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연 Nov 12. 2021

한겨울에도 아아를!

겨울 아이



난 겨울이 좋다. 사계절 중 가장 좋아하는 계절 겨울이 돌아왔다. 봄에 태어난 나는 쌩뚱 맞게 어느 순간부터, _아마 감수성이 풍부했던 시절부터인것 같다_ 겨울을 좋아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지독한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으로서 겨울은 내가 좋아하기 적당한 계절은 아니다. 겨울마다 코 밑이 헐고, 목은 따끔따끔 감기약과 알레르기 약을 달고 사는 나에게 겨울은 아픈 계절이다. 이번 겨울도 상쾌하게 콧물과 함께 시작 되었다. _사실 지금도 콧물을 흘리고 있다.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100가지도 넘게 나열 할 수 있지만, 100가지 이유를 나열한다면 이 글은 밤새도록 써야하니 간단하게 적어볼 계획이다.


첫번째로 내가 겨울을 좋아하게된 계기를 가진 이유가 있는데 바로 겨울 냄새이다. 그건 마치 내가 시를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였는데, 감수성이 풍부했던 어느 날, 마침 혹한의 기온에 마침 울고 싶은 날, 새벽에 맡았던 그 냄새를 난 아직도 기억한다. _나는 시력이 매우 안좋은 관계로 어려서부터 후각과 청각에 민감하다_ 그 날, 하필 난 새벽에 집을 나섰는데, 얼마나 추운지 현관문을 나서자 내 슬펐던 감정이 다 얼어붙는 것이 아닌가. 아... 이런 추위에서 한낮 첫사랑과 헤어진 슬픔 따위가 대수겠는가. 빨리 그 거리를 벗어나고픈 마음 같은 것, 아픔을 아픔으로 잊는 방법이랄까? 요즘엔 그런 추위가 쉽지 않다. 예전에 단독주택에 살때는 따듯한 집에서 현관문을 나서면 바로 몸이 얼어버랄 듯한 추위가 느껴졌지만, 요즘엔 아파트에 살면서 현관문에서 한번 중화되는 느낌이 든다. 감성적이 되려면, 난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야할 것 같다.


예상치 못했던 추위와 같은 느낌으로, 이건 아이들에게 농담삼아 자주 써먹는 이야기인데, 누군가 아프다고 하면, 난 그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만약 배가 아프다면, 다른 곳을 더 세게 맞으면 된다는 그런 말,,, 아이들은 질색하는 이야기이다. _이 이야기는 내 첫번째 시집 '참지마 눈물 슬프면 그냥 울어'에 '이유를 정해줘'라는 시로 잘 표현되었다. 브런치 프로필에 적은 글도 일맥 상통하는 말이다. 슬픔은 슬픔으로 치유된다.





두번째로 내가 겨울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운명같은 이유를 들 수 있는데, 난 더위를 너무 많이 타며, 땀이 많은 것이다. 사람은 본래 자신이 태어난 계절에 약하다는데, 난 봄에 태어났는데 왜 더위를 타는지 모르겠다.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에서 땀이 흐르니 난 여름엔 주로 집순이가 되어 에어컨의 노예가 되고 만다. _에어컨을 튼다고 내 땀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_ 예전에 어떤 한의사가 말하길, 비염 환자들은 환절기에 물을 마시지 않는게 낫다고 했는데, 난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탈인 사람이다. _비염환자들이 물을 과도하게 마시면, 그 물이 콧물이 되어 나온단다. 내가 한 말이 아닌 한의사 말이다_ 물을 마셔야 건강하다는 상식, 누구는 일부러라도 물을 2리터씩 마신다는데, 나는 절제하지 않으면 5리터도 마실 사람인 것이다. _난 한겨울에도 아아를 벌컥벌컥 마신다. 더 빨리 수분 섭취를 하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이건, 한겨울에 노상에서 얼음 목욕을 하는 것 보다 더 어이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그러고선 콧물을 흘리는 꼴이라니. 하지만, 난 추위에 강하니 괜찮다._ 세상에나, 물을 덜 먹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본 일이 있는가 말이다. 이런 이유를 땀이 과도하게 나오는 이유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지금도 물을 마시고, 콧물이 많이 나서 입으로 숨을 쉬며 또 물을 들이키고 있는 나. 상상이 가시는 분? ㅠㅠ 내 몸의 수분은 사계절 나를 괴롭히는 존재다. 근데, 땀보다는 콧물이 흐르는 게 더 낫다. 어려서부터 어지러워서 쓰러지는 연약한 소녀가 꿈이었던 나로서는 그렇다. 여름보다 겨울을 많이 타는 소녀가 더 여성스럽지 않은가. 여담으로 우리 딸은 빈혈과 저혈당으로 자주 쓰러지는데, 어린아이처럼 나는 그걸 부러워한다. 철 들려면 아직 멀었다.


하얀 눈을 소복소복 소리내며 밟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 비오는 날은 별로지만 눈오는 날을 좋아하는 _사실 눈도 녹으면 물이 되는 건 마찬가지인데 말이다_ 선택적 흐린날 마니아인 내가 올 겨울엔 더 감성적인 글을 적을 수 있게 더 춥고 눈이 많이 내리길 소망한다.



작가의 이전글 종이의 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