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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Nov 11. 2021

종이의 집

스톡홀름증후군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쓴 자들, 그들은 범죄자이다.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자, 범죄를 더 잘 저지를 수 있는 자들을 모아 그들은 서로가 하나인 듯, 몇 달간의 작전을 짜고 그 범죄를 완성시킨다.


처음 범행을 계획한 자에게선 왠지 모를 짠한 감정이 느껴지는데, 연기를 잘 한다거나 모성애를 유발한다거나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헌데 이상하게도, 말도 안되는 이유도 충분치 않은 그 범죄 계획을 실행 전부터 완성이 되기까지 응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나는, 작은 범죄, 신호위반 같은 것이랄지, 길거리에 쓰레기 한번을 버린 적 없는 소시민이다. 내가 잠재적 범죄 성향을 가진 것도 아닌데다가, 저들과 함께 있다면 난 분명 자살을 했거나 탈출 시도를 했을게 뻔할 위태로운 장면이 너무 많다. 하지만, 감정의 동화는 내가 이해하고 싶지 않아도 일어난다. 그게 스톡홀름 증후군이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이들의 인질범죄자중 한명과 사랑에 빠지는 기이한 일이 생기며 그녀는 2차 범행에 함께 동참한다. 서로의 이름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그들은 서로의 이름을 도시 이름으로 부르는데, 그녀의 이름은 그때부터 스톡홀름이 되었다.


1차 범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고,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홍길동'이라도 되는 듯 부의 재분배에 대해 이야기를 했으나 그 이후엔 범죄자 그들만 잘 먹고 잘 사는 꼴에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그런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더 완성도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거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2차 범행도 응원하고 있는 나. 참 아이러니하다. 나도 그녀처럼 스톡홀름증후군에 빠진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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