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1

문구점주인이 읽는 세계문학

by 조옥남 Ay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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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두 개의 세계 사이에서

아침 문을 열면
문구점에는 늘 두 가지 빛이 들어온다.
유리창을 타고 들어오는 햇빛과,
책장 사이에 남아 있는 어제의 그림자.

이곳에서 나는
착한 것과 옳은 것이 언제나 같은 얼굴은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배운다.

《데미안》의 첫 장을 펼치며
오늘은 그 경계에 발을 올려놓는다.
선과 악,
두 세계 사이에서 흔들리던
한 소년의 이야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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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점에서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책장이 아니라 내 마음이 먼저 넘겨질 때가 있다.
《데미안》이 딱 그랬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은 늘 조용히 시작하지만,
이번엔 시작부터 두 세계를 들이민다.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소년 싱클레어는
착한 아이의 세계에서 자란다.
부모의 신뢰, 규칙, 칭찬이 질서를 만든 세계.
하지만 어느 날, 아주 사소한 거짓말 하나로
그는 어두운 세계의 문 앞에 서게 된다.

이 장면이 좋았다.
악은 거창하지 않다.
작은 허세, 작은 두려움, 작은 거짓말에서 시작된다.

어린왕자가 “어른들의 세계”를 낯설어했다면,
싱클레어는
자기 안의 세계를 처음으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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