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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Jan 06. 2023

다정한 거절



저의 이상형은 다정한 사람입니다. 저에게 외모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건 남자나 여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기준입니다.


어느날 딸아이 저의 부탁에 단호하게 거절을 하길래


"엄마는 다정한 사람이 좋아. 너도 알지? 모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거든."

라고 말했더니, 그제서야 그녀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니, 나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라고요.


순간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녀도 나와 함께 한참 웃었습니다. 아. 웃는 걸 보니 장난인가 봅니다. 러다가 문득 아주 다정하게 거절을 잘하던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그 사람이 하는 다정한 거절에 상처 받았던 기억이 스물스물 올라옵니다. 그 사람은 늘 진심이었거든요.  때에는 진심을 전하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반복적으로 거절을 당하면 누구든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위축되고 자존감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평소에 다정한 사람이라면 더 심해집니다. 거절은 다정할수록 더 뻘쭘해지니까요. 물론 정색하며 거절하는 것도 마음이 편하진 않습니다만. 왜 이 상황에 그 사람이 생각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꺼져줄래? 아니 싫은데?



사람들의 성향은 참 다양합니다.

어떤 사람은 겉으로 보여지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보이지 않는 걸 중요하게 여깁니다. 저는 주로 후자에 해당됩니다. 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은 얼마든지 바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건 바꾸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바꿀 필요 없을모르겠습니다. 누군가를 대하는 마음가짐도 마찬가지겠죠.


그녀의 생각도 비슷한가 봅니다. 가 말하는 다정한 사람의 기준이 외면이 아니라 내면이라는 걸 그녀도 알고 있겠죠. 다정한 사람이라는 말에 그녀 다정하게 말하곤 웃으니 웃을 일이 없는 요즘 제게 활력소가 됩니다. 생각을 바꾸면 작은 일에도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녀가  너무 고지식해서 걱정이었는데 이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것 같아 자꾸만 웃음이 나옵니다.


우울한 생각이 많은 연말연시에 또 아무렇게나 아재개그를 하며 주름 하나를 만들어가는 게 행복 아니겠습니까. 웃어서 만들어지는 주름과 인상을 써서 만들어지는 주름은 관상학에서 볼때 그 풀이가 너무 다르답니다. 웃어서 생기는 주름 인복과 재물운이 어옵다. 그러니 웃을 때는 주름 걱정하지 말고 아주 활짝 웃어야 겠습니다.


그러다가 잠시 생각해 봅니다. 오늘 아주 다정하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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