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봄, 가을이 길지 않아 의류회사에서도 트렌치코트를 잘 생산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로 그 기간이 줄어들고 있냐는 것에는 개인적으로 의문을 갖고 있지만 필자에게는 비염이 터지는 관문인 그 계절, 가을이 찾아왔다. 지역마다 축제가 연일 열리고, 가수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계절, 하지만 그 왁자지껄과는 역설적으로 무엇인가 끝나간다는 것을 암시하는 시간, 가을이다.
나는 이 가을을 남김없이 탈탈 털어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도저히 이 날씨를 낭비할 재간이 없다. 잠시라도 자주 밖에 나가 이 기온, 이 습도, 이 분위기를 몸으로, 영으로 느끼고 흡수해야 한다. 이 시간이 좋은 이유를 시시콜콜 갖다 붙일 것 없이 그저, 지금이 1년에 얼마 안 되는 희귀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무얼 해도 좋은 시간이다. 좋은 일이 있어도 좋고 슬픈 일이 있어도 좋다. 감상에 푹 젖은 감정의 감칠맛을 몇 배는 올려주는 시간이다. 음악을 들어도 좋고, 그림을 감상해도 좋다. 길을 걸어도 좋고 가만히 앉아 경치를 바라보아도 좋다. 연인을 만나도 좋고, 연인과 헤어져도 좋은 그 시간, 가을이다.
나는 이 계절에 오지랖을 부려본다. 나의 가을 활용치는 이미 차고 넘쳤기에, 내 주위 사람들이 더욱 즐겼으면 하는 오지랖이다. 무엇보다 주위 사람들이 사랑했으면 하는 오지랖이다. 며칠 동안 다녀온 근교와 춘천의 명소에서 이 사랑 가뭄에 여전히 사랑하는 젊음들을 목도하였다. 그냥 그 자체로 아름답고 귀했다. 머리는 비우고 사랑을 한다는 것. 그냥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이 몸이 생각에 앞서 움직이는 대로, 그렇게 흘러가는 풍경의 아름다움. 인간의 젊음과 사랑, 그 모습이 무르익는 계절 가을이다.
우리 앞의 존재를 품어주기를, 사랑해 주기를. 영혼이 날로 풍부해지는 시간을 겪기를.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균형감을 놓지 않고 걸음걸음 나아가야겠지만 그 사랑이 걸음에 힘을 싣고 나아가는 이유를 선사해 주기에, 이 계절 우리는 부지런히 움직이고 느끼고 사랑해야 한다. 그런 계절,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