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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Nov 01. 2022

Chapter 2.(6) 그들이 살았던 세상

6. 정주농업, 번영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주다.

따지고 보면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떠나 아시아와 유럽, 오세아니아와 아메리카 대륙으로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채 10만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구가 약 45억년전 탄생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것이 얼마나 빠른 속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이 주로 이동했던 시기가 마지막 빙기로 매우 추웠다는 점입니다. 특히 약 2만 4천년 전~1만 8천년 전 사이는 마지막 빙기의 최성기(LGM: Last Glacial Maximum)였는데요, 이 시기지구의 연평균 기온은 20세기 중반에 비해 약 4°C ~5°C 정도 낮았습니다.¹ 이런 여건 속에서 이들은 상대적으로 더 추운 북쪽으로 진출하였고, 점차 현재의 베링 해협 쪽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곳으로 향해야 했을까요? 한마디로 살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날씨가 추우니 한 곳에서 머무르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고, 먹을 것을 구하기도 쉽지는 않았을 테니 끊임없이 움직였던 것이지요. 그렇다보니 이전에는 가보지 않은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갔던 것이죠.생존을 향한 절박함과 굳은 의지는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 절대자를 향한 믿음과 합쳐졌습니다. 아마도 '하늘에 계신 누군가와 우리 조상님들의 영혼이 우리를 지켜주고 도와줄거야' 정도가 아니었을까요? 서양 속담의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라는 말과 우리나라 속담의 ‘지성이면 감천이다’ 처럼 말이지요.


이토록 간절한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요? 약1만 1천700년 전 무렵 지구의 기후는 비교적 따뜻해져 오늘날과 비슷해졌습니다. 이것이 홀로세(Holocene)의 시작입니다. 삶의 조건이 이전보다 좋아진 셈이지요. 특히 서남아시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같은 지역에 자리한 인류 집단들의 규모는 점차 수 백명, 수 천명으로 불어났습니다. 그렇게이전과 같은 자유로운 이동은 제약 받게 되었고, 더 이상 정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하는 정착생활이 쉬웠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주변의 짐승들의 예기치 않은 공격에도 대비해야 했을 것이고, 갑작스럽게 변화하는 날씨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익숙한 수렵·채집 생활을 단번에 끊어 버릴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주로 머물고 있는 곳 주변의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숲이나 들에서 자라고 있던 식물들 중에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취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채집한 곡물 중 일부를 머무는 곳 주변 땅에 뿌렸습니다.² 어쩌면 이것은 처음엔 의도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일어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곡물을 옮기다가 일부 낟알을 쏟거나 흘리는 것 처럼 말이지요. 땅에 떨어진 곡물은 자라났을 것입니다. 이 과정을 본 사람들은 먹을 수 있는 식물들을 기르면 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야생 곡물의 재배가 거듭되면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낟알이 크거나 알이 많은 이삭들이 더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하게 되었고 이것들을 따로 선별하여 땅에 뿌렸습니다.

밀 중에 가장 초기에 작물화된 외알밀(Einkorn wheat)  (CC0 image at 위키미디어 커먼스)

그렇게 수확량이 점점 많아지면서 식물의 작물화가 본격화 되었습니다. 이는 앞서 살펴보았던 아부 후레이라 지역을 포함한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동북아시아의 양쯔강 지역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이곳들은 지리적으로 온화하면서 건조한 데 주변에 강이 자리하고 있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양쯔강 배후 지역에서는 약 1만년 전~9천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밀, 보리, 귀리, 콩, 벼 등의 재배가 이루어졌습니다.³ 이와 함께 동물들의 가축화도 이루어졌습니다. 이것들은 주로 양, 염소, 돼지, 소, 닭 등으로 농업 생산성을 높이면서도 양질의 식량 공급원의 기능을 했습니다.⁴


