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하지만 꿈이 한 열 개였으니 작가가 절실한 꿈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집에 틀어박혀 책에 파고드는 내성적인 아이였고, 늘 완결을 제대로 끝맺지 못했지만 모니터 앞에 앉아 인터넷 소설을 끄적거렸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4학년 땐 선생님이 아이들 앞에서 내 일기장을 읽어보라고 제안했다. 조용한 관종이었던 나는 웃긴 포인트를 살려서 읽었는데 친구들이 그때마다 손뼉 치며 웃는 걸 보고 내심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가끔 도전했던 백일장에서 받은 최대 수상이 장려상인 걸 보면 그다지 큰 재능은 없었던 듯하다.
어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글을 써서 올리면 정말 좋다고 말해주는 이들을 봤지만 그것도 소수일 뿐. 게다가 최근 작품 펀딩 또한 성공적으로 끝마치지 못했고, 함께 하던 출판사와는 뜻이 맞지 않아 서점 유통 전 계약을 종료했으며, 작품은 붕 떠버렸다.
그런데 그냥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가 하고 싶은 일을 맞닥뜨릴 때 우리가 보일 수 있는 태도는 두 가지다. 시작하거나, 시작하지 않거나. 시작하게 되면 대부분 그 과정이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으니 실수하고, 해결하기 어렵게 느껴지고, 마음을 태우게 된다. 이를 감당하기 싫어 시작하지 않는 이들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익숙한 일에만 몰두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생각한다. '그때 그걸 해봤으면 어땠을까.'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품고 살아가는 것만큼 아쉬운 것도 없다.
결과가 좋지 않을지언정 마음이 다할 때까지 하고 싶은 걸 밀고 나가면 한계를 맞닥뜨려도 담담히 인정할 수 있다. 결과는 그에 따라오는 부차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황을 불편해하고,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긴다. 맘에 드는 이성을 좋아하면 꼭 진지한 관계로 발전해야 좋다고 생각하고, 시험을 준비하면 그 끝엔 합격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즐기는 것이다. 그 속에서 충실했다면 끝이 어땠든 기회는 계속해서 오며, 결과만을 쫓으며 달리기 시작하면 삶은 너무나 길고 지루하니까.
그러니 원하는 게 있다면 일단 시작하고, 안 되면 좌절하지 말고, 이유를 분석한 뒤 또 하자.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이 과정을 계속하자. 꼭 빛나는 결실을 보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