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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Mar 31. 2023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사랑을 주는 아이가 된다




_니들은 좋겠다. 사달라는 거 다 사주지 먹고 싶다는 거 다 사주지.


_엄마. 지금은 옛날이 아니야.


아이들은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이 나오면 질색한다.


하긴 한 달에 한번 아버지의 월급날 돼지갈비를 먹으러 가던 라떼 시절의 낭만은 이제 없다. 언제든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살 수 있 시대니까. 그 시절의 엄마처럼 아끼며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기도 하다.


가끔은 그래도 아이들의 삶이 질투가 나기도 한다. 늘 결핍되었던 내 삶에 비해 윤택해진 삶이 부럽기도 하마치 그게 사랑인 듯 착각하기도 한다. 부모가 뭐든 해주는 아이들이 내 결핍되었던 어린 시절보다 사랑받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며 가끔은 아이들에게 질투가 난다. 내가 사랑해야 하고 보살펴 주어야 할 아이들에게 질투가 난다니, 엄마들도 아이를 키우며 한 뼘 더 자라난다. 나는 아직도 자라고 있다.


객관적인 풍요가 더 사랑하는 증표가 될 수 없다.


초등학생 때인가. 엄마와 함께 레스토랑에 갔다. 나와 엄마 둘 뿐이었다.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돈가스를 엄마와 단 둘이만 먹으러 가다니 참 좋았다. 언니와 나눌 필요도 없다. 중학생이었던 언니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랑 둘이서만 돈가스를 먹었다고 자랑해야지 그런 생각도 했다. 그런데 어쩐지 엄마는 돈가스를 한 개만 주문했다.  요즘 식당에선 당연히 1인 1메뉴 주문을 해야 하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_엄마는 안 먹어?


_응. 엄마는 먹고 왔어.


나는 신나게 돈가스를 혼자서 먹었다. 엄마가 왜 내게만 돈가스를 사주는지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못했다. 엄마는 밥을 먹고 왔다고 했지만 집으로 돌아와서 찬밥에 물을 말아 드셨고 그런 엄마를 보며 나 혼자서 돈가스를 먹던 지나간 나를 후회다. 그 일이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나는 누구든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해도 억지로라도 권하게 된다. 안 그러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당연히 맛있는 음식은 나눠 먹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보다 그런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게 오히려 더 큰 교육효과가 있다. 물론 엄마는 그걸 가르치려 했던 건 아니었다고 했다. 그냥 돈이 부족해서 사랑하는 딸이 더 먹기를 바랐다는 그 마음이었다고 했다. 의도치 않았지만 사랑은 아이를 자라게 한다.


여자는 사랑할 때 음식을 나눠주고 남자는 사랑할 때 자신의 옷을 벗어준다. 그게 모성애, 부성애의 모습이다.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모성애와 부성애를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익히게 된다. 사랑을 받은 사람이 사랑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듯, 아이를 교육하는 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행해져야 한다.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는 너무 다른 두 명의 오해영이 등장한다. 공부도 잘하고 예쁘고 인기도 많던 오해영은 학교에서 맨날 놀림을 당하며 예쁘지도 않고 공부도 꼴찌에 가까운 오해영을 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너처럼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내가 도무지 이길 방법이 없을 거라고.


오해영을 이기고 싶은 오해영은 못난 오해영이 아니라 오히려 잘난 오해영이었다. 부모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하던 오해영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은 공부와 어른스러움이라고 생각했다. 욕심은 결핍에서 비롯되고,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는 누구에게든 사랑을 갈구한다.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는 사랑을 주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사랑을 주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아이는 사랑받을 준비가 되지 못했다.


못난 오해영의 엄마는 자신의 못난 딸이 기죽을까 늘 염려하고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 항상 아이를 혼내면서도 늘 식탁엔 아이를 위한 음식을 가득 차려두고 주눅 들어있는 아이에게 세상에서 네가 가장 예쁘다며 다독여준다. 딸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도시락을 싸주기도 한다.


두 명의 오해영은 같은 남자를 사랑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오해영은 사랑을 받기만 했고, 사랑받고 자란 오해영은 사랑을 주기만 했다. 사랑을 받기만 해도 불행했고, 사랑을 주기만 해도 그저 행복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바르고 착하게,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게 교육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랑을 듬뿍 주는 것이다. 아이는 사랑으로 자란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늘 스스로를 사랑받을 사람으로 만든다.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 더 중요한 건, 스스로의 만족이다. 나는 내 아이들이 바르고 착한 사람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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