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꽃을 피우지 않을 것 같던 큰 나무가 무성한 잎 사이로 연노랑빛을 띤 흰 꽃을 피웠습니다.
키가 큰 나무의 중간에서, 그리고 꼭대기에서도 꽃이 피었고, 오늘 아침에는 잎 사이로 여러 송이가 활짝 피어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하얀색에 가까운 노란색의 종 모양 꽃은 능소화를 많이 닮았습니다.
네이버에서 확인해 보니, 이 나무는 '녹색보물나무'라고 불리며, 줄여서 '녹보수'(대박나무)라고 합니다.
꽃말은 행운, 행복, 대박, 보물, 재물, 황홀한 기분 등으로 알려져 있고, 행복한 앞길을 축복하고, 금전운을 뜻해서 기분 좋은 꽃말이랍니다.
이 꽃말이 얼마나 귀한지, 세상에서 가장 값진 꽃말을 가진 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군가 버리려고 골목에 내놓은 큰 화분에, 잎 하나 없이 가지만 큰 나무가 안쓰러워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처음 몇 해는 정성을 많이 들였고, 봄이 되자 신기하게도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새순이 강하게 자라, 잘라내도 계속 커주었습니다.
잘라낸 가지들이 너무 씽씽하고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 같아, 여러 화분에 심어보았고, 모든 화분의 줄기들이 시들시들 풀이 죽어가서 이건 꺾꽂이가 안되나 보다 하고 포기할 무렵 한 화분에서 새로운 나무가 자라나 미소를 지으며 '나 살아났어 살려줘' 하는 것이었습니다.
꺾꽂이도 되는 공기정화식물로 사랑받으며 사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이제는 너무 웃자라는 가지들을 가을이 되면 모두 잘라내고, 겨울 햇살을 거실에 받기 위해 나무를 고목으로 만들기도 했었습니다.
봄이 되면 다시 피어나는 새순들이 이쁘게 자라주었지요. 매해마다 그렇게 그렇게 함께 해온 나무여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내오던 중이었는데, 뜻밖의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온 꽃이 나무의 건재함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이 꽃은 정말 대단하고 보배 같습니다.
다시 사랑받는 나무가 되었고, 이 꽃이 우리에게 어떤 행운을 안겨줄지 기대합니다.
결혼 3년 차 아들에게서 손주 소식을 듣길 은근히 기대합니다.
올 추석에 좋은 소식을 들고 오길 바라며, 손주의 태명을 '최녹보'라 지었습니다.
녹보수처럼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진심이 담긴 녹보의 소식을 듣길 간절히 바랍니다.
2024년 추석에 녹보 할아버지 할머니가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