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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Apr 17. 2023

Chapter2.(7) 그들이 살았던 세상

7. 정주농업, 전쟁이라는 저주를 걸다.

정주농업의 발전은 인류 집단의 확장과 사회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한 가지를 해볼게요. 정주농업은 전체적으로 인류에게 어떤 점을 달라지게 만들었을까요?  많은점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먹거리가 늘어났다는 점이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이상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고 사는 곳 근처에서 농사를 지어 먹을 것을 얻을수 있게 되었으니 상대적으로 힘도 덜 들었겠지요?


풍족해진 먹거리는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었습니다. 특히 비옥한 초승달 지대를 중심으로 농업이 본격화 된 BCE 7천년 무렵부터는 수백명, 수천명이 한 곳에 머물며 살아가는 인류 집단이 서서히 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농업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비량보다 생산량이 더 많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사람들은 더 이상 먹을 것을 찾는 데에만 매달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고요? 천천히 짚어가보자고요. 배가 고플땐 어떤가요? 개인적으로는 냉장고를 뒤적거리거나 핸드폰을 들고 음식 배달 메뉴를 뒤적거리는데요. 네, 그렇습니다. 배가 고프면 일단 배를 채워야합니다.그런데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어서 며칠 동안굶는다면 어떨까요? 심리적으로는 예민해지고 점점 움직일 힘도 사라질 것 입니다. 그런데, 굶을 걱정 없이 매일 먹을 것을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면 충분한 신체 영양상태와 심리적인 안정을 갖게 됩니다. 그렇게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요.

그리고 지금보다 더 잘 살아야겠다, 더 잘 살고 싶다라는 욕망이 샘 솟습니다. 농사와 목축도 지금 보다 더 잘 해야하고, 내가 속한 집단이 다른 집단 보다 더 잘 살아야합니다. 이런 욕망이 새로운 기술을 낳고 나아가법과 제도라는 체제 속에서 계급과 계층을 형성 시킨 것입니다. 특히 수천명의 집단을 통제하는 위치에 서 있는 지배계층들에게는  계속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 였습니다. 이것은 현실에 안주해서는 달성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한 집단이 소유한 땅에서 얻을 수 있는 먹거리의 양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일정기간 농사를 지은 땅도 휴식이 필요하고,  한 해 수확량을 좌지우지하는 날씨는 통제가 불가능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서서히 외부로 눈을 돌려 영토 확장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꿈을 지닌 집단이 한두군데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외곽에는 환경적 제약으로 정주농업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지만 넓은 지역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기동력과 군사적 힘을 지닌 집단들도 있었습니다. 결국 이는 물리적인 충돌, 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역사적으로 전쟁으로 한 획을 그은 인류 집단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리스,스파르타, 로마,페르시아 등등… 많이 알려진 것들이 많을텐데요. 그래서 그냥 생략을 할까 하다가,상대적으로 조금 덜(?)알려진 집단 두 사례만 언급을 해보려고 합니다.


돌도끼와 수레로 서유럽을 정복한 얌나야

북위 50도 부근의 유라시아 스텝지대는 한랭·건조한 날씨로 인해 곡물들이 잘 자랄 수 없었습니다. 대신 드넓은 초원이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곳의 사람들은 유목·목축을 하며 살아갔습니다. 대표적으로 약 5천 년 전 무렵 우릴산맥 서쪽에서 볼가강 유역에서 출현한 얌나야(Yamnaya)인들은 흑해 부근 폰틱-카스피 스텝지대까지 퍼져 살아갔습니다. 이 지역은 농사를 짓기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은 기존의 수렵·채집과 함께 양, 염소, 소, 말 등을 기르면서 이들의 젖을 주 식량원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은 이들의 삶을 보다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들은 당시에는 매우 혁신적이었던 바퀴달린 수레를 타고 서쪽으로 서서히 이동했고 약 4천 5백년 전 무렵에는 이베리아 반도(현재 스페인과 포르투갈 지역)에, 약 4천 4백년 전에는 영국으로 진출하여 기존의 살고 있던 사람들과 섞이거나 이들을 내쫓고 그곳에 정착하였습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유목목축 집단이 농업정주 집단의 터전을 침범한 것입니다.


세계 최초의 철의 제국, 히타이트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약 4천년 전 아나톨리아 지역에 자리하고 있었던 히타이트는 본래 작은 도시국가였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비교적 빠르게 쐐기문자를 받아들여 법과 제도를 만들고 왕을 신의 대리자로 여김으로써 강력한 중앙집권 통치체제를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당시에는 그 누구에게도 없었던 철 제련 기술을 갖고 있었는데요, 이를 토대로 주변 도시국가들을 점령하고 그들과 동맹체제를 형성하면서 약 3천 2백년 전 무렵 아나톨리아 반도를 대표하는 제국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히타이트 주변에는 또 다른 거대한 강대국, 이집트 왕국이 있었습니다. 히타이트는 끊임없이 세력을 넓혀 아나톨리아 남쪽의 시리아 지역으로 진출을 시도하였는데 이때 이집트 왕국은 히타이트 왕국의 팽창에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국가는 현재 시리아지역인 카데시(Kadesh)에서 부딪혀 무려 16년에 걸쳐 전쟁을 벌였지만 우열을 가리지못했습니다. 이 전쟁은 BCE 1274년 세계 최초의 국가간 평화조약인 카데시 평화조약을 맺고 서로 침략하지 않기로 약속하면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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