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값 벌어 아이스크림산날

영업시간후 할증료!

by 조옥남 Ayuna

� 삼겹살값 벌어 아이스크림 산 날

“여보세요? 영업 끝났는걸요~~”

저녁 8시, 설거지 중 울린 전화. 농담처럼 시작된 한 통의 전화에 순간 말이 멈춘다.
“아까 팠던 도장, 다른 이름으로 하나만 더 파주실 수 있을까요?”
“내일 해드릴게요.”
“아니요, 오늘 꼭 필요해서요. 급한 일이라... 한 번만 부탁드릴게요. 다음엔 절대 이런부탁 안 드릴게요.”

에구, 설마설마 했는데 역시나…
고객님의 전화는 결국 끝내 거절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하는듯 하다.
가끔 오시는 단골 신사분. 연배도 비슷하고 안부도 주고받던 분이라 더 거절하기 어려웠다.

“사장님, 어떡할까요?”
“안 된다고 해.”
“그래도 오늘 꼭 필요하대요.”
“어이구, 거 참...”

그렇게 형식적으로 한 번 거절해보고, 결국 남편은 다시 옷을 챙겨 입는다.

나도 궁금해서 슬쩍 따라 나섰다. 고객분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정말 죄송합니다, 내일 이른 시간에 가지고 어딜 가야 해서요, 너무 감사합니다...”
이런 인사도 요즘 흔치 않다.

사본 -햇살문구인쇄 간판 디자인.png

남편은 입 꾹 다물고 컴퓨터 켜고 기계 돌려 도장을 새긴다.
그리고 툭 한마디.

“야간 할증료 있습니다.”
“네, 당연히 드려야죠!”

“소고기 값은 못 드리고... 삼겹살 값이라도.”

하더니 5만 원권 한 장을 놓고 급하게 나간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오만원권이라니!
가벼워진 마음으로 가게 문을 닫으려는데, 아까 같이 문 닫았던 옆가게 내외가 지나다가

“이 밤중에 뭔일 이세요?”
“응, 야밤에 돈 벌었지~”
“돈 벌었으면 아이스크림 사야지요~!”

그렇게 삼겹살값으로 아이스크림을 나눈 한여름의 밤이었다.

사본 -삼겹살값으로 산 아이스크림.png
사본 -따스한 오후의 공원 아이스크림 타임.png #도장 #심야영업#이웃#문구점#인쇄업#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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