농업은 점차 약 4천년 전 무렵까지 온대 기후대 지역 대부분에 퍼졌습니다. 농업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각 인류집단들은 충분한 자원과 노동력을 지속할 수 있는 체계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각종 농기구를 개발하고 관개 수로 등을 건설하여 생산성을 계속 높여 나갔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생산량이 소비량을 넘어서게 되는 잉여 생산물이 만들어졌습니다. 그에 비례하여 집단의 규모 또한 계속 커져 수 천명을 넘어 수 만명에 이르렀습니다. 부족과 군장 사회를 넘어 도시국가,즉 문명이 출현하게 된 것입니다. 이로써 인류 집단은 저마다 풍요로운 안식처를 갖게 되었지요.

쐐기문자로 쓰여진 함무라비 법전의 비문 (CC0 image at  위키미디어 커먼스)

하지만 문명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세상 이치라는 게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는 법이긴 합니다만….일단 기존의 수평적인 체제는 무너져갔습니다. 대신 집단의 발전을 주도 했거나 높은 수준의 농업 기술력을 갖고 있는 소수의 구성원들에게 사회적 힘과 경제적 부가 집중되면서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체제가 자리를 잡게 되었죠. 그렇게 왕과 귀족 등의지배계층과 전문 기술인 등의 관료 집단들이 집단을 통제하기 시작했지요.


이들은 이러한 체제를 보다 확고하게 다지기 위해 문자와 숫자 등을 사용하여 여러 기록을 남기고 법과 제도를 만들어 통치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약 3천 8백년 전의 메소포타미아 바빌로니아 왕국은 쐐기 문자를 사용하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문법인 함무라비 법전을 만들었습니다. 약 3천년 전 경 메소아메리카의 마야 왕국도 약 20진법에 기초한 숫자표기법을 사용했습니다. 한편 중국의 상나라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한자의 초기 형태인 갑골문자를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지배계층들은 자신들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 체제를 계속해서 유지, 발전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통치가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어했지요. 그들은 그 해답을 ‘절대자를 향한 굳은 믿음’에서 찾았습니다. 그래서 신과 소통하고 제례 의식을 관장하는 성직자들을 곁에 두고 이들로 하여금 하늘의 절대자가 점지한 자가 바로 ‘지배계층의 대표자인 왕임’을 선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왕과 귀족들은 종교의 힘을 빌어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였고 피지배자들의 절대적인 복종과 결속력을 강화시켰습니다. 이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서서히 더 넓은 세상을 향한 욕망을 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가진 것은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탐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속에서 농민과 같은 피지배계층들의 삶은 점점 팍팍하고 어려워졌습니다.



1. Britannica encyclopedia. Climatic variation since the last glaciation, Global warming. global warming - Climatic variation since the last glaciation | Britannica. 2022.10. 31. 검색.


2. 박정재 (2021). 기후의 힘. 바다출판사 & Diamond J.(1997).  Guns, Germs and Steel. W.W. Norton (제러드 다이아몬드. (2005). 총.균.쇠. 김진준 역. 문학사상.) 참조


3. Parzinger, H. (2020). Die Kinder des Prometheus:Eine Geschichte der Menschheit vor der Erfindung der Schrift. CH Beck. (헤르만 파르칭거.(2020).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 나유신 역. 글 항아리) & Overy, R.J.(2010), Complete History of the World.Times Books.(더 타임스 세계사(개정판). 리처드 오버리 총괄 편집, 이종경·왕수민·이기흥 역.(2019). 도서출판 예경.) 참조


4.  Parzinger, H. (2020). Die Kinder des Prometheus:Eine Geschichte der Menschheit vor der Erfindung der Schrift. CH Beck. (헤르만 파르칭거.(2020).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 나유신 역. 글 항아리) & Overy, R.J.(2010), Complete History of the World.Times Books.(더 타임스 세계사(개정판). 리처드 오버리 총괄 편집, 이종경·왕수민·이기흥 역.(2019). 도서출판 예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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