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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Jan 27. 2024

Chapter3.(1) 우리가 사는 세상

초자연적인 보이지 않는 ‘신(神)'의 힘을 빌어 인간 세상을 다스리다. 


수 천년, 수 만년 전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했습니다.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했고, 그 과정에서 때로는 여러가지 목숨을 건 시도를 해야만 했죠.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정확히 자신들이 왜 살아남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물론 죽은 사람들 역시 왜 죽어야 했는지 알 수 없었죠.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을 신의 뜻으로 돌리면서 절대자의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 상상하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 처럼 사람들은 정주 농업으로 인해 비로소 생존과 번성을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식량을 둘러싼 공동체간 갈등과 반목은 심해졌습니다. 식량 자원이 풍부한 지역의 공동체는 발전과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늘어나는 인구와 토지, 그리고 식량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의 한계를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식량 자원이 부족한 지역의 공동체는 먹거리가 많은 인근 지역으로 진출을 시도하였고, 이 과정에서 전쟁도 불사했습니다. 이렇다보니 각 공동체들에게 구성원들의 단합과 결속력을 높이는 것은 필수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배계층들은 집단 내에서 자신들의 힘과 지위를 보다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신격화'  하고 이야기를 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신화(神話)' 라고 하지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신화 속 이야기들은 대체적으로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신들을 인격화 하여 특정한 공동체 속 사람들의 삶과 행동을 규정하고 정당화하는 바탕으로 활용됩니다. 이는 국가 공동체의 근간이 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단군 신화, 주몽 신화가 그러합니다. 


단군 신화의 핵심은 곰이 100일동안 쑥과 마늘을 먹어 사람(웅녀)이 되었고, 그녀가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과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그게 바로 단군왕검이라는 것이지요. 한편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 신화에서는 그가 어머니가 햇빛을 받고 낳은 알에서 태어났고, 어릴적 부터 백발백중의 활 솜씨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처럼 공동체의 우두머리가 주인공이 되는 건국신화는 그 인물의 초자연적인 힘, 신비로움, 특별함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점차 사람들 사이에 이것이 널리 퍼져 나가면서 그 공동체 안에서는 정말로 있었던 '사실 처럼' 굳어져 버립니다. 그렇게 이 그럴싸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하늘이 선택한 존재로 등극하고, 구성원들은 그의 말을 하늘의 뜻으로 여기고, 복종하고, 순종하며, 무조건 따르게 되었습니다.


결속력이 한층 강화된 공동체들은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루며 수만명 규모의 도시국가 체제를 이룩해나갔습니다. 그리고 내부 체제를 통제하기 위한 각종 제도와 설비, 상징물 등을 갖춰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산물이 바로 BCE 30세기 고대 이집트 왕국의 피라미드, BCE 20세기 무렵 메소포타미아 바빌로니아 왕국의 함무라비 법전 등 입니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발전 이면에 각 공동체들 간의 경쟁과 갈등은 한층 심화되고 잔인해졌음에 있습니다. 각 공동체들은 더 살아남기 위해, 나아가 자신들이 더 잘살아가기 위해 서로를 적대시하고 무참히 죽이거나 노예로 삼는 등의 행위를 일삼았습니다.¹ 뿐만 아니라 집단의 우두머리가 죽으면 주변 사람들 중 일부를 함께 생매장하는 '순장' 또한 일반적이었습니다. 오늘날의 시선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지만 수천년 전 인류 사회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류의 원초적 잔인성은 조로아스터교, 유대교,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유교 등 소위 '보편종교'가 출현하고 인류 전반의 삶에 영향을 주며 다소 누그러졌습니다.² 이는 보편종교들이 대체적으로 희생, 사랑, 존중의 핵심 가치를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이 완전한 살육의 종말과 완전한 평화를 가져오지는 않았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어떤 측면에서는 잔인함 그 자체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은 이후에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게 될 것입니다.


어쨌든 이 장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지구상에서 생존과 번성을 이룩하며 일차적인 목표를 달성한 수 천년 전 인류는 저마다의 집단을 만들어 각자가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욕망을 펼치기 위해 서로를 죽고 죽이며 노예화 하는 적대적인 경쟁적 관계 속에 놓여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 이면에는 초자연적인 존재 - 신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1. 스티븐 핑커(Steven Pinkier)는 저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통해 트로이 전쟁 관련 기록을 토대로 당시 인류 집단 간 전쟁에서 일어난 강간, 살육 등이 빈번했고 문제시 되지 않았음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2.  칼 야스퍼스(Karl Jaspers)는 저서 '축의 시대' 에서 BCE 900년~CE 200년 사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 정신의 기원으로 볼 수 있는 종교, 사상이 출현한 시대라고 강조하면서 이 때를 '축의 시대'라고  명명하였다. 여기서 ‘축'(軸)은 말 그대로 바퀴의 중심에 끼우는 막대, 모든 것의 중심을 뜻한다. 이때 출현한 보편종교들은 자기중심주의 대신 자비의 윤리를 강조하여 당시 만연해 있던 남성 중심의 폭력문화를 누그러뜨리고 공동체 중심으로 결집하도록 하여 사람 간의 신뢰와 협력을 촉진하는 기능을 수행하였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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