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연 Feb 13. 2023

중독성이 가장 짙은 가능성 중독



언젠가부터 매주 로또를 사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도 로또를 구입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다. 로또 판매점엔 늘 사람이 많고 거기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류인 경우가 많았다. 나도 로또를 사며 대박을 꿈꾸면서도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색안경을 끼고 본다. 나는 되고 타인은 안되고 이중잣대를 드러냈다.


게다가 인터넷으로 사면 종이 용지가 아니기 때문에 당첨금 수령도 쉬울 것 같았다. 잃어버릴 일도 없다. 어차피 되지도 않는데, 나란 사람은 상상력도 풍부하고 계획적인 편이다. MBTI 에서 P가 90% 이상이 나오는 게 신기할 만큼 나는 아주 사소하고 쓸모없는 일에 계획적이다.


로또와 연금복권을 꼬박꼬박 몇 달쯤 샀나. 희한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로또의 당첨 확률은 1/8,145,060이다.


계산법은 이렇다.
1/(45×44×43×42×41×40)÷(6×5×4×3×2×1)





매번 45개 숫자 중에 6개를 신중히 골랐다. 45개의 숫자 중에 그럴듯하게 적절히 분포된 아름다운 숫자의 조합. 그러다가 어디선가 보았던 번개 맞을 확률이 로또 당첨확률보다 높다는 글이 뇌리에 스쳐갔다. 번개 맞을 확률은 1/5,000 이란다.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번개를 맞은 적이 없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어쩌면 로또당첨 확률이 더 높을 거다. 번개는 매일 매주 치는 게 아니까.


내가 고른 이 숫자들은 언젠가 당첨이 될 거다. 더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숫자 배열도 참 잘했다.


헌데, 만약 로또 판매점에서 1,2,3,4,5,6이라는 번호를 적어 낸다면 누구나 웃겠지. 그런 번호가 당첨될 리가 있냐고. 하지만 내가 고른 나만의 아름다운 숫자의 조합이나 연속한 숫자의 조합이나 어차피 확률은 같다.


그렇다. 우리는 거의 불가능한 숫자에 희망을 갖는다. 그 달콤한 가능성에 중독되어 있다. 언젠가 내가 고른 6개의 로또 번호 중 4개의 번호가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맞은 적도 있었다. 1등에 당첨된 줄 알았다. 가슴이 요동쳤다. 1등에 당첨되면 뭘 할까 생각도 했다. 그 짧은 시간 잠시 행복했다. 전날밤에 돼지꿈을 꿨기 때문에 기대감도 충분했다. 하지만 나머지 두개의 번호는 꽝이었다. 기껏 돼지꿈을 꾸고 맞은 게 5만 원짜리라니. 1등에 당첨되려면 나는 무슨 꿈을 꾸어야 할까?


가능성에 중독되어 있는 건 희망도 주겠지만 절망도 준다. 거의 불가능한 가능성이라면 주로 절망하겠지. 그건 아주 위험한 일이다. 그 적은 가능성으로 인해 시간과 금전, 그리고 불필요한 상실의 감정을 소비하게 될 테니까.


가능성이 아닌 현실적인 꿈엔 중독성도 짜릿함도 없다. 그래서 과정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성이라는 것에 중독되어 있다. 언젠간 되겠지. 되겠지.


로또를 1,2,3,4,5,6의 번호로 사도 당첨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가능성이라는 달콤한 꿈을 꿀 자격이 있다.


나는 꼭 될 사람이니까!


다음 주에 그 번호로 인증!!! 해볼까요? ㅠㅠ

아. 안될 것 같은데...


작가의 이전글 일관적이지 않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