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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Mar 29. 2023

실패하지 않는 방법_호박벌의 비행






호박벌은 나는 모습이 뒤뚱뒤뚱하다. 그들은 몸의 크기에 비해 아주 작은 날개를 가지고 있. 호박벌은 태생적으로 날 수 없는 구조를 가졌다고 한다. 그들은 아주 귀엽지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날지 못하지만 날아야 살 수 있는 환경에서 그들의 비행은 어느 누구보다 치열하고 간절하다.


예전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병원에 오랜 기간 입원 중이던 남자와 그의 아내 이야기가 방송 됐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해서 다인실 병실에서 입원 중이던 그들은 병원의 도움으로 병원의 한 구석에 잘 자리를 마련했고 어렵게 생활하며 그들의 아이 병원에서 키다. 그의 아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친절하고 긍정적이며 사랑스러웠다. 하반신 마비가 되었지만 가족을 위해 살고자 하는 남편과 그의 곁에서 늘 한결같이 천사 같던 아내, 그리고 안쓰러운 아이까지 시청자들의 눈물을 훔쳤지만, 결국 그 남자는 하반신 마비가 아니었다. 온 국민을 떠들썩하게 만든 그들의 최후가 어땠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아직도 그 일이 어느 곳에서 간혹 회자되곤 한다.


아마 처음부터 속이고자 했던 건 아니었을 거다.  그 남자는 재활치료 중에 감각이 돌아왔을 수도 있고, 그의 아내는 그걸 알고 나서 밝히자고 권유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랜 기간 그런 의혹에도 쉽게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얼마 전엔 28년 동안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던 여자가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실이 들통나기도 했다. 그녀의 남편은 가끔 티브이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그녀의 시선을 느꼈고, 완벽한 화장을 하는 그녀를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의 추궁 끝에 그녀는 시각장애인이 아니라는 자백을 했다고 한다. 그녀가 시각장애인 행세를 한 건 단순히 이웃에게 인사를 하기 싫어서였다.


그들은 아주 잠깐의 잘못된 선택에 의해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또, 사기꾼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렇게 의도치 않게 변명도 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 놓이기도 한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어떤 작은 일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보태져서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상황에 까지 이르고, 당사자는 그 굴레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자신의 잘못을 번하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저 할 수 있지만 할 수 없다고 말하며 살아가는 것이 더 쉬운 일이다.


할 수 있지만 못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할 수 없고, 할 수 없지만 간절히 원하면 할 수 있게 된다. 할 수 있지만 할 수 없다고 말하면 사기꾼이 되고 할 수 없지만 할 수 있게 되면 기적이라 말한다.


태생적으로 날 수 없는 호박벌이 날 수 있게 된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아가미가 없지만 바다에서 살아가는 고래처럼 말이다.


이리저리 치이고 멍들어도 꼭 날아야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우리도 누구나 호박벌처럼 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날갯짓을 해보자. 아직 앉은뱅이처럼 낮은 곳에 있는 나는 세상에서 처음으로 날 수 있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도전하지 않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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