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야감 Jun 18. 2023

3. 히든싱어[영탁편]에 나가다

모창에도 보컬트레이닝이 필요하다

유튜브에서 '영탁'을 치면 가장 높은 조회수로 나오는 영상이 막걸리 한잔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이 노래를 알지 못했다. 몇 개월 전 예 학교 제자 한 명이 이 노래로 무대를 했다고 영상을 보내주어 '아 이게 영탁 노래야' 했던 기억만 있었을 뿐.


주어진 4곡은 누나가 딱이야, 이불, 니가왜거기서나와, 찐이야였다. 아는 노래는 이불을 제외하고 3곡이었다. 일단 모든 노래의 영상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음원버전보다 현장감이 살아있는 라이브 버전을 선호하기에 모든 노래의 라이브 무대를 위주로 찾아보았다.


미스터 트롯에서 했던 찐이야 무대가 있었다. 워낙 히트했던 노래라 멜로디는 알고 있었지만 전곡을 들어본 적은 없었다. 영상을 집중해서 보았더니 꽤나 격렬한 안무와 함께 까랑까랑한 톤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높은 텐션을 유지하는 노래였다.


쉽지 않겠는데..

우리나라에서 모르는 사람 거의 없을 히트곡 '찐이야'


니가왜거기서나와는 미스터트롯 무대가 없었다. 무언가 조금 오래된 듯한, 안경을 쓴 영탁이 부른 영상들이 많이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스터트롯에 참가하기 전 막 트로트 가수 영탁을 널리 알리게 된 그의 최초의 히트곡이었다. 이 노래 역시도 높은 음역대의 파트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것 역시도 쉽지 않겠다..


이불은 처음 들어본 노래였다. 미스트트롯 이후 프로그램인 사랑의 콜센터에서 부른 영상을 볼 수 있었고 곡설명에 팬들을 위해 영탁이 특별히 만든 노래라고 했다. 다른 노래들과 분위기가 사뭇 다른 발라드 풍의 트로트였다.


그리고 마지막 누나가 딱이야. 이 노래는 빼놓을 수가 없었다. 노래를 제대로 알고 있지는 못했지만 우리 와이프에게 내가 불러주었던 노래. 어쩌면 이 노래가 지금 이 기회를 불러온 게 아닐까? 그리고 이 노래를 불러야만 내가 이 프로그램에 나갈 사연이 완성될 것 같았다. 노래의 난이도를 떠나 이건 무조건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노래들을 전체적으로 들어보며 멜로디를 익혀보았다. 처음 들어본 이불 보다 니가왜거기서나와의 멜로디를 익히는 게 가장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불과 찐이야 중에 하나를 선택하기로 하였다. 이불은 발라드 풍의 노래이기에 템포가 느렸다. 그러다 보니 박자나 멜로디 숙지가 미흡하면 실력이 뽀록날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느 정도 노래가 입에 붙었지만 녹음을 해서 보낼 때까지 완성도를 끌어올리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찐이야를 선택했다. 그렇게 노래 선택에만 4일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제 열심히 연습하고 빨리 녹음 파일을 보내야 했다.


"이왕 하는 거 보컬트레이닝 한번 받아볼래?"



와이프의 제안이었다. 와이프가 자기 계발 일환으로 잠깐 수업을 들었던 보컬트레이닝 선생님이 계셨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노래 부르는 발성이나 방식이 정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노래에 취미가 생겨 노래방도 많이 다니고 혼자 녹음하여 노래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려보기도 하고 녹음된 노래를 들으며 이리저리 다른 시도를 해보는 등 나름의 역사가 있었다. 그러면서 예전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소리를 내고 꽤나 높은 음역대가 까지 커버가 가능했기에 야매였지만 혼자서 잘 익혀온 게 아닐까라는 오만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그 제안에 대해서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다. 위에 언급한 나의 오만함이 첫 번째 이유였고 노래 일부를 모창 해서 부르는데 굳이 보컬 트레이닝까지 필요할까라는 것이 또 다른 이유였다. 더군다나 트로트 모창인데 일반 보컬 레슨을 받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이런 자의식을 얼른 깨버리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또 다른 경험과 실력의 확장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수업을 받기로 하였다.


선택한 노래 2곡을 녹음해서 선생님에게 미리 보내두었다. 선생님이 된 지 8년 차가 되어 다른 선생님에게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이 조금은 낯설기도, 설레기도 하였다. 선생님은 실용음악학원에서 수업을 하시는데 나와의 수업은 1회성 수업이다 보니 스케줄을 맞추다가 선생님의 작업실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선생님은 나보다 4살 어리신 분이었고 외모부터 예술인의 포스가 넘쳐흐르셨다. 먼저 떨리는 마음으로 작업실에 들어가 2곡을 연달아 불러보았다. 그리고 이후부터 티칭이 시작되었다.


결론적으로 고칠 것이 참으로 많았다. 지금까지 내가 불러온 노래에는 문제점이 많았다. 물론 아주 잘못된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호흡의 개념이 없었기에 개선이 필요했고 무엇보다 영탁의 노래를 들으며 그 소리를 내 귀로 곡해하고 있는 점이 많았다.


가령 찐이야의 경우 노래 시작의 찐찐찐찐을 내 귀는 목을 엄청 조여서 뽑아내는 소리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소리를 냈고 이는 목에 엄청나게 큰 부담과, 심지어 노래를 안 부르고 단지 찐찐찐찐을 듣기만 해도 목이 아플 지경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발성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노래 영상 분석을 통해 내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일깨워주었다. 덧붙여 올바른 소리를 내기 위한 원리, 연습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어떤 분야도 그렇듯, 내 마음대로 하던 처음보다 무언가를 배운 그다음이 퍼포먼스는 오히려 더 떨어지게 된다. 머리에 개념은 생겼는데 이를 의식적으로 적용하려는 생각과 실제의 괴리가 커서 더욱 그런 것이다. 노래가 그랬다. 하지만 최대한 익숙해지기 위해 연습에 매진하였고 마침내 예정날짜보다 하루 늦게 녹음파일을 작가님에게 보냈다. 누나가 딱이야의 사연을 최대한 살린 나름대로 맛깔난 자기소개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이틀뒤 답장이 왔다.

이전 02화 2. 히든싱어[영탁편]에 나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