 이야기가 주로 술자리에서 나오는데 전 한국의 그런 문화를 거의 모르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흥미가 덜 가고, 친구들은 캐나다는 어떻냐고 물어보면 또 그걸 이야기하는 게 한두 번은 괜찮은데 볼 때마다 그런 이야기를 하려니 피곤하더라고요.


대화주제가 안 맞으니까 이상하게 고등학교 친구들하곤 멀어지고 대학 친구들과는 아직도 살갑게 연락하곤 합니다. 대학친구들은 아무래도 같은 일을 하는 친구들이다 보니 이야기 주제가 더 잘 맞죠. 물론 일 이야기하면 조금 꿀꿀하긴 하지만...


그래서 고등학생땐 선생님들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이 "고등학교 친구는 평생 친구다. 군대 빼고는 남하고 이렇게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는 게 쉽지 않으니까 싸우지 말고 친하게들 지내라."였던 거 같은데 저에게 맞는 이야기는 아니네요.


전공 특성상 대학 친구들하고도 고등학생 때처럼은 아니지만 실습 과제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거든요. 실습하다가 실습실 문 닫을 때가 되면 몰래 빈 강의실 들어가서 실습 마저 하다가 치킨, 맥주 시켜서 강의실에서 몰래 먹고, 술 취해서 실습 정리하고 그냥 학교 앞 술집 가서 술 마시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사고도 많이 치고 다치기도 많이 다치고 잃어버린 것도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런 것도 다 추억이 돼있더라고요.


"야, 그때 xx 술 엄청 먹고 화장실에서 토하다가 변기가 막혀가지고 아주머니한테 엄청 혼났잖아.",

"넌 추석 전날에 술 먹고 지하철 막차 타러 간다고 뛰어가다가 발목 접질려서 다음날 깁스 했었잖아.",

"과제하다가 캐스팅 실수해서 한 달 동안 한 거 날려먹고 점심때 소주 까고 수업 들어갔다가 교수님한테 "술 먹었으면 앞자리 앉지 말고 뒤에 가서 앉던가 나가라."라는 소리도 들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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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야기하면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놀았습니다. 3차까지 술을 마셨고, 유부남들은 빨리 집에 들어가고 다음날 일도 해야 되니까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다음에 한국에 들어오면 또 연락 주고, 다음엔 더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친구들이 해준 그 말이 참 고맙더라고요.


'또 언제 내가 한국에 올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렇게 기다려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참 행복하다.', '그래도 잘 살고 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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