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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Nov 13. 2021

작가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자질

소설 쓰는 아이


얼마 전 딸은 글짓기 상장을 가지고 왔다. 축하 인사를 하는 일이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녀는 매년 글짓기 상을 받아 온다. 초등학교 시절 부터 각종 표어 상부터 독후감, 시, 에세이, 얼마전엔 선생님 추천으로 '시 대회'에 소설 부문으로 참가를 했다. 물론 시 대회에서는 낙방을 했다.





"너무 부럽다. 어떻게 매년 글짓기 상을 탈수가 있니?"


"엄마는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는 자질을 충분히 가지고 있잖아. 상 못타도 괜찮아."


이제 나이가 제법 들었는지 엄마를 위로 할 줄 아는 딸이 기특하다. 아직 어떤 상도 타지 못한 엄마를 위로하는 방법인가. 아니다. 문득 생각났다. 나도 고딩 시절 에세이로 상을 탄 적이 있다. 아마 가정의 달 기념 글짓기 대회였었던 것 같다. 주제가 '가족'이었고, 난 돌아가신 할머니 이야기를 썼었다. 에세이였지만, 픽션을 조금 섞은 이야였었다. 학창 시절 어떤 것도 잘하는 게 없던 나는, 전교생이 참가하는 글짓기 대회에서 반대표로 단상에 나가 내가 쓴 에세이를 읽기까지 했다.


"그렇지? 너도 엄마가 쓴 글 읽어봤구나. 엄마 글은 안 읽는다더니, 언제 또 읽어봤어?"


아이에게 이 질문을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내 후회했다. 아이는 내 글을 읽은 적이 없다고 말했고, 그럼 엄마가 작가로서 자질이 있는지 어떻게 알았냐고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없대."


무언가가 머리를 탁 치는 느낌이었다. 내 딸은 나를 평범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어디선가 나도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글엔 그 사람의 인생과 철학이 들어있다. 그 장르가 에세이가 아닌 소설이라도 작가의 인생이 고스란히 그 글에 비친다고 하는 이야기 말이다. 글에는 작가가 살아온 인생이 있는 것이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엄마가 곧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보다. 사실 평범한 글은 재미 없지 않은가.


이제 알겠다. 내가 이제껏 독자들의 마음에 들수 있는 좋은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 말이다. 나는 여태 평범하지 않은 세계관을 가지고 평범한 글을 쓰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그러니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본 내용에 의하면 작가는 자신을 과도하게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숨길 필요도 없다고. 비록 곤궁하거나 비참했던 일일지라도 솔직함을 담는다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가끔 딸과 대화를 하면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작가가 되어보면 어떨지 딸에게 진지하게 질문을 해봤지만, 딸은 자신은 그냥 독자로 남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늘 소설을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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