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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Nov 19. 2021

정리와 강박, 강박증에 대한 오해

먼지와 함께 하는 삶



나는 강박증이 있다. 하지만, 내 주변은 늘 청소가 필요한 상태이며 너저분하다. 예전에 지인을 내 차에 태우고 대화를 하던 중 강박증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녀는 내 차안을 둘러보며 내가 강박증이 있다고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강박증은 아마도, 빈틈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깔끔한 상태와 정리를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강박증은 그런 개념이 아니다. 수많은, 아무렇게나 늘어놓은 듯 한 물건들이지만, 그것들은 강박증이 있는 자에겐 제자리에 있는 물건들이며, 외출할때 집에 가스 불을 켜고 나왔는지, 문은 제대로 닫혀 있는지, 바삐 나오느라 고양이를 어디에 두고 나온건 아닌지를 하염없이 생각하는 것이 강박증인 것이다. 먼지 따위는 강박증의 개념에 해당하지 않는다. 아, 먼지를 끔찍이 싫어하는 강박을 가졌다면 가능하겠다.


가끔 아이들에게 물건을 왜 제자리에 두지 않느냐 물으면, 그 물건의 자리가 그곳인지 몰랐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겐  집안은 정리되지 않은 상태처럼 보일수도 있는 것이다.





가스불에 대한 강박이 한창 심하던 시절 나는 가스레인지를 인덕션으로 바꿨다. 분에 걱정 하나를 덜 수 있었다.


내게 강박이란, 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나를 괴롭히는 존재이다. 과도하게 안전에 대해 신경쓰다가 정작 중요한 일도 해결하지 못한 채 스트레스만 쌓여가기 때문이다. 요즘엔 '안전'에 대한 강박이 아니라 '청결'에 대한 강박이 새로 생기길 기대한다.

하지만, 난 여전히 '먼지에게도 시간을 주라'던 모 교수님(여성학자)의 말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 매일 치워도 먼지는 늘 한결같이 같은 속도로 쌓이지 않는가.


그래, 가끔은 먼지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내 안에 쌓여가는 쓸데없는 걱정을 잠시 놓아줄 시간이 필요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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