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연 Mar 30. 2023

타인과 비교하면 불안해진다.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나와는 다른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나와는 다른 성향의 아이를 존중하는 일은 사회생활보다 더 어렵다. 왜냐하면 아직 어리고 미숙한 아이들의 감정을 어른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미숙하고 어리다고, 또 아이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되더라도 아이들은 개별적인 인격체이므로 어른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다. 이들도 른만큼 논리적이 않겠지만 나름대로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






요즘 둘째 아이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잦다. 그는 매일 무언가를 잃어버리든, 할 일을 잊든, 걱정거리를 만드는 아이다. 그래서 첫째 아이에게는 그런 적이 없지만 둘째 아이에게는 자주 미션 같은 걸 주곤 한다. 말은 미션이지만 사실 시험에 가깝다. 한 번에 여러 가지 부탁을 하는 게 그 시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는 아이가 열여섯 살이 된 지금까지 그런 시답잖은 시험을 한다. 그건 ADHD나 발달상황을 체크하는 방법인데, 정상적인 아이들이라면 7세가 되면 3~5가지 미션을 차례로 이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둘째 아이는 열여섯 살이 되도록 아직 그 일이 어렵다. 늘 한두 가지를 빠뜨린다. 그러다 보면 이게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닌지 불안한 마음에 아이에게 처가 될 말을 내뱉는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화 한번 내지 않는다. 어쩌면 나라면 자신을 자꾸만 시험하려는 엄마가 싫을 것 같다.


둘째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조금 느린 아이였다. 임신 중에 몸이 많이 안 좋았기 때문이었는지 아이는 9개월 만에 태어났고 인큐베이터에 한참을 있었다. 그 이후로 다른 아이들보다 고작 한 달 먼저 태어났을 뿐인데 뒤집기도, 걷기도 말도, 발달도 느려 늘 내 걱정거리였다. 그런 아이를 보며 그 1개월을 더 품어주지 못한 나를 탓하곤 했다. 아이는 17개월 만에 처음 걸었다. 그때까지 나는 아이가 영영 걷지 못하는 건 아닌지 불안했다. 걷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아이를 자꾸 일으켜 세웠다. 자꾸만 주저앉는 아이가 이상하기만 했다. 생각해 보니 아이는 단 한 번도 기어 다닌 적이 없다. 앉은 채로 17개월이 될 때까지 팔의 힘으로 움직였다. 그러면서도 불편하거나 느리게 움직이진 않았다. 아이가 걷지 못해 불안한 건 내 걱정일 뿐이었다. 다른 아이들이 처음에 아장아장 불안한 걸음으로 걸을 때 아 일어서자마자 처음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도 아이는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이 아이가 ADHD가 있거나 발달이 느린 건 아니다. 아직 열여섯 살이지만 고등학교 과정 공부 하고, 아주 다정하고 배려심이 깊은, 엄마의 우울한 감정을 살피고 걱정하는 아이다. 딸인 첫째 아이보다 더 감성적이기도 하다. 아이는 사실 발달이 느린 아이가 아니라 들과는 조금 다른 아이였다. 어쩌면 완벽주의가 있는 아이일지도 모른다.


내가 둘째 아이를 걱정하는 이유는 단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뿐이다. 사람들은 내 아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낫길 바라지만, 조금이라도 다르다면 그걸 불안해한다. 다른 게 아니라 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들보다 앞서가려면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 우리 모두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기 힘들다. 각자 좋아하는 것도, 행복한 감정이 드는 일도 모두 다르다. 그래서 각자의 입장과 선택을 모두 존중해 주어야 한다. 


아이가 내가 주는 미션을 어른이 될 때까지 완성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엄마로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통제하려하거나 자신의 뜻대로 따라주길 종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 아이 나름대로의 삶이 있다.



작가의 이전글 실패하지 않는 방법_호박벌의 비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