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
“황ㄱ하 할머니 아니세요?”
꼬부라진 허리로 문을 힘겹게 밀고 들어오시는 그 얼굴이, 낯익었습니다.
가끔 문득 떠올랐던 분,
어떻게 지내실까 궁금하고, 또 은근히 걱정되었던 분이 드디어 나타나신 겁니다.
이름도 예쁘고, 목소리는 더 고운 분.
노래를 참 잘하셔서, 노래교실을 다니신다고 하셨던 황금화 할머니.
악보를 크게 확대해서 여러 장 복사해 가시곤 했어요.
지인들과 나눠 보신다며 웃으시던 그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손님이 없을 때면 복사한 악보를 들고
그 자리에서 멋들어지게 한 곡조 뽑아주시던 할머니.
“목소리 정말 좋으세요. 노래도 진짜 잘하시네요.”
그러면 환하게 웃으며,
“그렇지? 나 아직 괜찮지?” 하고 어깨를 으쓱하시던 모습.
그런 할머니가, 어느 날부터 보이질 않았어요.
혼자 사신다고 했던 기억이 떠올라
혹시 어디 편찮으신 건 아닐까,
혹은…… 더 나쁜 일은 아닐까,
불안한 상상을 접어두며 하루하루가 흘렀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리운 목소리처럼,
문을 밀고 들어오신 황금화 할머니.
“아이고 황금화 할머니, 어디 좋은 데 다녀오셨어요? 왜 이렇게 오랜만이세요!”
“요양병원 갔다 왔지.”
“어머, 어디가 편찮으셨어요?”
“허리를 좀 다쳐서… 근데 이제 괜찮아.
그래서 또 이렇게 나왔잖아~”“나 한테 늘 잘 해줘서 고맙지 나도 잊을 수가 없지” 하신다.
“ 나 길건너 반포동으로 이사했어” “아 그래서 더 안 보이셨군요”
얼굴은 많이 수척해지셨지만
그 목소리는 여전히 단단하고 따뜻했습니다.
먼저 와 계시던 동네분께서도 반갑게 인사를 건네신다.
노래를 정말 잘 하시는 가수님이시라고 소개를 했더니
이웃 어르신도 맞장구치십니다..
“저는 민요를 10년 넘게 배웠어요. 동사무소에서.”
“그래요? 나는 노래를 무척 좋아해요.”
두 분은 처음 본 사이인데도
금세 찰떡처럼 친해지셨습니다.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 집~~"
황ㄱ하 할머니가 목청껏 온갖 멋을 다 부리며 불러 주신다.
동네 어르신도 질세라 민요 한자락으로 화답하시니
잠시 동안 가게 안은 작은 공연장이 되었고,
그 순간은 참 따뜻하고 정겨웠습니다.
노래하며 웃고, 금방 친해지신 두분
앞서거니 뒤서거니 놀이터 쉼터로 향하는 뒷모습.
그 순간 저는 참 기뻤습니다.
살아 있다는 건,
이렇게 누군가를 다시 만나는 것.
그 이름을 불러줄 수 있고,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는 것.
늘 이 자리에서 누구라도 기다릴수 있어 참 좋다.
긴 세월 많은 추억이 녹아 있는 문구점 30년언제든 추억 한페이지쯤 꺼낼수 있는 공간
오늘도 나는
문구점 하길 참 잘했다고,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